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경계선지능인에 대해
일반 학교 교실에서 경계선지능아이의 비율은 20명 중 2-3명 정도다. 전체인구의 약 13~15%, 특성화고는 일반적으로 그 비율이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특성화고에 근무하면서 느끼는 점은 사회성 이슈로 상담실을 방문하는 학생 중 상당수가 경계선지능의 특성을 보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고1이었던 은혁이는 자해와 충동적인 행동, 이성문제 등으로 상담실에 자주 들렀던 아이다. 담임선생님은 은혁이의 전반적인 행동들이 ADHD나 똘끼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고 나는 경계선지능 이슈로 보고 있었다. 담임선생님과의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을 때 은혁이가 또 위험한 자해를 시도하면서 종합심리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결국 평소 ADHD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던 은혁이는 경계선지능을 진단받았다.
경계선지능은 지적장애와 일반지능 사이, 경계선에 해당하는 지능을 가진, 인지적으로 취약한 사람을 의미한다.
경계선지능인은 IQ 71-84 범위의 지능을 가진 사람들을 말하고 지적장애 기준은 IQ70 이하다. 따라서 지적장애처럼 특수교육 대상자는 아니지만 학습지원과 정서적 지원이 필요한 그룹이다
경계선인들은 일반 또래보다 정보 처리 속도와 이해 속도가 느리고 추상적 사고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특히나 논리적 사고를 요구하는 학습 과제에서 그렇다. 주의 지속 시간이 짧고 여러 자극에 쉽게 산만해질 수 있는데, 이런 특성 때문에 ADHD 등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또래관계에서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데 상호작용에서 사회적 신호를 해석하는 데 미숙해 오해를 받거나 따돌림을 당할 수 있다. 사회적 맥락에서의 의사소통에서도 어려움이 있어 눈치를 보지만 눈치는 없는, 말이나 행동이 많고 말의 뉘앙스 파악이나 상황에 맞는 표현을 하는 것에 서툴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정서적으로는 실패 경험이 누적돼 자존감이 낮고 쉽게 위축된다. 스스로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불안 우울 무력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에 주변 반응에 과도하게 민감해 지나치게 순응하면서 위축되거나 반대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경계선지능인과 지적장애인을 구별하는 특성 중 하나는 비교다. 지적장애인은 비교가 어렵다. 경계선지능인은 내가 저 사람과 다르다는 비교가 가능해서, 정서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은혁이처럼 경계선지능을 가진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는 비교에서 비롯되는 부정적인 피드백이 누적되어 왔기 때문에 우울과 무력감이 깊게 깔릴 수 있다. 실제로 은혁이는 우울과 싸우면서 힘들어했고 자신 같은 사람을 누가 사랑해 줄 수 있을까,를 자주 질문했었다. 너무 사랑받고 싶어 했고 잘하고 싶었고 칭찬받고 싶어 했다. 그런데 그럴수록 은혁이는 부자연스러워졌고 친구들은 은혁을 부담스러워했다.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불쑥 꺼내는 한마디와 행동에 불편해진 친구들은 점차 조금씩 멀어졌다. 왜 나는 다른 친구들처럼 편하게 대화가 안 될까? 은혁이의 학교생활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은혁이는 학교 오는 것을 좋아했고 감사하게 생각했다.
이런 은혁이를 위해 담임선생님 교과목선생님 위클래스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 어른들은 협력하기로 했다. 담임선생님은 은혁이를 보호하고 도우면서 학급 친구들도 적절하게 도우셨다. 교과목선생님들은 불쑥 튀어나오는 은혁이의 이야기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이해력이 부족한 은혁이가 수업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협력하셨다. 위클래스에서는 곧 성인이 되는 은혁이의 병원기록(경계선지능 진단, 심한 우울 등)을 잘 정리해서 부모님께 전달해 군입대 상황에 적절하게 사용하실 수 있도록 도움을 드렸다. 또 상담실에 찾아오는 은혁이가 그림이나 카드 등을 활용해 자신의 정서를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부모님께서 은혁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은혁이 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았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어려움은 계속됐다. 그러나 계속했다.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시각적 자료와 반복 학습이 효과적이다.
성공 경험을 통한 자존감 향상이 중요하다.
사회성 훈련과 감정 코칭이 병행돼야 한다.
학습 속도와 과제 수준을 개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계선지능 고등학생은 성인으로 자립해서 살기 위해 중요한 시기다. 최소한의 기초학력(읽기 쓰기 셈하기)을 보장해 주고 대인관계, 감정조절 훈련, 사회적 기능(인사하기, 거절하기, 시간약속 지키기, 교통 이용)을 향상해 주며 실질적인 직업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삼을 수 있다. 특성화고에서는 실습을 나가기 전에 실습에 필요한 기초 예절, 기본 순서, 기계 다루기 등에 대해 반복해서 연습하고 확인할 수 있다. 갑작스레 닥치는 상황에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우리 경계선지능 고등학생은 반복 연습을 통해 그 어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다.
경계선지능인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기술은 고난도의 기술은 사실상 어렵다. 간호조무사 등은 피하고 자신의 적성에 맞으면서 기술 난도가 낮은 기술들을 찾아 진로를 준비하길 권면한다.
학업 사회성 정서적 측면에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지만 적절한 교육과 정서적 지지가 병행된다면 자신의 성장과정에 맞는 삶을 준비할 수 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삶 살아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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