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졸업 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질문
요즘 가장 많이 고민한 문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이다. 고등학교 때, 대학교 때, 회사를 다니면서도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데 아직도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 내가 부끄럽긴 하다. 사실 박사학위를 시작한 이유 중에 하나가 있는데 바로 현장에서 일을 하고 싶었던 열망이 컸다. 실무 경험이 부족하고, 지식이 없어서 박사학위가 있으면 뭐라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빨리 졸업하여 현장에 가기 위해 기를 쓰고 논문을 썼다.
졸업을 하니 마음이 조금 바뀌었다. '나이'가 먹어가기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들이 있었고, 결국 현장에 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거면 현장 경험 다음 진로로 생각하는 연구기관에 일하는 것은 어떨까 했다. 물론 현재의 일들이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 박사 지식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상황에 대한 Quick 대응반안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에 몇 개 기관에서는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문턱에서 좌절하기를 반복했고, 주위에서도 합격하여 떠나는 이를 보며 조급해졌다.
올해 상반기에 벌여놓은 일들이 많아서 크게 여의치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바쁜 일들을 수습할 때가 되니 생각이 더 많아졌다. 길진 않았지만 부담으로 느껴졌던 책 집필 작업과 능력 밖이지만 욕망으로 시작한 이번학기 수업까지 모두 시간이 해결해주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마무리를 지었기에 성취감으로 가득 찰 줄 알았는데 책이 나오고, 수업도 끝이 나니 이 모든 감정들이 성취감보다는 자괴감이 더 컸다. 나는 왜 이렇게 있는 것인지, 과연 도대체 제대로 한 게 있긴 한 건지, 일만 벌인 것은 아닌지, 과연 열심히 한 것인지, 내가 달려온 길이 맞는지, 현장을 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등...
다시 생각해 보면 항상 이런 시간들은 꼭 필요할 때 찾아오긴 했다. 자만함을 가지고 있을 시기에 하늘에서는 어떻게 또 알고 '경고'를 주는 것인데, 최근 나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이런 '경고'가 필요한 시기가 확실하다. 약간 '취했다'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고, 과거의 어려움을 깨끗하게 잊고 자만한 나를 이따금 만나기도 했다. 결론은 다시 박사학위를 하기 전인 원점으로 돌아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고, 왜 박사학위를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져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나태한 마음이 다시 긴장을 잡고 겸손해지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시간이 나중에는 웃을 수 있는 날이 될 것을 믿고 다시 달려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