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난독-난독증 선별체크리스트
내가 처음에 난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엄마로서 아들을 걱정하는 마음에서다. 어느 날 우리 집 귀염둥이 둘째가 한글을 읽고 쓰는 것이 다른 기능에 비해 더디고 아이가 글을 읽고 쓸 때마다 어려워하는 것이 보였다. 초3인 현재에도 한글을 어렵사리 터득? 하고 문해력을 올리기 위해 꾸준히 독서를 하고 있지만 담임선생님의 피드백을 들어보면 유창성에서 나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글 난독 증상을 보인 둘째는 영어도 읽는 것이 쉽지 않아 아직까지 알파벳을 헷갈려하는 중이다. 엄마는 아이의 잘못이 아니지만 아이가 겪어내야 하는 어려움에 마음이 짠하면서도 아들이 변함없이 해맑고 성실해서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게 엄마로서 고민했던 난독 증상들에 대해 상담사로서 아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얼마 전 고등학교 동아리 활동 중 함께 독서치료를 진행할 때가 있었는데, 그중 한 예쁜 소녀(미연, 고3)가 글을 더듬거리면서 읽고 단어에서 글자를 빠뜨리거나 첨가해 읽곤 했다. 줄을 바꿔 읽거나 건너 띄어 읽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고등학교 3학년의 독서능력에 현저하게 미치지 못했다. 미연은 평소 상담실에서 이야기하거나 행동할 때 스스로 집중하기 어려워요, 어려우니까 시키지 마세요 등을 표현하기도 했다. 미연의 친구 수민은 평소 미연이가 what, why 등 기본적인 영어단어를 읽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했었다. 미연의 난독이 걱정되는 순간이었다.
난독의 정의 및 현황
발달장애 등 일반적인 지능, 교육 기회, 시청각 능력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초등학교 저학년이 지나도 한글 해독(읽기)에 문제가 있다면 난독증을 의심할 수 있다. 난독증은 읽기와 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증상으로 신경발달장애이며 인구의 5-10% 정도가 이 증상을 보인다. 특히 남아가 여아보다 약 2~3배 더 많이 진단되고 있다. 난독의 특징을 살펴보면 단어를 해독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읽기 속도가 저하되며 유창성이 떨어진다. 소리와 글자의 대응 이해에 어려움이 있고 쓰기 및 받아쓰기 문제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난독 고등학생의 경우 긴 글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교과서 독해에 부담이 있거나 요약정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과제 수행력도 눈에 띄게 저하돼 학업에 대한 불안을 회피적으로 반응하기도 한다(발표 기피, 질문 회피, 학업소외 경험 등).
난독증 선별 체크리스트
난독증 선별 체크리스트(dyslexiz screening scale; DySC)는 10개의 요인(해독&철자, 유창성&자동성, 독해, 읽기 부수효과, 좌우뇌 우세성, 지능, 재능, 구어기술, 실행기능, 가족력)의 27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3점 척도로 되어있다.
난독증 교육 방향
난독에 대한 교육 및 상담 방향은 학생의 학습능력 향상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까지 고려해야 한다.
1) 정확한 진단과 평가
난독 관련한 어려움이 포착되었다고 하더라도 우선 종합심리검사를 통해 학생의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낮은 자존감, 불안, 우울 등의 정서 문제가 동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운 인식, 단어 인식, 독해력, 읽기 속도 등을 검사하면서 읽기 능력을 진단하고 또한 학교 성적 및 학습 이력을 고려해서 난독 여부를 평가한다. 간혹 난독 같지만 난독은 아닌 ADHD이기도 하고, 난독을 동반한 ADHD일 수도 있다.
2) 개별 맞춤 교육 프로그램
난독으로 진단되면 대체로 난독 관련 특별 기관에서 개별 맞춤 교육을 받는다. 나의 둘째 아이는 한글을 익힐 때 난독 어린이에게 유용한 학습 앱을 사용해 반복 훈련했고 효과를 보았다. 각 상황에 따라 TTS(Text-to-Sp eech), 오디오북, 맞춤형 학습 앱 등 디지털 보조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보호자의 인도에 아이가 협력해주어야 하고 그 어려운 순간을 통과할 수 있도록 보호자의 적절한 지도와 현명함이 필요하다.
3) 정서적 지지와 동기 강화
현재 고3인 미연이는 전공과목 관련된 자격증을 따는 것에서 매번 실패의 경험을 하고 있다. 이렇게 실패 경험을 반복하는 학생에게는 학습 코칭과 함께 정서 상담 병행이 필요하다. 학교 학급 중심의 목표 설정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의 목표 설정이 필요하고 그 목표를 점진적으로 성취하는 것을 통해서 자기 효능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 1:1 코칭은 거의 불가능할 수 있으니 학교의 위클래스 상담실을 이용해 학생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을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부모가 난독에 대해 적절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자녀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4) 학교 차원의 제도적 지원 및 진로 설계
한 아이를 돕기 위해 아이를 둘러싼 어른과 기관들의 협력이 무척 중요하다. 교사의 이해와 협력, 전문상담사 및 특수교사와 협업, 강점 발굴 및 현실적인 진로 탐색, 유사한 어려움을 극복한 선배들과 연결 등이 적절하게 협업되기를 바란다.
나가며
둘째 아이가 글을 읽고 이해하는 기본과정을 진행하는 것을 보면서 느낀 것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중요하게 고려했던 것은 ‘읽기에 대한 어려움이 스스로를 멍청하다 이상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미연이가 계속해서 자격증 시험에서 낙방하고 있어서 걱정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어느 날 미연이는 너무도 씩씩하게 “친구들보다 10번 정도 시험을 더 본다고 생각하면 돼요 뭐”라고 융통성 있고 당찬 이야기를 했다. 미연이는 미연이 대로 살아가는 방식이 있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미연이에게 박수를 보냈다.
난독이 있는 아이들은 읽기에서 어려움을 겪지만 그 외의 영역에서 뛰어난 강점을 가진 경우가 많다. 입체적 사고 및 시각정 상상력, 창의력, 공감 능력 및 감정 민감도, 구술 표현 능력, 끈기와 문제 해결력, 음악 예술 운동 등의 감각적 재능 등이 보고되고 있다. 이 강점은 단순히 보완적 장점이 아니라 인생의 무기가 될 수 있는 핵심 역량이 될 수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영화감독), 톰 크루즈(영화배우), 키이라 나이틀리(배우), 후피 골드버그(배우 겸 코미디언), 제이미 올리버(요리사), 리처드 브랜슨(영국 버진 그룹 창업자), 모하메드 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데이브 필키(아동 작가) 등이 모두 그 증인이고 증거자체다. 이들 모두 난독이 있음에도 각 분야에서 자신의 강점을 사용해 탁월한 성취를 이뤘고 난독이 능력의 한계가 아니라 독창적인 사고와 감각 중심 강점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우리 교실에서 만나는 이 소수의 아이들이 자신의 강점대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