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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K 박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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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ewist Jan 09. 2021

들어올 때와 나갈 때 마음이 다른 곳

코로나 시대에 카공족이 집공족이 되었을 때

집에서는 절대 공부를 못하는 유형이라, 카페에서 주로 공부를 하곤 했다. 집 앞에 있었었던 한 프렌차이즈 커피숍은 일부 공간을 '카공족'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 놓았었다. 영업상 회전율에서는 분명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하루 종일 있으면서 아침, 점심, 저녁까지 해결하곤 했으니 생각보다 비용 지출은 컸다. 오히려 이 프랜차이즈는 카공족 덕분에 매출이 더 늘었다는 기사도 보았다. 물론, 독서실이나 스터디 카페가 더 경제적인 것 같기도 했지만 비용적인 면보다는 그냥 그 공간이 좋았고, 그냥 앉아라도 있으니 뭐라도 눈치보지 않고 보는 곳이라 심신적 위안의 공간이었다.


코로나 여파로 그런지 나의 최애 공간은 영업 종료를 하였다. 그러고 나서 나는 새로운 최애 공간을 찾기 위해 방황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카페에서 커피 섭취 자체가 불가능해졌고, 카페는 산만한 나를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몇 안 되는 공간이었는데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렇게 학교 자습실을 이용하려고 했더니, 코로나로 인해 건물 폐쇄를 결정했다고 하고, 결국 죽어도 공부가 안 되는 '집'에서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사실 공부를 하겠다고 공부방으로 꾸며놓은 공간이 있는데, 앉아 있으면 왜 이렇게 불편한 것이 많고, 재밌는 것이 많은지. 쇼핑몰에서 집안 전자제품을 하나씩 채우기 시작했고, 구독권 서비스를 추가로 결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침실과는 어찌나 가까운지, 조금만 하기 싫으면 바로 이불속으로 들어가거나 TV를 켜기 시작했다. 비로소 느낀 건 카페의 비용과 약간의 불편함이 나를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드는 생각은 카페도 그렇고, 내 공부방도 그렇고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가짐이 참 달라진다. 들어갈 때는 '열심히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계획을 짜 볼까'하면서 몇 시간이 지나가고 한두 시간 하다가 '좀만 쉬다 해야지'라고 생각하다가, '집(침실)에서 해야지'라고 하다가 어느 순간, 그날은 그렇게 공부의 끝이 나곤 했다. 물론 다른 점이 있다면 집에서는 마음가짐도 약해지고, 공부 집중 시간도 줄어들어 있다는 점? 


나의 이런 행태를 자각했을 때, 회사를 다니면서 계속 학위를 위해 공부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평생 공부는 해야 해'라는 말을 손수 실천하고 있는데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공부를 하면서도 아직까지 붙잡고 있는 나를 어떻게 봐야 할지. 전공이 너무 재밌다는 자기 위안을 언제까지 하고 있을지. 카페의 핑계로 언제까지 공부를 안 하고 있을지.


그냥 그런건 아닐까? 카페에 앉아서 마스크 벗고 커피 한 잔이 하고 싶은 건 아닌지. '코로나'시대에 기존의 소중했던 것에 대해서 소중한지 몰랐던 자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며, 다시 침실에 가 조금만 쉬고 공부를 하기로 했다. 코로나여 어서 끝나 커피숍에서 커피한 잔 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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