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법이 될때] 후기2

by 전문상담사 이희



연대, 연민, 공감. 이 가치들은 인간관계와 공동체 속에서 매우 중요한 감정적 도덕적 가치이며 특히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 정신,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이해,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기반을 이루는 핵심요소다. 특히나 너무 빠르게, 경쟁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는 더 필요한 이슈인 것 같다.

이름이 법이 될 때, 후기 리뷰


<이름이 법이 될 때> 속 사건들은 연대 공감 연민이라는 가치를 상황에 맞게 법제화한 이야기다. 나는 <이름이 법이 될 때> 후반부에서는 임세원법을 위해 움직인 사람들의 마음과 태도에 집중해보았다.

‘소년심판’이라는 드라마에서 김혜수가 선배 판사에게 “판사님은 왜 사명감이 없으십니까?”라고 분노했던 장면이 있었다. 요즘 그다지 언급되지 않는 고대 유물같은 사명감, 그 태도. 그 태도가 임세원님의 사건 현장에서, 그의 유가족과 동료들에게서 보였다.


(故)임세원 교수는 정신질환자를 치료했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2018년 12월 환자의 흉기에 의해 사망했다. 그는 생전에 두려움 없이 진료할 수 있는 세상, 아무도 버려지지 않는 사회를 꿈꾸었다. 그의 죽음은 법과 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는데, 임세원법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조기 치료와 인권 보장, 의료진 안전 확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담았다고 평가받는다. 임세원법은 정확히는 [정신건강복지법]과 [의료법] 개정안을 말한다. 2019년 12월31일, 사건 1주기에 맞춰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되었다. 이전에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강제입원 제도가 인권침해 논란 때문에 축소되었지만, 그 결과 치료 공백이 생기고 의료진-사회가 위험에 놓이는 상황도 다수 발생했다. 임세원법은 이 균형을 회복하는 제도적 보완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가족의 자랑이던 임세원 의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진의 안전이 지켜지고, 모든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 사회적 낙인 없이 적절한 정신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임세원 교수의 장례식에서 유가족이 밝힌 공식입장이다. 그리고 조의금 1억원을 대한정신건강재단에 기부하면서 정신질환자가 마음 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써달라고 했다. “우리가 느끼는 불안은 안전을 위해, 우울은 추모를 위해, 분노는 정신건강을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 쓸게.” 동료친구 의료진의 이야기다. (故)임세원 교수와 유가족 및 동료들의 사명감과 책임감과 헌신이 모두를 위한 생명보호법을 제정하게 했다.

법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사회적 약속이다. 옛법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사회적 변화가 있고 시대가 지나면서 인권 복지 평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이를 법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커지기도 한다. 기존 법이 불공정하거나 소외된 사람들을 외면할 수 있으니 보완과 개선도 필요하다. 또 사이버범죄, AI윤리 등 기존 규정이 없을 경우 새로운 법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에 따라 법은 그에 맞게 발전한다. 정신건강 시스템과 안전제도를 개선한 임세원법,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법적 전환점이 된 김용균법, 중대한 범죄에 대해 영원히 책임을 묻는 정의를 강화한 태완이법, 국가가 민간 구조자의 희생과 기여를 책임지는 첫 사례 김관홍법, 우리 사회의 가족관계 인권 책임 개념의 법적 성숙을 이야기한 구하라법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법들이 ‘왜 법이 발전해야하는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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