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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ewist Dec 18. 2020

1인 가구와 '중국 가성비 삼신(三神)가전'의 동거

저렴한 가격과 괜찮은 품질로 우리 집에 습격한 Xiaomi와 Midea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원룸 생활을 시작하였다. 학교 다닐 때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나 같은 사람들은 당연히 '원룸'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돈을 벌기 시작했지만 결혼을 못했기에 '원룸'에서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연초에 올해의 목표가 뭐냐고 친구가 물어봤을 때, '대문을 열었을 때 집이 한눈에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무문이 화장실 문 말고 다른 방 문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웃으며 '원룸 탈출'을  인생의 목표 중 하나로 가지며 지냈다.


그렇게 지긋지긋했던 원룸 생활을 2년 전쯤 마쳤다. 잦은 이직으로 연봉은 낮아지고, 결혼도 아직 못했지만 은행의 도움으로 오래된 소형 아파트에 거주하기 시작했다. 기존에 살았던 원룸에는 사실 '풀 옵션'이라는 어마 무시한 제도가 있어서 그냥 몸만 들어가면 웬만한 것들이 구비되어있었다. 그래서 가구나 가전제품을 그렇게 사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지만, 아파트로 이사를 가니 '노 옵션'이라 모든 걸 다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가전제품은 삼성, LG, 그리고 대우전자만 있었는 줄 알며 '국산' 세탁기, 냉장고, TV로 집을 일단 구성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곧 결혼할 거니 그때 채우면 된다는 야무진 꿈을 꾸곤 했다. 근데 이상하게도 운명의 짝은 만나지 않고, 운명의 중국산 가전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자 친구가 아닌, 중국에서 온 '삼신(三神)가전*'들과 동거를 시작했다. 


*삼신가전이란? 가사 부담을 덜어주는 의류건조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를 일컫는다. 새롭게 등장한 필수 가전 혹은 집안일을 줄여주는 신의 물건이라는 뜻에서 ‘삼신’이라는 표현이 붙었다.(동아일보, 2020.01.29 "가정 평화 지킴이로 뜨는 '삼신가전')




첫 번째 신(神), 건조기를 만나다.

빨래는 세탁기가 하는데 4계절 잘 마른빨래를 만나기 힘들었다. 왠지 퀴퀴한 냄새가 난 적이 많고 누나는 나에게 홀아비 냄새가 난다고 저리 좀 가라고 한다. 그러던 중, 빨래 냄새에 대한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해서는 '건조기'를 사던지, 부담스러우면 '제습기'라도 사서 빨래를 말리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들었다.


그렇게 검색을 며칠 동안 하다가, 월급을 한번 보고 현실과 타협해보니 국산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제품의 건조기는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국내 중견기업의 '제습기'를 우선 샀다. 근데 마르는 것 같긴 한데 성이 안차고, 한번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왠지 뭔가에 씐 듯이 '건조기'를 사고 싶었나 보다. 그렇게 국산 가전을 폭풍 검색하다, 어느 순간부터 저렴한 'Midea'(중국어로는 메이디, 영어로는 미데아, 한국에서는 미디어라고 불린다.)의 일명 '코스트코 건조기'를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중국에서 교환학생 할 때, 미디어 에어컨이 있었는데 나쁘지 않았던 기억이 있었고, 가성비도 좋고, 성능도 괜찮다는 블로그를 맹신하며 30만 원 정도의 가격에 택배로 주문하였다. 30만 원인데, 설치비가 의외로 비싸서 그냥 스스로 설치를 해보기로 했다.


'건조기는 신세계다!'



두 번째 신(神), 식기세척기를 만나다.

누나 부부를 봤을 때, 보통 누나가 요리를 하고 매형이 설거지를 하고. 둘 중에 덜 싫어하는 걸 하는 듯한 느낌이 있다. 근데 난 다 싫다. 요리도 싫고, 설거지하는 것도 너무 귀찮다. 그래서 난 겨울이 좋다. 매일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되니깐, 근데 여름날 며칠 째 설거지를 안 하고 있다가 벌레들을 만나곤 했다. 


