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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ewist Dec 30. 2020

코로나 시대에 석ㆍ박사라도 시작해보겠다는 직장인에게

회사 다니면서 석사를 졸업하고, 박사를 하는 중인 샐러던트의 공유

회사에서 일하면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지 6년이 지났다. 2015년 개발학 석사를 시작하였고, 졸업이 상대적으로 오래 걸려 2019년 2월에 졸업하고, 바로 같은 전공으로 박사를 시작하여 지금은 수료 상태이다.


석사 프로그램은 실무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개발학 실무가 부족했던 나에게 배울 점이 너무 많은 프로그램이었다. 갓 회사를 들어간 신입사원에게 실무와 학업을 함께할 수 있어서 실력이 향상되는 게 눈에 보여서 좋았던 것 같다. (물론 착각이었지만) 특히, 토요일에만 수업이 있는 전문대학원이라 시간적인 제한은 크게 없었고, 토요일 결혼식 불참으로 인해 인간관계는 좁아지긴 했다. 반면, 박사는 학문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어서 논리적인 지식이 부족한 나에게 많은 것을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공부할 두뇌는 아닌데, 이렇게 멍청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부족함을 느낀다. 사실 석사를 할 때 논문을 제대로 보기보다는 실무적인 부분에만 집중하여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못했지만, 반면 박사를 시작하면서 논문도 보고, 그리고 논문도 쓰면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다른 자료'를 찾을 수 있어서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비록, 내 정신은 피폐해지고 있고, 매일 논문 써야 하는데라며 찝찝함을 달고 산다.


오늘 글을 쓰는 이유는 코로나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우울해졌지만, 학업에 대한 열의는 대단해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내가 박사를 시작할 때 '미쳤다'라고 하던 주위의 직장 다니는 사람들이 갑자기 석박사를 시작하려는지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풀타임 학생으로 공부한 사람이라면 내 글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 회사의 다음 Step을 고민한다거나, 학교나 전공의 세탁(?)이 필요하다거나, 뭐 진짜 공부를 하고 싶을 수도 있는 사람들이 보면 좋을 것 같다.


돈이 많이 든다.

회사에서 지원해준다면 너무 좋겠지만, 아니면 국립대라면 크게 부담은 없겠지만.. 난 그런 회사와 그런 학교에 다녀본 적이 없다. 그래서 항상 돈은 없었고 학비를 내는 시기에는 돈이 더 없어졌다. 결혼한 분이라면 더 많은 눈치를 봐야 할지도 모르고, 결혼을 안 한 사람이라면 약간의 취미생활은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 장학금도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난 받아본 적도.. 그리고 풀타임 학생이 아닌데도 많이 주는 학교가 많은지도 잘 모르겠다.


학부, 석사 때 사실 학자금 대출을 하지 않고 어떻게든 꼬박꼬박 학비를 냈는데, 박사 때는 사실 학자금 대출을 하였다. 학자금 대출은 엄청난 만능 대출이다. 2% 내외의 이자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학자금 대출이자도 지원해주기 때문에 당신의 레버리지를 늘릴 수 있다. 아, 그리고 학비로 연말정산 많이 받을 수 있겠다.


시간이 많이 든다.

회사의 일은 내가 가늠할 수 없기에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퇴근 후에 수업을 듣는 경우, 주말에는 온전히 수업에 올인해야 하는 경우. 팀 과제라도 있다고 한다면 저녁, 새벽까지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은근히 속박에 화가 나기도 할 것이다. 일도 제대로 못하고,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딱 그 중간 범위에서 왔다 갔다 하면 미안한 상황들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돈과 시간이 많이 들지만, 그래도 내가 석박에 대해서 추천하는 이유는 있다.


시간은 간다.(= 학위는 갖게 된다.)

석사의 경우에는 크게 학위를 받는데 오래 걸리진 않는다. 그리고 직장인들이 주로 다니는 MBA, 전문, 특수 대학원들이 많기 때문에 선택의 폭도 넓다. 시간은 가기 때문에 언젠가는 학위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처럼 논문 없이 졸업하는 경우도 은근히 많다. 


배운다.(= 자기 계발 압박에서 벗어난다.)

학위뿐만 아니라, 과제나 연구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 많다. 어떻게든 듣게 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야 하기 때문에 놀진 않는다. 그래서 2년 동안 '난 학교를 다녔다'라는 만족감과 '놀진 않았다'는 상대적인 위안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난 자기 계발하는 직장인!!" 이런 느낌으로.

하지만 박사는 수료까지는 어떻게 해볼 수 있겠지만, 졸업까지 하려면 논문을 써야 하기에 수료에서 마감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이건 시간이 가면 갈수록 해결되지 않는 것 같다.


사람을 만난다.(=네트워크가 확대된다.)

대학원에서 다양한 인맥을 만날 수 있다. 매번 같은 회사의 사람들만 만나다가, 다른 분야 다른 회사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으로 상당한 네트워크가 확장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사람들을 만나기 힘들어지는데, 열정적인 사람들을 만남으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


이 밖에 난 지금 박사를 하면서 정말 만족하며 일과 공부의 중간에 있는 것 같다. 많이 배우고, 많이 느끼고 있기 때문에 시작하지 않았으면 보지 못할 세상들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졸업을 위한 논문을 써야 해야 하기 때문에 관심 분야에 대해서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리고 부족한 지식에 대해서 지도교수님의 조언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 다음 Step을 위해 꿈을 꾸고 있는 점도 좋은 점인 거 같다.


사실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이 투자가 되어야 하기에 "왜? 석사를?"이라는 답변에 "코로나 때문에 뭐라도 해보려고"라는 답변인 분들은 시작을 하지 않는 편이. 명확하게 공부를 더 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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