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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아빠 May 02. 2016

[여행][국내]#2-2. 언제나 새로운 그 이름, 제주

한가로운 동쪽 해안가, 그리고 김영갑 갤러리


월정리 해수욕장 전경


원래는 우도를 들어가는 일정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아침부터 내리는 비는 그칠 줄을 모른다. 어쩔 수 없이 우도 방문은 내일로 기약하고 오늘은 조용히 해안가 드라이브나 하기로 한다. 오늘 운전사는 막내가 하기로 한다.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부담 없이 원할 때 한잔 걸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다.

첫날 숙소가 있던 김녕항 부근에서 출발하여 해안길로만 다니기로 한다. 한동안 가다 보니 풍경이 좋고 나름 상업적인 냄새가 난다 했더니 월정리 해수욕장이라고 한다.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된 곳은 아니지만 요즘에는 아주 핫플레이스로 사람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곳이다. 이 곳을 지나적은 많이 있었으나 이렇게 발걸음을 멈춰보기는 처음이다. 근처 조용하고 경치 좋은 커피숍에 들어가서 모닝커피 한잔하고 가기로 한다. 좋은 전망에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있는 것이 상당히 인상 깊었던 커피숍이었으나 비싸다. 다만 다행히도 비싼 값을 하더라.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두 아들들의 사는 이야기, 고민거리, 살아온 이야기 등등. 요즘 들어 더 자주 느끼는 부분이 본인 자식은 본인이 제일 잘 안다고 하시지만 안타깝게도 난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집에서 대학을 다녔거나 딸이었으면 또 모를까 사실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한 나이 때를 20세로 본다면 그 후에 어떻게 지내왔는지는 부모님들께서 알기가 쉽지 않다. 거기다가 말도 별로 없이 무뚝뚝한 장남이라면 말 다했다. 그나마 막내는 예전부터 부모님께 미주알고주알 다 얘기하면서 지내는 덕에 마음 한편에 있는 짐을 더는 기분이다. 가족들과 SNS 등의 매체를 공유하는데 그것으로나마 어떻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직, 간접적으로 아실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집에서의 나의 모습과 밖에서 보는 나의 모습은 엄연히 많이 다르다. ^^; (누군들 안 그렇겠냐만은)   


한가로이 모닝 커피를 즐기고 있는 막내와 어머니



비가 오니 특별히 갈 곳이 마땅치가 않다.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등을 잠시 발도장만 찍는 정도로 지나가고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 중 어머니께서 몇 가지 제안을 하신다. 김영갑 갤러리 그리고 하나는 사려니 숲길이다. 둘 다 바로 검색을 해보니 나의 취향에도 맞을 것 같거니와 이러한 날씨에 사뭇 잘 어울린다는 기분이 들어 찾아가기로 한다. 사려니 숲길은 이번 여행에 안타깝게도 거리와 시간 관계상 가보지 못하였으나 다음번에는 꼭 한번 방문 해보리다. 이렇게 하여 찾아간 김영갑 두모악 갤러리.



 

 사진작가였던 김영갑 사진작가는 한 평생 사진을 찍어왔으며 제주도에 온 뒤로 그 매력에 매료되어 일과 가족을 뒤로 한채 오직 제주도의 모습을 담는데만 열중하게 된다. 그 당시 언론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던 제주도의 크고 작은 여러 오름들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 모습을 한 장 한 장 뷰파인더에 담아 나갔으며, 환상의 섬 이어도를 찾고자 하신 분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제주도 남쪽에 있다는 환상의 섬 이어도가 아닌 각자 마음속에 품고 사는 이어도를 말이다. 루게릭이라는 병을 앓게 되어 온몸이 굳어나가기 직전까지도 사진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으며, 밥은 굶을언정 필름은 샀던 열정이 대단한 작가였다.