근데 주위의 누군가 '식기세척기는 신세계'라며 누군가가 식기세척기를 찬양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만났던 날파리들과 쌓여있던 그릇들이 오버랩되면서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유명 한국 제품들은 너무 비싸고, 설치까지 해야 하니 더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무설치 식기세척기가 있는 걸 발견하고, 블로그를 맹신하기 시작하며, 건조기로 신뢰가 있었던 'Midea' 제품으로 살 계획을 한다. 근데 뭔가 통장에 잔고가 많이 없다. 뭔가 이번에는 요즘 유행하는 '당근 마켓'에서 구매를 해보자. 원룸 생활을 청산하고, 결혼을 하여 처분하려는 분께 인터넷에 20만 원 정도 하는 제품의 2-3인용 식기세척기를 5만 원에 구매하였다.


'식기세척기는 신세계다!'



세 번째 , 로봇청소기를 만나다.

난 청소가 설거지보다 더 싫다. 혼자 살고 있기 때문에 청소라는 걸 거의 잘하지 않고, 누군가가 우리 집에 온다고 했을 때 엄청난 마음가짐으로 청소를 시작한다. 


그러던 중에 광군절 광고가 계속 나에게 유혹을 한다. 샤오미 로봇청소기가 10만 원 대라니... 어차피 청소도 안 하는데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던 찰나 내 눈앞에서 홈쇼핑 광고가 지나간다. 하지만 국산 제품은 너무 비싸다. 이제는 직구 사이트를 이용해 보기로 한다. 알리익스프레스라는 사이트에서 샤오미 모델 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모델을 판매하길래 10만 원 초반의 가격으로 구매했다. 그리고 한 10일 후에 우리 집으로 바다 건너오셨다. 청소를 한번 시켜봤더니 나보다 잘한다. 이 청소기는 미홈(샤오미 앱)이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작동도 하고, 물걸레질도 한다. 중간중간 전선에 걸려서 멈추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청소하는 것보단 훨씬 잘한다.


'로봇청소기는 신세계다!'



삼신(三申) 가전과의 동거 이후

코로나 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고 한다. 물론, 나 역시도 요즘 제일 자주 들어가는 사이트가 '쿠팡' 아니면, 'Q10'이라는 직구 사이트이고 집에 새로운 뭔가를 '저렴'하게 두려고 한다. 최근 한 달 동안 로봇 청소기를 시작으로 샤오미 제품을 참 많이 샀다. '라디에이터', '미니 빔프로젝터', '가습기', '미 TV 스틱' 등 까지 유명한 '가성비' 제품들이 나의 '가심비'까지 만족시켜 샤오미 생태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쓰다 보니, 뒷 광고도 아닌 것이 중국 가전제품을 홍보하는 느낌의 글이 된 것 같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고, 중국 가전이 1인 가구 시장에 자연스럽게 '가성비'와 '가심비'를 공략해 잘 스며들고 있는 점을 공유하고 싶었다. 이미 '가성비'와 '가심비'는 하나의 문화가 된 이상 이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중국에서 잠시 지냈어서 거부감이 적은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주위에서도 '샤오미'나 '미디어(메이디)' 제품에 대해서 부정적이지 않고, 일부는 AS 문제를 삼긴 하지만 아직까지 나의 삼신들은 잔고장도 한 번 없었고 품질도 나쁘지 않다. 


이렇게 찾아든 나의 중국산 삼신과 가전들. 분명 국산 제품들의 우수한 기술력은 인정한다만, 1인 가구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 '중국산 가전'이라는 것보다 더 큰 거부감이 드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뜬금없이 글을 써봤다. 


"누군가는 '중국'에 강한 거부감을 가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도 자연스럽게 찾아온 '샤오미'와 함께 살고 있을 수도 있다. 심지어 그들은 나의 삶의 퀄리티를 높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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