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한 노력에 집중했던 2023년 하반기 회고록
#나를 찾아가는 기록들 6
2023. 12. 28
어떻게 보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을 한 해였던 것 같다. 마냥 달리고 지치고 무너지기만을 반복했던 이전 시간들과 달리 이번에는 '유효한 노력'에 집중했던 것 같다.
열심히 하고 지치려고 할 때 즈음 풀어주기를 반복하며 꾸준하게 탄성을 유지하는 것, 남이나 주변의 시선이 아니라 순수하게 나로부터 올라오는 열정과 동기부여에 귀를 기울이는 것, 무언가 열심히 했을 때 뒤따르는 보상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 것 등 마인드 컨트롤에 크게 노력한 것 같고, 아직 지치지 않음에, 그리고 나만의 페이스로 남들이 관심 있고 통상적으로 인기가 많은 분야가 아닌 나만의 내러티브로 천천히 밀도감 있게 쌓아가는 경험들과 생각들을 좇고 있음에 아직까지는 나쁘지 않게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이토록 멋진 휴식」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이 말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 "나는 이 일을 부업으로 보지 않고 내가 진짜 사랑하는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다고 본다. (..) 인생의 비밀은 우리의 꿈이 흘러 넘쳐 변신하도록 허락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랑하던 취미와 여가 시간을 부업이나 사업 기회로 삼아야 할 것 같은 부담감에 일의 의미를 바꾸어 버리진 않았을지, 그런 경험이 많았던 나로서 어떻게 다시금 이 일들을 더 '잘' 사랑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드는 인생의 단계에 이른 것 같다.
"그 사람이 좋은거에요 그 성격이 좋은거에요?"
재미 없어도 행복하지 않아도 보람도 기대도 없어도 꾸준히 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내게 있어서 가장 필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했다. 분주히 터지는 다이나믹이 있는 반면, 이런 꾸준함은 언제나 부족했던 사람이니까. 일을 십여개 시작해 놓고 한두 개만 마무리하는 사람이었으니까.
2023년, 내가 참 많이 좋아하던 사람이 있다. 10년차 직장인, 19년차 운동인. 하나만 집중적으로 파는 오덕 기질이 부족한 나는 그것을 가진 사람들이 언제나 부럽고 멋있었고, 특히나 오랜 시간 한 우물만 파다가 점차 그 분야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이루어 내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나 보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함과 동시에 그를 존경했다.
"꾸역꾸역? 노력이 아니야. 그냥 하는거야"
악과 깡으로 똘똘 뭉친 7년차 크로스핏터, 내 인생에서 이런 사람을 만난 행운에 대해 끊임없이 감사했던 한 언니가 있다. 멘탈이 유난히 약하고 겁이 많아 합리화를 잘해버리는 나는 그 언니의 악바리같은 인생이 너무나 멋지고 존경스러웠다. 특히 운동에 있어서 계속해서 다치고 무너지고 넘어져도 끝까지 다시 해내는 그 모습은, 신촌 박스 최약체인 내게 언제나 큰 귀감이 되었고, 그렇게 언니 뒤만 졸졸 따라 나도 언니의 멘탈을 본 받는 쁘띠 악바리로 재탄생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들 옆에서 나는 그 사람들을 닮아 꾸준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아무 자극 없이 그냥 잔잔하게 일하는 태도와, 그냥 그렇게 하루를 흘리는 동시에 쌓아가는 삶의 모습을 배웠다. 그래, 2022년 잔인하게 느꼈던 인생의 좌절감이 날 냉소적이고 회의적인 인간으로 재탄생시켰고, 그 회의감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해석하여 꾸준함을 훈련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