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중단숙려제
자퇴하고 싶은 여러 가지 이유
담임선생님이 가보라고 해서 왔어요,라며 어색한 표정으로 정수가 상담실에 들어왔다. 말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 저렇게 하다가 자퇴하고 싶다고 했다. 담임선생님은 자퇴하고 싶어 하는 정수가 바로 자퇴해 버리기보다는 학업중단숙려제를 사용해 자신의 상황을 점검해 보고 자퇴 이후에 대해 신중하기를 바라셨다.
2학기를 시작하면서 정수처럼 자퇴를 상담하는 학생들이 좀 늘었다. 자퇴 학생의 절대 수는 최근 증가 추세다. 2023년 기준 2.0% 학업중단율을 보이고 있고 일부 언론은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기도 했다. 자퇴 사유에 대한 분석에는 단순 부적응보다는 기타 이유가 많아지고 있다. 공부에 흥미가 없거나 따라가기 힘들다는 A, 친구관계 문제 교사와의 갈등으로 학교를 떠나고 싶다는 B, 자신의 진로에 학교 교육과정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C, 가정 부모님과의 문제로 학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D, 우울 불안 등의 정서적 이유로 학교생활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E, 그냥 다 의미 없다는 정수까지 자퇴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사실 자퇴에 대한 고민은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이 길이 나한테 맞는 걸까? 학교 말고 다른 선택지가 있지 않을까? 누구나 몇 번쯤 생각하고 고민한다. 요즘 학생들은 자퇴=끝, 이라는 인식이 아니라 다른 길을 찾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검정고시나 대안학교를 이야기하고 대안적 경로를 탐색하는 것으로 보였다. 여하튼 나는 상담실에서 학업중단숙려제를 안내해야만 한다(필수).
학업중단숙려제의 의미
학업중단숙려제는 자퇴 의사를 밝히거나 학업 중단 위험이 있는 중.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충분히 고민하고 다양한 지원을 받아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충동적인 자퇴 결정을 예방하고 학생이 자신의 진로나 적성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고 학생이 혼자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돕는 안전장치라고 이해하면 좋다. 숙려기간은 최소 1주일(7일) 이상 최대 7주(49일) 이하 부여한다. 1회 신청 시 3주 이내 신청 후 학교장 결재를 거쳐 연장할 수 있고 학기당 1회로 제한한다.
정수도 학업중단숙려제에 참여하기로 했고 우선 3주 신청했다. 학교는 숙려제 기간 동안 자퇴 처리를 보류하고 진로 탐색, 체험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심리 정서 안정과 진토 탐색 기회를 제공한다. 1주일에 1회 상담 및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정수는 상담실에서 JTCI(기질 및 성격 검사), 문장완성검사 및 직업 적성 검사, 진로 검사 등을 통해 자신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들을 가져 보았다. 정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했다. 프로게이머가 되려고 했다가 여러 상황적인 문제로 그 진로를 포기했는데 이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정수는 무기력해서 학교생활을 유지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숙려제 종료 후 학생과 보호자가 최종적으로 학업 유지, 대안학교 전환, 자퇴 등을 결정한다. 정수는 자퇴가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일단은 학교생활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래서 학교를 오가며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정수를 가끔씩 볼 수 있다.
상담자의 역할
어떤 이유에서건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와 상담실 테이블에 앉는다는 건 쉬움 일이 아니다. 어려운 것을 시도한 그 마음과 행동에 조용한 박수를 보낸다. 자퇴 고민은 힘든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하나의 신호임을 기억하고 그 신호를 잘 읽어내어 학생에게 맞는 다른 길을 찾을 기회로 만들 수 있다. 학생이 표현하는 고민 하나하나를 판단하지 않고 듣는다. 당장 그만둘지보다는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를 살펴본다. 또 자퇴 선택의 장단점을 함께 따져보면서 미래 계획을 세우도록 돕는다. 정수는 검정고시 기출문제 1회분을 풀어보면서 자퇴의 대안이었던 검정고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수학이 예상보다 어려워서 좀 놀란 눈치였다. 앞으로 정수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지만 현실을 알고 선택을 고민하되, 정수 스스로를 보호하면서 자신의 길을 갔으면 좋겠다. 응원한다 정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