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사 디자인팀에 신입사원 2명이 들어오고, 기존 막내였던 주현영이 흔히 말하는 '젊은 꼰대'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팀원부터 팀장까지 겉으로는 하하호호 웃지만 속으로는 상대방을 대차게 까는 이중적인 모습이 웃음 포인트다.
출처 :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첫 편을 보고는 나도 주현영과 그 선배들의 '젊꼰' 노릇에 신나게 웃었는데, 회차를 거듭할수록 마냥 재미있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졌다.
신입사원이 근무시간에 에어팟을 끼고 있어 선배나 팀장님의 호출을 듣지 못한다거나,다 같이 회식을 하러 갔는데 고기가 타든 말든 지켜만 보는 모습,점심시간에 바로 내 앞에 수저통이 있는데도 수저를 놓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모습 등은그 모습을 속으로 욕하는 주현영을 '젊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내가 봐도 '좀 아닌데..' 싶은 것이다.
나도 근무시간에 에어팟을 낄 때가 있지만 정말 집중을 해야 할 때만 낀다. 대신 주변에서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음량을 조절한다.
음악을 듣느라 옆에서 두 번 세 번 불러도 인지도 못하는 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막내가 무조건 잡무를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본인 앞에 수저통이 있다면 수저를 놓고, 팀장님이 '프린터에 인쇄된 것좀 확인해줘요' 했을 때 내 자리가 프린터 앞이라면 인쇄물을 가지러 가야 하는 게 아닐까?
우리 회사에도 20대 직원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그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끔 혼란스럽다.
물론 절대로 "이런 건 막내가 좀 해요!^^"라는 말을 입밖에 꺼내지 않지만,속으로는 '눈치껏 먼저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드는 것이다.
대놓고 말은 못 하고, 먼저 해주길 마냥 기다릴 만큼 느긋한 성격도 아니라서 잡무가 생기면 그냥 내가 해치워버린다.
근데 하면서도 마음속에서 '이런 건 막내가 해야 하지 않나..? 굳이 내가..?'라는 생각과 '아니, 이런 발상 자체가 내가 젊꼰인건가?!' 하는 생각이 충돌한다.
나 역시 수저를 놓고, 고기를 굽고, 인쇄물을 가져오고, 우체국에 다녀오는 일들을막내 사원으로서 당연히 해왔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후배들에게 그런 모습을 기대하게 되는 것 같다.
20대 후배와 소통할 때 '젊꼰'이라는 개념이 많은 것들을 주저하게 만든다.
아직까지는 꼰대 노릇을 하고 싶은 마음과 꼰대가 되기 싫은 마음이 충돌하지만, 최소한 후배와 동료직원들에게 젊꼰 취급을 당하지 않으려고 말과 행동을 아끼고 아낀다.
지금의 MZ세대 직원들도 나중에 새로운 막내가 들어왔을 때 이런 마음속 갈등을 겪을지 궁금하다.
얼마 전 읽은 이금희 아나운서의 책 <우리, 편하게 말해요>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내비게이션은 상대가 원할 때만 켜야 합니다. ~ 하지만 켜지도 않은 내비게이션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라떼 타임'이 되는 법입니다.
입 닫고 꾹 참고 자주 웃어주고,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슬며시 물어올 겁니다. "선배님, 시간 있으세요? 그럴 때 나의 한마디는 모르는 길에서 켜놓은 내비게이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