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체 사이에서 느끼고, 연결을 고민하며...
개발학을 공부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왜 하필 개발학이냐고 물었다. 경제학도 아니고, 경영학도 아니고, 외교학도 아닌 개발학이라니. 그때 내가 자주 했던 대답은 단순했다. “한국과 아프리카 사이에서 일하고 싶어서.” 많은 개발학도들이 뜨거운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한다. 하지만 조금 더 솔직해지면, 나는 한국 기업들이 아프리카에 더 많이 진출하길 바랐다. 그리고 그 연결의 수단 중 하나가 ODA였으면 했고, ICT나 스타트업과 같은 분야가 그 매개가 되었으면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ODA는 대상국에도 이로워야 하고 동시에 한국에도 분명한 베네핏이 있는, 비교적 ‘보기 좋은’ 정책 도구라고 생각했다. 이상과 현실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은 지점, 그 어딘가에 ODA가 있다고 믿었다.
어찌어찌 지금 나는 정말로 한국과 아프리카의 중간에서 일하게 되었다. 두 지역을 연결하는 펀드를 관리하고, 두 주체의 관계 속에서 업무를 하며, 아프리카 출신 동료들과 한국인으로서 함께 일하고 있다. 업무 내용도, 환경도, 사람도 모두 두 주체가 겹쳐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때로는 한국의 입장을 설명해야 하고, 때로는 아프리카 측의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 외교적 감각이 뛰어나고 말을 부드럽게 포장하는 데 능숙한 사람이라면 꽤 흥미로운 자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꾸며 말하는 데 능숙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이 역할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말의 무게를 느낄 때 부담이 커진다. 은행에서 내가 큰 의미 없이 던진 말이 어느 순간 ‘한국의 생각’처럼 받아들여지는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은행의 입장을 설명했을 뿐인데 그것이 마치 절대적인 ‘아프리카의 진실’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단지 상황을 전달했을 뿐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대표자의 목소리로 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 조심스럽다. 기껏해야 계약직 컨설턴트일 뿐인데도, 나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어느 한 주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신중해진다.
사실 한국과 아프리카의 사이에서 일을 하며, 내가 과연 배우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내가 밥값은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뭔가 계속 바뀌고, 조율은 끝이 없고, 의견은 많으며, 속도는 생각보다 많이 느리다. 그럴 때면 문득 이곳에서 내가 무엇을 얻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배우는 것 이상으로 ‘느끼는 것’이 많다는 점에서 이 시간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방식과 아프리카 현지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방식이 얼마나 다른지, 특히 업무 접근과 의사결정 과정이 얼마나 다른지를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어느 쪽이 더 맞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정답은 없지만, 각자 모두가 정답이라고 믿고 있는 상황 속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옳은지를 가리는 일이 아니라, 그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연결할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내가 해야 할 일은 방향을 결정하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두 주체가 무리 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사이를 정리하는 사람에 더 가까울 것이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필요 없는 역할은 아닐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언어도, 역량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노력하면 되는 일도 있지만,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일도 많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 때로는 가장 어렵다.
그렇게 나는 한국과 아프리카 사이에 있다. 이상적으로만 생각했던 나의 말들이 현실이 되어 있다. 다만 그 사이가 이렇게 복잡하고, 무겁고, 때로는 모호할 줄은 그때는 잘 몰랐다. 어쩌면 지금도 완전히 알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많이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