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고 살 밥에
새해 첫 날, 냉장고가 멈췄다. 엄마네서 아침을 먹고 집에 와서 냉장고를 여닫는데 응? 이상하게 온기스러운 이 너낌. 확인해보니, 냉장-냉동 양쪽 온도가 무려 8-9도 바깥보다 따셔, 추위를 피해도 되겠어. 냉장고 전면 상단에 붙은 좁쌀보다 작은 모델명을 찾아 냉장고 브랜드 홈피에 증상을 적고 as신청하니 바로 다음날 출동한단다.
이 냉장고는 2012년 12월 지금 집으로 이사오면서 구입했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가전계의 광고말씀이 이 경우인지는 모르겠지만, 하튼 제 수명을 다 한 걸까, 냉장고 가격을 찾아보게 했지만 그보다 더 급한게 있었다. 냉장고가 영상의 온장고가 되었으므로 내용물을 다 빼야 했다. 그릇그릇, 재료재료, 봉다리봉다리... 김냉도 없으니 베란다로 베란다로.... 내보냈다.
살면서 요며칠 최강 한파가 이리 또 반갑고 감사한 일은 처음이다.
그리고 2일 오전, 기사님이 오셨다. 진단인즉, 냉장고 모터가 다됐고 교체 가능한데 비용은 30만원. 지금까지 모터 교체를 한 적이 없어서 그럼 모터만 바꾸면 되겠네 하는데 기사님이, 근데 이 안에는 배관이란 게 있어요. 그 배관은 보통 10년이 지나면 부식할 수 있거든요. 그건 교체가 불가능하고 부식되면 바로 냉장고를 바꿔야 한답니다. 아직은 괜찮은데 벌써 13년이 넘어가고 있어서 언제 배관이 고장날지 몰라요. 모터 교체는 오늘은 어렵고요, 부품을 가지러 갖다와야 해서 내일 12시까지 올 수 있습니다, 하신다.
순간 그럼 냉장고를 새걸로 바꿔야 되나 1분 미만으로 흔들리다가 모터 교체를 하기로 했다. 고장도 나지 않았는데, 고장날지 모른다는 이유로 바꾼다는 건 살아있는 냉장고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으므로.
하튼, 그래서 오늘 3일, 기사님이 납시어 약 2시간의 모터 교체 작업을 하고 냉장고 온도 설정을 해놓고 가셨다. 가신지가 언젠데(7시간 경과), 아직 우리 냉장고는 여태 영상이다. 이게 설정 온도까지 내려가려면 냉동고는 하루도 걸린단다. 진짜 기어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바깥 온도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낮부터 날씨가 푹해졌다. 어제 그제, 자빠진김에 쉬어간다고 내용물 뺀 김에 냉장고 청소하고 냉장고에서 나온 식재료들 쓴다고 손에 물 마를새 없이 씻고 자르고 지지고 볶았는데. 어지간하면 앞으로는 그득그득 채우지 않고 그때그때 알맞은 장을 봐서 먹고 살자고 다짐한다.
#냉장고몇년까지써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