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이럴때 퇴사하고 싶어지더라
작년까지만해도 존버는 승리한다. 엄마로서의 성공은 이곳에서의 정년퇴직일것이다. 내 여기다 뼈를 묻으리라. 하며 살았는데 저 또한 두번의 육아휴,복직을 겪으며 수 없이 퇴사를 고민했던 기억이 나네요(이제는 추억이..)
제가 직장맘으로 살기를 포기하고 싶었던 몇가지 포인트가 있었는데 그중 아이 아플때가 가장 컸어요.특히 첫째때.. 육알못 엄마에게 아이가 고열로 응급실 가는날은 세상이 무너지는 날입니다.
애는 지금 응급실에 있는데 다음날 사내 교육을 가야한다거나 수족구나 구내염 등의 전염병으로 등원을 못하는데 마냥 연차까먹기만 할 수 없을때.. 가장 많이 고민하고 일과 육아 사이에서 갈등을 많이 했던것 같아요
코로나로 정부에서 [가족돌봄휴가]를 시행하고 저는 복직하자마자 휴가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그게 뭐라고 "저…과장님….이런 제도가 있다는데요 이러이러해서 제가 휴가를 써야할것 같습니다..하하" 하면서 결재받았던 기억이나요. 이제와서 그러고 얼마 뒤 이렇게 퇴사할줄 알았더라면 남은 돌봄휴가까지 영끌해서 다 쓰고 나올걸 그랬네요^^
그리고 애들은 왜 주기적으로 안간다고 떼를 쓰는지요….? 둘째가 태어나기전 첫째의 진상력은 하늘로 치솟았고 아침마다 안간다고, 엄마도 가지말라고 울고 불고...하며 통제 불가능한때가 이따금씩 찾아왔어요. 잠든 아이 깨워서 옷입히는게 짠 하다가도 빨리 나가야 하는데 고집불통 시위만 하고 있을때, 시계와 아이를 번갈아보며 현타가 오게 된다죠. 그렇게 서너살 짜리 애랑 씨름하다 종종 지각도 하게 되고요. 나중엔 그냥 회사야 날 해고해라…하며 자포자기했던 적도 있었어요^^
저 대신 아이 양육을 맡아주시는 부모님과의 갈등도 고민이었어요. 어쩌면 앞서 소개한 퇴사를 고민하게 만드는 두가지의 상황보다 이게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나 싶어요. 친정 엄마도 일하시고 집에오면 또 다시 손주육아가 기다리고 있으니 연세드신 몸으로 보통일은 아니셨을거예요. 아이는 이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관절이며 허리며 이곳저곳 건강에 이상이 생기다보니 부쩍 예민해지셔서 말한마디에 날이 서기도 하고요
제가 서글서글하지 못한 탓에 말 한마디 따듯하게 건네서로에 대한 서운함은 계속 불어났어요. 이게 단기간에 끝날 문제가 아닌걸 알기에 계속 마음의 짐으로 쌓이다보니 그게 참 힘들더라구요.
어느날 다리를 절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붓는 엄마를 보니 더이상은 안될것 같았어요. 혹시 그래도 직장생활을 이어나갈 명목이라도 찾고자 퇴사를 결정하기 일주일전 시부모님께 아이들 양육을 부탁드렸어요. 하지만 단칼에 거절당했습니다ㅎㅎㅎ며느리와 이래저래 갈등이 생길것에 대해 우려하시는것 같았어요.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아 이건 그 누구도 아닌 우리끼리의 문제구나. 라고 느꼈지요. 그때 확고해졌어요
퇴사하자! 퇴사 거 쫌 하면 어떤가- 퇴사한다고 인생 안망해!
회사 내부적으로는 더 바빠질거라했고 그럴수록 저는 더 친정에 의지하며 살게 될거 같았어요
시어머니께서도 거절하셨는데 제가 더욱이 친정엄마에게 황혼육아를 강요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이 [맘고리즘]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제가 결단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저는 누구보다도 ‘짧게(?)’ 고민하고 사직서를 냅니다. 그리고 자유로운 영혼 도비가 되었네요.
그런데 이것들은 어쩌면 퇴사하기 위한 저의 핑계 였던것 같아요.
아이들을 위해서 퇴사했다면 저는 지금 이전보다 훨씬 관여도 높은 육아를 하는 중이어야 하고 더 이상 부모님께 양육 도움을 받지 않는게 맞잖아요. 하지만 오히려 퇴사 후 더욱 바빠진 자발적 워킹맘이 되었으니 말이예요.
맞아요. 사실 개인의 이득만큼 중요한 것은 없죠
진짜 퇴사를 마음먹게 된 진짜 내면의 제 속이야기는 다음편에 이어 써볼게요 :)
브런치에서의 제 첫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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