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조건 속에서 현지와의 멀어지는 경계 사이에서
바쁜 한 주를 보냈다. 한국과 아프리카의 그 중간에서 일을 하면서, 약간의 실수도 있었고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감당해야 했던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 주는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드는 한 주였다. 준비했던 한국 대상 업무를 무사히 마무리했고, 예상치 못하게 은행 내 고위급 회의에도 참여하게 되었으며, 회의를 준비하면서 또 다른 세계를 배웠다. 동시에 나의 한계도 너무나 선명하게 느끼게 되었다. 내가 아직 얼마나 부족한지, 어디까지밖에 보지 못하는지, 무엇을 더 채워야 하는지를 스스로 인정하게 된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한 주는 도망치지 않았고, 나름대로 끝까지 붙들고 있었기에, 잘 마무리했다고 말해보고 싶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내가 여기서 일종의 특권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 그리고 이러한 특권이 과연 나에게 좋은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에서 좋은 기회로 이곳에 와 있고, 이곳에서 보고 느끼는 것들은 분명히 크다. 그런데 동시에 모든 것이 지나치게 잘 갖춰져 있다. 아프리카에 간다고 큰 마음을 먹고 왔지만, 사실 내가 있는 코트디부아르는 생각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좋은 곳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내가 머무는 공간은 더더욱 그렇다.
한국에서도 그렇고, 여기에서도 그렇고, 개인으로 보면 나는 여전히 부족한 사람이다. 하지만 늘 재직 중인 기관의 네임벨류 덕분에 생각보다 많은 존중과 혜택을 받아왔다. 특히 여기에서는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내 소속을 알고 있고, 한국 분들에게도 소속을 이야기하면 최소한의 신뢰와 존중은 이미 전제되어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한 주에는 그 분위기에 잠깐 취하기도 했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내가 속한 조직이 가진 무게 덕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감정은 은근히 사람을 흔든다. 금방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이런 감정이 반복되면 나에게 결코 건강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가 있는 곳은 마치 ‘솔로지옥’의 천국도와 같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밤 10시까지 야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깐 걷고 싶어 주변을 걸었더니, 가드가 위험하다며 무조건 은행에서 택시를 어플로 잡아서 가라고 했다. 내가 보기에는 충분히 안전해 보였지만, 이곳의 기준은 달랐다. 정확히 말하면 위험해서라기보다는, 이곳은 ‘안전한 구역’이고 그 바깥은 그렇지 않다는 구분이 분명한 공간이었다. 은행 안에는 병원, 우체국, 경찰서, 식당, 카페 등 거의 모든 것이 갖춰져 있고, 굳이 바깥으로 나갈 이유도, 나갈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이 이 안에서 해결된다. 그래서 더 섬처럼 느껴진다. 편리하고 안전하지만, 동시에 외부와는 일정 부분 단절된 공간이다.
그래서인지 현지 문화를 깊이 경험할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가끔은 여기가 서울인지, 뉴욕인지, 유럽의 어느 도시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물론 가끔은 점심에 로컬 식당에 가서 은행 식당의 1/5 가격으로 식사를 하며 현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짧은 대화를 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비로소 내가 코트디부아르에 와 있다는 감각이 조금은 또렷해진다. 하지만 그 정도의 접촉으로 충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신이 없다.
이 특권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지금의 환경 안에서 성장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조금 더 바깥으로 나가 현지의 삶과 더 맞닿아 보려는 선택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아마 정답은 어느 한쪽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이번 한 주는 열심히 했고, 부족함을 분명히 느꼈고, 잠시 취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린 한 주였다. 그리고 내가 아직 배워야 할 것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 무엇보다도 지금 이 곳에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엄청난 특권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인정하게 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