김 영 갑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이래 20여 년 동안 고향땅을 밟지 못했다. 서울에 주소지를 두고 1982년부터 제주도를 오르내리며 사진 작업을 하던 중 그곳에 매료되어 1985년 아예 섬에 정착한다. 밥 먹을 돈 아껴 필름을 사고 배가 고프면 들판의 당근이나 고구마로 허기를 달랬다. 섬의 '외로움과 평화'를 찍는 사진 작업은 수행이라 할 만큼 영혼과 열정을 모두 바친 것이다.
(중략)
투병 생활을 한지 6년 만인 2005년 5월 28일. 김영갑은 그가 손수 만든 두모악 갤러리에서 고이 잠들었고, 그의 뼈는 두모악 갤러리 마당에 뿌려졌다. 이제 김영갑은 그가 사랑했던 섬 제주. '그 섬에 영원히 있다.'


이 곳을 방문한 뒤 갤러리가 인상이 깊어서 인터넷을 통하여 김영갑 사진가의 저서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구입하였다. 이곳에 대한 느낌과 도서의 내용은 추후 책을 다 읽고 나면 한 번쯤 언급해보도록 하겠다. 두모악 갤러리는 기대보다 훨씬 더 정갈하게 잘 꾸며져 있었으며, 조각 하나하나에 많은 신경을 쓴 티가 난다. 초입에 "외진 곳까지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쓰여있는 문구는 들어가는 순간부터 훈훈한 정감이 일도록 해준다.


갤러리를 둘러보고 뒤편에 있는 무인카페에서 두 번째 거피를 마시며 떨어지는 비를 감상한다. 날 좋은 날 다시 한번 제주를 방문하면 꼭 다시 한번 와보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평온하기만 하는 두모악 갤러리
찾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김영갑 사진가의 작품들


김영갑 사진가가 실제로 작업을 하였던 공간





금일 저녁은 숙소에서 직접 해 먹기로 한다. 태어나서 한 번도 아들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으셨으니(대충 집에서 챙겨 먹던 것 말고) 이 참에 요리를 해보기로 한다. 20세부터 집을 나와서 혼자 살다 보니 어느 정도 요리에 익숙하며 생각보다 해 먹는 것을 즐겼던 나였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손수 처음으로 요리를 해보기로 한다. 이번 여행에는 처음으로 해보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저녁은 시금치나물 무침과 닭 볶음탕 및 기타 반찬거리, 다음날 아침은 막내 표 떡볶이로 끼니를 때운다. 밖에 나가서 훨씬 더 맛있는 것을 먹을 수도 있겠으나 이런 게 훨씬 의미가 크지 않을까 생각하였다. 나름 맛도 훌륭하였고 어머니와 동생 모두 잘 먹는 거 보니 뿌듯하다.^^  


해안가 드라이브 및 갤러리 투어 등의 여유로운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에 와서 또다시 술잔을 기울인다. 반주를 좋아하는 집이다 보니 부모님 동생 , 나 할 것 없이 반주 및 저녁 후 마시는 한잔의 술에 매우 익숙하다.


그렇게 두 번째 밤은 저물어 간다.

  

장남표 시금치무침과 닭볶음탕
명일 오전 먹은 막내표 떡볶이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날 묵었던 또 다른 게스트 하우스.  

아늑한 제주 돌집, 북스테이 독채 민박 초 - 서동


이곳 역시 젊은 부부가 내려와서  100년 이상된 건물을 손수 수리하여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연락을 하니 직접 입구까지 마중 나와주는 모습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곳곳에는 주인의 세심한 배려와 취향이 묻어나오며 정말이지 홈 / 북스테이의 컨셉에 걸맞게 많은 책들과 소품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루 가격은 12만 원. 특징이라고 하면 이 곳은 그 흔한 TV가 없다. 온전히 푹 쉴 수 있는 쉼터 같은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으니 우리의 목적에 매우 알맞은 곳이었더란다.  주변에 제주도 방문 예정인 사람들이 있다고 하면 나는 고민 없이 이 곳을 추천하겠다.


아늑한 제주 돌집, 북스테이 독채민박 초 - 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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