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절_근무 계약 기간의 반을 흘러보내며

꿈의 시간에서 현실의 시간으로 바뀌는 것은 금방이었다.

by 아비장전

1년 계약의 절반이 지났다. 정확히 6개월이다. 시간은 빠르다고 하기에는 하루하루가 길었고, 길었다고 하기에는 어느새 반이 흘러 있다. 처음 이곳에 올 때 나는 이 시간을 ‘꿈의 시간’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곤 했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꿈이라기보다는 훈련에 가까웠다. 기대와 설렘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마주한 시간은 훨씬 더 현실적이었다.


버팀의 시간들

지난 6개월을 돌아보면 감정의 변화가 컸다. 원래도 기분의 기복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이곳에서는 그 폭이 조금 더 넓어졌다. 한국과는 다른 환경, 다른 속도, 다른 방식 속에서 나는 계속 적응하고 있었다. ‘잘해보자’라기보다는 ‘버티자’에 가까운 마음이었던 것 같다.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하되 판단은 유보하고, 일단 자리를 지키는 것. 어쩌면 이 6개월의 핵심은 성취라기보다 버팀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겉으로는 비교적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실제로 좋은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 더 많았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왜 이곳을 선택했는지 다시 떠올렸다. 책으로만 접하던 공간에서 직접 일해보고 싶었던 마음, 두 지역의 사이에서 실제로 움직여보고 싶었던 마음. 그 이유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냉정한 시간들

최근에는 업무적으로 한 차례 점검의 시간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었지만, 나의 태도와 결과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들었다. 특히 한국과의 관계가 조금 더 단단해지고 있다는 점, 내가 시도했던 몇 가지 실험적인 시도들이 의미 있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계약 이후에 대한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나왔는데, 적어도 내 의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이상 타인에 의해 여기서 돌아갈 일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오히려 고민이 생겼다.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이후의 나는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


물론 개선해야 할 지점도 분명히 들었다. 한 동료와의 사소한 마찰은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내 부족함도 있을 것이고, 문화적 차이도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같은 상황을 두고도 해석이 달라지고, 반응의 속도도 다르다. 예전 같았으면 ‘왜 저럴까’라는 생각에 머물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로 질문이 바뀌었다. 상황보다 대응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 아니라 경험으로 배우고 있다. 이것 또한 훈련이라고 생각하며 시간을 지나보고 있다. 정신승리일지도 모르지만, 그녀가 이전에도 여러 사람들과 갈등을 겪어왔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이 있다는 것을 들었을 때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이 조금 가벼워지기도 했다.


행복의 시간들

결론적으로 지금 이 시점에서 솔직하게 말하면 ‘잘 왔다’는 생각이 더 크다. 내가 관심을 두고 공부했던 지역에서 실제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값진 경험이다. 짧은 인사와 스몰토크, 우연히 함께한 점심 식사, 초대받은 저녁 자리 같은 사소한 순간들도 이전보다 더 또렷하게 남는다. 관계의 밀도는 한국에 있을 때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깊어지고 있다. 여전히 언어는 완벽하지 않고, 모든 상황을 능숙하게 다루지도 못한다. 하지만 처음보다 조금은 더 들리고, 조금은 더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그 부족함을 안고 계속 서 있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는 더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남아있는 시간들

6개월이 지난 지금, 잠시 한국에 다녀올 기회가 생겼다. 떠나와 있는 동안 한국은 얼마나 달라졌을지, 그리고 내가 떠나와 있었기에 더 선명해진 것은 무엇인지 확인해보고 싶다. 어쩌면 이 짧은 시간이 남은 6개월의 방향을 조금은 정리해 줄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의 인연이 코트디부아르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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