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SD와 트라우마
예고편 https://youtu.be/FZW6h4x0A2s?si=JFrbWMlKkYSJS0tH
체념 증후군의 기록(Life Overtakes Me) (넷플릭스)
감독: 존 햅터스John Haptas, 크리스틴 사무엘슨 Kristine Samuelson
풀프레임다큐멘터리영화제 단편부문 관객상, 선댄스 영화제 공식 초청작
체념증후군(Reignation Syndrome)은
1990년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주로 스웨덴에서 난민 아동에게 보고된 희귀한 심리적 상태로, 아이들이 희망을 잃고 말 그대로 삶의 모든 의지를 잃은 채 무반응 상태로 몇 달에서 몇 년까지도 누워지내는 현상을 말한다. 이 상태의 아이들은 식사도 거부하고 외부 자극에도 거의 반응하지 않으며 깨어있는 듯하지만 깊은 무기력, 코마 상태에 빠져 있다.
1. 내용 요약
“지난 15년 동안 정신적 외상을 입은 스웨덴 거주 난민 아동 수백명이 체념증후군으로 고통받고 있다. 세상에서 물러나 혼수상태와 비슷한 상태에 빠지는데 때론 그 기간이 수년이 되기도 한다.”
“처음에 보이는 증세는 말을 안 하고 누워만 있습니다. 그리고 먹는 양이 점점 줄죠. 그러다 먹고 마시는 걸 완전히 중단합니다. 부모들은 대부분은 아는 바가 없지만 대부분 아이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죠.”
스웨덴 난민 가정 아동들이 걷기 말하기 먹기를 거부하며 부동화상태 또는 극도의 저각성 상태에 빠지는 상황이 다수 발생했다. 이들은 스웨덴에 오기 전부터 극도의 외상 경험이 있고 불안정한 거주상태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있었다. 스웨덴을 중심으로 발생했고 호주에서도 몇 건 발생됐다는 보고가 있다. 난민의 거주증이 나오고 가정이 안정되면서 차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희망이 치료법이다. 개인적인 희망도 중요하지만 환경적이고 문화적이며 구조적인 희망이 필요하다.
2. 왜 스웨덴에서 체념증후군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는가?
스웨덴은 1990년대~2000년대 초반까지 유럽에서도 가장 관대한 난민 정책을 펼치던 나라 중 하나였다. 많은 난민 가족들이 스웨덴은 안전한 나라라는 기대를 가지고 도착했지만 망명신청이 기각될 가능성도 존재했다. “딸이 자기는 돌려보내져 죽게 될 거라면서 울었대요.”(다큐멘터리 중) 이런 기대감과 현실 사이에서 아이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절망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또 다른 의견도 있다. 같은 문화권 출신의 난민 가족들 사이에서 이 증상이 전염처럼 확산된 측면이 있다. 무의식적으로 행동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의미인데 일종의 집단적 스트레스 반응이 문화적 맥락 안에서 특정 방식으로 표출됐다는 해석이다.
문화적 심리적 취약성과 환경 요인을 하나의 원인으로 보기도 한다. 대부분 이미 심각한 PTSD나 트라우마를 안고 있었다. 스웨덴의 낯선 언어, 문화, 행정 시스템 속에서 불확실한 상황이 장기화되며 아이들에게 무기력과 체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스웨덴의 아동중심 복지 시스템의 역설로 해석되기도 한다. 스웨덴은 아동 복지에 민감하고 아이의 건강 상태에 따라 망명 절차가 연기되거나 재심사되는 제도가 있었다. 이들의 심리적 고통이 의도치 않게 제도에 반응하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는 민감한 주장이다.
요약하자면, 스웨덴이 심리적 정책적 문화적 긴장이 교차하는 지점이었기에 이 증상이 특정 시기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스웨덴 사회는 이 현상을 계기로 난민 아동 보호 시스템을 재검토하게 되었고 지금은 사례가 많이 줄어든 상태라고한다.
3. 탈북민 아동 청소년에게 비슷한 보고가 있을까?
이 영상을 보면서 탈북민들에게 특히나 탈북 아동 청소년에게도 비슷한 심리적 양상이 보고된 적이 있는지 궁금했다. 스웨덴처럼 공식적으로 체념증후군으로 분류된 사례는 드물지만 주위에서 보면 심리적 맥락이나 환경 요인에서는 유사성이 있어보였다.
탈북청소년의 국내 적응기관(하나센터 청소년센터 등)의 보고에 따르면 일부 탈북 청소년들은 등교 거부, 장기 침묵, 감정 마비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또 밤마다 잠을 못 이루거나 울거나 무기력상태에 빠졌다는 보고도 있다.
탈북아동 청소년에게 한국은 안전한 것 같지만 적응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트라우마와 함께 거주하고 있다. 이들의 일상은 계속해서 기억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4. 나의 내담자들 이야기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생각해보니 모양과 형태는 다르지만 상담하러 왔던 학생들 중 상당수가 체념증후군의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병 신병 우울 무기력 불안...
“그렇지만 우리 엄마는 변하지 않으실 거예요. 그래서 저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요.”
“그냥 이렇게 살도록 내버려두세요. 뭐 다른 인생이 있겠어요.”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없어요. 그냥 살아있으니까 살아요. 죽어도 괜찮아요.”
“뭐하러 씻어요. 냄새 나든말든...”
“침묵.....침묵.....침묵.....침묵.....침묵...........”
이 다큐멘터리는 희망과 가정의 안정이 연결됐을 때 치료와 회복이 시작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제가 만나는 학생들은 가정의 안정과 희망마저도 없고 스스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를 몸부림쳐야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제각각 주어진 상황과 환경이 다르지만 제 가정에서 받을 수 없는 문화적 구조적인 희망과 안정감을 주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라는 고민이 깊어진다. 오늘 상담실에 찾아오는 용기를 내주고, 마음을 열어 마주 앉아준 이 학생들에게 시원한 초코라떼 한 잔 내어주어야겠다. 거기에서부터 함께 한걸음 나아갈 희망과 안정감을 선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