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 속해 있지만, 나는 혼자였다

by 솔의눈

'신사업'이라는 단어가 심장을 뛰게 했다.


새로운 시장, 아직 아무도 가지 않은 길, 내가 처음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 이전 회사에서 5년째 같은 사이클을 반복하던 나는 그 단어에 마음이 끌렸다. 팀에 마케터가 나 혼자라는 말을 듣고 잠깐 흔들렸지만, 10년차 과장급이면 혼자여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팀원들과 회의를 하면 묘하게 핀트가 어긋났다. 마케팅 용어를 쓰면 설명을 덧붙여야 했고, 내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흐름이 여기서는 전혀 당연하지 않았다. 틀렸다는 게 아니다. 그냥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 사이에 혼자 있는 느낌이었다. 의논할 상대가 없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큰 고립감을 만들었다.


더 힘든 건 따로 있었다.

이전 회사에서는 명확한 흐름이 있었다. 기획하고, 실행하고, 성과를 분석하고, 다시 개선하는 사이클이 있었고, '지금 이쯤에 있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근데 여기서는 그 흐름 자체가 없었다. 제품 개발은 기약 없이 늘어졌고, 나는 할 일을 억지로 만들어서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포트폴리오에 쓸 수 있는 결과가 없고, 배웠다고 말할 수 있는 경험도 애매했다. 이걸 경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게 말로만 듣던 '물경력'인가. 차라리 공백기간이었지만 맘편히 쉬기라도 했을텐데 회사에서는 그럴 수도 없었다. 이직하고 적응기인데 혼자 너무 심각한 건 아닐까 싶다가도, 이 시간이 앞으로의 나를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나는 이 회사를 커리어의 종점으로 생각하고 온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팀 분위기는 꽤 평온했다. 다들 나름대로의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큰 불만 없이 하루를 보냈다. 그 속에서 나만 혼자 동동거리는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이 팀에서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그 질문에 답을 찾기 전에, 팀이 먼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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