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는 못 살아]

- 먹고 살 밥에

by 유니크한 유니씨


결국 새 냉장고다.

모터를 교체한 후 24시간이 지나도록 냉장고 온도가 떨어지기는 커녕 계속 9도- 22도를 유지하다 급기야 냉동고 온도가 25도까지 올랐다. 다시 as신청, 기사님이 오셨고 냉장고 뒷판을 또 뜯어 살펴본 결과, (문제의 그)배관 부식이 원인이었단다.


그러니까 모터를 새로 교체했으나 이와 협응하는 다른 부분들의 노쇠함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말씀인데. 납득이 되다가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사전에 배관 부식에 언질을 주었으니 그것이 부식될 수 있다 쳐도, 해필이면 모터를 갈자마자, 냉장-냉동 기능이 돌아온 것도 아닌데, 새로운 모터는 써보지도 못 한 채로 냉장고를 바꿔야 한단 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납뜩이고 나발이고 그게 그렇다는데. '그럼 전원은 뽑도록 하겠습니다', 흔들림 없이 집행하시는 기사님께 납뜩을 찾아봤자 어디있겠나 그 납뜩- <건축학 개론>에 있다(쏴리).



IMG_7537.JPG 12월의 #한강산책 - 이 사진은 내용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그냥 내 맘에 드는 사진임을 양지해주시길



그리고 더 큰 놀라움이 이어졌다. 냉장고 뒷판을 뜯고 살피고 지지고 볶던 기사님은 다시 뒤를 개벼웁게 여민 다음, 어제 긁은 모터 금액을 환불 처리 하시고는 짐을 챙겨 으쌰 일어나신다.

-아니, 기사님. 냉장고 새로 바꿔야 된단 건 알겠는데요, 그래도 여기... 어제 새로 단 모터는 가져가시죠. 우리 냉장고에 붙어있으면 쓸모가 없지만 그래도 새 건데(연구라도 하시든가), 가져가세요.... 쓰지도 못 했는데 아까운 부분이잖아요.

=아, 아닙니다. 이게 용접을 한 거라(용접 뗄려면 또 불 써야 되고 시간 든다, 다음 집도 가야되는데...)... 그리고 AS는 새 제품을 쓰는 게 원칙이라서요.


개봉하자마자 못 쓰게 되어버린(쓰레기가 된) 새 모터를 장착한 회생 불가한 냉장고 덩어리. 무슨 설치도 오브제도 아니고 정말 넘나 기괴하면서도 이상스럽다. 바쁘고 빠르게 현관문을 나서는 기사님의 발소리가 멀어지고 애초에 예상했던 결과와도 완전 멀어진 현실이, 무겁고 무력했다. 환불이 문제 해결의 끝인가. 이런 식으로 버려지는 소모품들과 고장난 물건들은 이제 또 지구 어느 구석에 쌓이게 될까.


1일부터 6일까지 꼬박 엿새를 냉장고에 허덕이면서,

냉장고 없이도 살 수 있겠다는 초긍정적인 생각(그러나 겨울 한정),

대기업들은 자원 순환 따위 아예 생각도 없는 시스템으로 돌아가는구나,

그러니 ESG니 CSR 같은 건 그냥... 그린 워싱의 또다른 버전이겠다...


냉장고 주문했다, -대기업 것, 대기업 쇼핑 채널에서, 대기업 카드 할인 이빠이 받아서-

자본주의 망하고

인간은 멸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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