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이게 요즘 유행이라서요

밈을 활용한 콘텐츠! 근데 팀장님이 그 밈을 모를 때

by 솔의눈

우리 팀의 유일한 20대 A 씨.

어느 날 콘텐츠를 기획해서 팀장님께 보고 드렸다.

요즘 SNS에서 자주 보이는 카메라 필터를 활용한 콘텐츠였다.


우리 브랜드에 어울리기도 하고, 타깃층이 이제 막 따라 하기 시작한 따끈따끈한 유행이라 브랜드 계정에서 활용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이기도 해서 '오, 역시 20대'하고 속으로 감탄했는데 팀장님 생각은 조금 달라 보였다.


#네모네모빔 스노우필터를 활용하면 위와 같은 이미지로 만들수있다


팀장님의 SNS 계정 알고리즘에는 아마 이런 콘텐츠가 뜨지 않았던 모양이다. 일단 이게 유행인지 아닌지 모르겠고, 유행이라고 해도 어떤 포인트에서 이게 재미있는지 이해가 안 가는 것 같았다. 본인이 저장해둔 벤치마킹 콘텐츠를 보여주며 '왜 이게 재미있는지'를 열심히 설명하는 A 씨를 보며 예전 직장 상사가 떠올랐다.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게시물이 없던 그때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밈을 습득하곤 했다. 2~3개 커뮤니티를 눈팅하다가 동일한 드립을 발견하면 언젠간 콘텐츠에 활용하려고 북마크를 해두었다. 그러다가 이거다! 싶은 드립이 있어 야심 차게 카피에 적용해 팀장님께 보고를 올렸는데 반응이 너무 싸늘한 것이었다. 당시 팀장님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전혀 모르는 분이었다. 나는 이 드립의 유래와, 웃음포인트가 무엇인지 열심히 설명했지만 어쩐지 설명하면 할수록 처음 기획할 때 느꼈던 재미는 떨어지고 머쓱해졌다. 꼭 혼자 인터넷에서 웃긴 것을 발견해서 엄마에게 보여줄 때랑 비슷한 기분이랄까..

엄마는 나와 웃음포인트가 다르다


팀장님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자신감이 떨어진 나는 "앗, 그럼 다른 걸로 다시 기획해 볼게요!"라며 내 기획을 포기하고 말았다.


다행히 A 씨의 콘텐츠는 선배팀원들의 호응에 힘입어 컨펌을 받아냈다. 지금의 팀장님은 논란의 소지가 있지 않는 한 팀원들의 아이디어를 존중해 주신다. 공감하지 못하는 유행이라고 해도 담당자의 기획의도를 믿어주시기 때문에 '혹시 팀장님이 이 밈을 모른다면..'이라는 걱정 없이 마음껏 아이디어를 쏟아낼 수 있다.


<노희영의 브랜딩법칙>(저자 노희영, 21세기 북스)에서 '마케팅은 백코에 한코'라는 말이 나온다. 백 번 행동했을 때 그중 하나가 얻어걸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SNS 콘텐츠는 많은 시도를 해보면서 우리 브랜드에 맞는 결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러다가 그중 하나가 '알고리즘의 은혜'를 입어 대박이 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려면 100코, 200코를 마음껏 시도할 수 있도록 해주는 환경도 중요한 것 같다. 단순계산으로 100코에 1코가 성공한다면 200코를 뜨면 2코, 300코를 뜨면 3코의 성공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A 씨의 네모네모빔이 꼭 인기게시물 탭에 뜰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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