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어떻게 존재하게 만들 것인가>"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수없이 많은 관계와 상황과 보호와 교육 안에서 성장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어른이 된다. 그런데 태어나면서부터 그 마을이 없거나 없어야 되는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다큐가 있다. 다큐멘터리 [살고 있으나 없는 아이들]은 법적으로 등록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유령 아이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이들은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거나 가족 해체, 불법체류, 사회적 낙인 등의 이유로 제도권에서 배제된 아동들이다.
#달리아
“입국한 기억은 없어요. 부모님께서 세 살 때 한국에 왔다고 했어요. 그냥 눈 떠보니 여기서 자랐고 평범하게 자라왔는데 제가 불법체류자래요. 억울해요. 다시 본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어요. 본국이 워낙 보수적인 나라다보니까,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달리아, 우즈베키스탄 이주배경 청소년)
달리아는 불법체류자인 부모와 함께 한국에 거주하면서 법적 무권리 상태에 놓여있다. 부모의 상황이 아이의 법적 지위와 권리를 결정하는 구조적 불평등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불법체류 이주민 가정의 달리아 같은 아이들은 이중의 낙인을 안고 살아간다. 국적 문제로 법적 등록이 불가능하거나, 등록 시 강제추방의 위험이 뒤따르기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아동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거나 다닌다고 해도 언제든 퇴학당할 위험에 놓여있다. 다큐 속 사례에서도 아이들은 또래와 같은 학습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의료기관 이용조차 제약받는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사회적 고립과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장기적으로 빈곤과 범죄 사회적 소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기본적 권리가 차단될 때 사회는 장차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 다큐는 달리아와 아이들을 통해 이 악순환의 현실을 보여주었다고 본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 제7조: 모든 아동은 출생 직후 등록될 권리, 이름과 국적을 가질 권리가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 제28조: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국제사회 특히 UN아동권리협약은 모든 아동은 국적, 부모의 신분과 무관하게 권리를 보장받아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부모가 불법체류 신분이라 하더라도 아동의 출생등록 교육 의료접근권은 무조건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현행 제도는 이 원칙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적 인권 기준과 명백히 충돌한다. 실제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여러 차례 이주 아동의 출생 등록을 보장하라고 권고한 바가 있다고 한다.
“어떤 아이가 미동록 이주 아동이 된다는 것은 그 아동의 의지나 선택의 결과가 전혀 아니다. 한국에 사는 그 어떤 범주의 아동들보다도 인권이 침해될 여지가 많은 그런 존재다”(엄한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아동중심접근원칙
이런 상황에서 제도적 현실적인 해결 방안에 관해 전문가들이 제시해 놓은 것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출생등록 제도의 이원화
한국 사회는 아동 개개인을 권리 주체로 보지 못하는 경향이 강하다. 출생신고 제도 역시 부모의 의무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출생신고를 부모가 해야하는데 불법체류 부모는 신고를 기피한다.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 주도의 출생등록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 출생 직후 모든 아동이 자동으로 등록되도록 병원 지자체 정부 간 연계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또 ‘아동권 보장 특별법’과 같은 별도 장치를 마련해 체류 자격과 상관없이 미성년 아동에게는 교육 의료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 스페인 포르투칼 등에서는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2. 합법화 경로 제공
장기 체류 이주민 가정에는 합법적 체류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를 제공해야 한다.
3. 사회적 인식 전환
불법체류 아동을 부모 잘못의 피해자로 보는 관점이 있다. 그러나 이 아동들은 독립된 권리 주체이자 미래 사회의 구성원이다. 이들을 제도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불법체류 문제를 억제하는 듯 보일 수 있으나 이들을 배제하면 빈곤의 대물림, 불법 고용 범죄 노출 등을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불법체류 문제는 단속과 추방이 아니라 아동권 보장과 사회 통합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전환도 필요하다.
#미래를 위한
출생등록 부재, 낙인, 교육 의료 접근권 차단, 국가 책임의 부재라는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로 보인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모든 아동의 기본권을 보호하겠다는 국제적 약속이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우리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이 다큐는 단순히 아이들의 불행을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우리 사회가 제도와 인식 차원에서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아이들을 어떻게 존재하게 만들 것인가,라는 사회적 책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