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쓸모있는 심리학] 리뷰_1

로저스의 인간중심치료를 중심으로

by 전문상담사 이희
세상에서가장 쓸모 있는 심리학_강현실 글, 이혜원 그림

1학기 또래상담(이하 또상) 동아리를 마무리했다. 처음 이 학생들을 만나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시간도 이제는 다 흘러 갔고 기억과 기록이 남았다. 즐거운 여름방학을 기다리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지난 한 학기 또상을 돌아본다.


다른 사람을 꾸중만 하는 꾸중이, 사람을 마주보지 않고 휴대폰만 몰입하는 몰입이, 집에 언제가요만 질문하는 무기력이, 너무 예쁜데 자신이 예쁜 줄 모르는 안쓰럼이, 자신에게 과하게 엄격한 저체중이, 연령보다 말과 행동이 발랄했던 발랄이, 자신만의 굴 속에서 나오지 못하는 동굴이, 항상 졸려하는 잠잠이.

이번 우리 또상은 일반 또상과 다른 각자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으로 구성했다. 심리정서적인 어려움을 안고 있고 다른 일반 동아리활동을 하기가 어려워서 온 응급실 같은 또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학기 동안 우리는 JTCI(청소년 기질 및 성격 검사), 문장완성검사, MMPI-A, 우울척도 검사 등을 체험해 보았고, 영화 치료를 통해 영화 속 인물과 대화의 장을 열어보기도 했다. 지난주 1학기 마지막 동아리 시간에는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심리학」(강현실 글)을 함께 읽어보았다. 이 책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쓴 글로, 이해하기 쉽게 심리학에 대한 일반적인 이론을 보여주고 있다. 심리학을 다룬 글은 추상적이어서 이해하기에 피곤한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구체적인 사례, 짧고 쉬운 문장, 유익한 인사이트 등을 담고 있어서 학생들과 함께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심리학이 우리 일상의 곳곳에서 만나는 정서들과 관련되어 있는 쓸모 있는 학문이라는 메시지도 주고 있었다.

이 책은 7개의 이야기들로 구성돼 있다. 사랑받고 싶어하는 나(지그문트 프로이트). 내가 싫어하는 너의 모습(카를 융), 끊임없는 비교와 열등감에 힘들다면(알프레드 아들러), 심리학은 과학 실험이다?(빌헬름 분트), 지금 그 행동을 고치고 싶다면(프레더릭 스키너), 무기력하고 우울하다면(칼 로저스), 긍정의 힘은 진짜 있을까?(마틴 셀리그먼) 등이다. 우리는 이번에 ‘무기력하고 우울하다면(칼 로저스)’ 부분을 함께 읽어보았다. 한 사람씩 한두 단락씩 돌아가면서 약 20페이지 가량을 읽었는데, 우리가 함께 읽는 것이가능했다는 사실에 감탄 감동했다. 그래! 우리가 이것이 되는 그룹이었어!!


이 부분을 교독하면서 한 학생의 어려움을 발견했다. 사랑스런 발랄이가 난독의 증상을 보였다. 문장의 줄을 헷갈려하면서 읽은 줄을 또 읽거나 한두줄응 건너 띄고 읽는 것, 단어를 바꿔서 읽어버리는 것, 조사나 어미까지 정확히 읽어내지 못하는 것 등의 모습이 있었다. 영어 what, why 등도 읽을 때 헷갈릴 때가 있다고 말하는 걸 보고, 발랄이의 특성이 이해되었다. 현재 고3인데 이 아이는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학습하고 있었을까? 부모님은 알고 계실까? 이어지는 질문들을 안고 다른 학생들과 대화를 진행했다.


로저스의 인간중심치료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 공감적 이해, 솔직성”



인간중심치료를 주장한 로저스는 내가 원하는 내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3가지를 이야기했다. 그 3가지의 환경만 제공된다면 사람이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다고 보았는데, 그 세 가지란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unconditional positive regard), 공감적 이해(empathic understanding), 그리고 솔직성(genuineness)이다.

무조건적이고 긍정적인 존중이 필요한 이유는 사람은 누구나 긍정적으로 존중받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고통을 당하는 이유는 ‘가치의 조건화’ 때문이다.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가고 사랑받기 위해서 조건을 충족시키는 삶을 선택할 때마다 우리는 더욱 고통스럽고 우울하고 무기력해진다.

공감적 이해란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거다. 공감적 이해가 얼마나 힘든 건지 얼마 전 초등생 딸과의 대화에서 또 한 번 느꼈다. 열심히 공감적 이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답답했던 딸의 외침. “엄마는 상담선생님이라면서 지금 공감을 안 해주잖아! 이야기하기 싫어요.”

어렵고 또 어렵지만 그가 원하는 삶을 살도록 도와주고자 한다면 그 힘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 이 과정 중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솔직성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과정 중 곁에서 지켜보기에 속상하거나 화가날 수도있다. 이때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해야한다. 그래야 신뢰가 깨지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도 화가 나 있는데 공감적 이해를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면 이것은 누가봐도 거짓이다. 속상해히는 딸에게 그저 미안해하거나 그래서 어쩌라고 식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너의 입장에서는 공감받지 못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엄마도 노력하고 있는데 대화가 잘 안되고 있어서 속상해”라고 말하는 것이 솔직성이다.

이날 로저스를 배운 아이들은 짝을 지어 이런저런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진행했고(또래상담) 대화하면서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이 어려웠다고 이야기했다. 대화 중 상대방을 이미 판단하면서 “이렇게 해, 저렇게 해” 등으로 지시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하는 아이들이 대견했다. 이렇게 이번 주에도 로저스 닥터덕분에 아이들과 나는 또 함께 성장했다.

로저스의 이론을 배우면서 이것이 심리상담분야에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도 사용해야할 중요한 대화 관계의 요소라는 사실을 마음속에 저장했다. 그리고 나는 발랄이의 난독에 관련해 난산도 있는지, 난독이나 ADHD 등을 진단받은 과거력이 있는지, 자신의 어려움을 스스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 난독 전문훈련이 필요한 상황인지, 학부모 상담이 필요한 부분인지 등과 관련해 더 구체적이고 통합적인 과정을 진행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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