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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ewist Dec 30. 2020

난 우울할 때 엠마의 잇몸과 소영의 놀란 눈이 그리웠다

'다리(DARI)'의 <엠마의 ZIP>을 다녀와서 행복해지다.

* 해당 전시는 코로나 방역수칙에 따라 운영이 되었고, 전시 중에도 마스크 착용 및 수칙을 준수하여 참관하였습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집콕'이 답이다. 본의 아니게, 2주에 한 번은 서울에 일이 있는 상황이라, 일정에 맞혀 <엠마의 ZIP>에 가기로 했다. 사실 요즘은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생각할 겨를이 없어, 지선 누나의 동행 제안은 참 고맙게 느껴진다.


전시 전, '엠마'는 나의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켜준 인물이자, 한국에서 활동하는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댄서이며, 엠마누엘 사누가 원래 풀네임이다. 한 5년 전쯤이었을까? 이 역시도 지선 누나가 '너한테 잘 맞을 것 같은 춤 워크숍'이 있다며, '쿨레 칸'이라는 서아프리카 댄스인 만딩고 커뮤니티를 소개해주었다. 중간중간 쉬기도 했고, 지금은 쉬고 있지만 '춤'으로 나의 스트레스를 날려줬던 고마운 존재인 '엠마', 그리고 쿨레 칸을 운영하며 항상 웃고 있는 엠마의 아내이자, 쿨레 칸의 엄마 같은 '소영'. 이 둘은 나의 아프리카에 편견을 없애주고, 지금까지 계속 공부를 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준 고마운 사람이다.


사실 이 전시를 가기 전까지 어떤 전시인지, 무엇이 주제인지도 몰랐다. 솔직히, 엠마가 춤을 추는 줄 알았다. 그냥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웃는 '엠마'와 항상 긍정의 경청을 해주는 '소영'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설레었다. 함께 같이 춤을 춘 진아(그리고 남자 친구분)와 지선을 만나 오랜만에 환하게 '웃는'사람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오랜만에 '웃는' 사람을 만나 어떻게 웃는 건지, 웃어야 하는지 감을 잡는데 시간도 걸렸던 것 같다.


'엠마의 ZIP'은 한국에서 태어난 '미등록 이주 아동'에 대한 이야기를 전시로 풀어내고 있다. 미등록 이주 아동의 어려움을 직접적인 메시지가 아닌, 춤, 미디어아트, 공간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해당 전시의 후원금은 기부로 연결이 된다. 이 프로젝트팀의 이름은 '다리'인데 격리와 거리의 어려움 속에서 지지와 연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의미라고 한다. 사실 지금 정부에서 격리와 거리를 중시하고 있는 상황과의 반대 메시지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육체적으로는 정부의 지침에 따르되, 정서적으로는 '다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나에게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고. (전시에 대한 자세한 내용 : https://blog.naver.com/koulekan/222153059045)

엠마의 잇몸이 너무 그리워 1초만 보여달라고 했다.


2020년 폭풍같은 한 해로 우울한 생각이 많아졌다. 무너지기도 했고,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사실 1주일에 한 번 나를 내려놓고, 춤을 추지 않아 내가 이렇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오늘 엠마와 소영을 만난 후에 느낀 건, 춤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맑고, 밝은 사람들이 그리워서였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쌩뚱맞은 글일 수도 있지만, 약보다 더 큰 행복과 힐링을 '엠마의 잇몸'과 '소영의 놀란 눈'에서 받아 감사함을 정리하고 싶었다.


다리(DARI)의 <엠마의 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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