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반지 이야기 vol.2
반지를 산건 그 청년이었지만 반지의 주인은 다른 사람이었어.
청년은 수줍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를 내며 누군가에게 반지를 펼쳐 보였지. 상자가 열리고 밝은 빛이 작은 상자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순간 반지는 우아하고 아름답게 빛을 내었어.
그런 반지를 바라보는 여인의 눈빛을 마주한 그 순간 반지는 너무나 황홀했어.
그렇게 기쁨과 환희에 찬 얼굴을 보는 건 반지만이 누릴 수 있는 행운일 지도 몰라.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자리에서 반지는 약속의 그리고 사랑의 증표였지. 뿌듯한 순간이었어.
여인은 반지를 손가락에 꼭 끼고는 수시로 어루만지며 행복해했어. 영원한 사랑의 약속처럼 반지는 영원히 그녀의 손에 끼워졌지.
정말이야. 정말로 영원할 것 같아. 그 여인은 한 번도 반지를 손에서 뺀 적이 없거든.
처음에는 내 역할이 너무 마음에 들어 신이 났어.
아름다운 손에 끼워진 반지는 듬직하고 따듯한 청년의 손길도 느낄 수 있었어. 그 둘은 손을 꼭 잡은 채 어디든 함께 했으니까 말이야. 그들과 함께 진한 커피 향도 맡아보고 싱그러운 초록의 냄새 틈으로 불어오는 아름다운 꽃향기를 맡으며 탐스러운 꽃잎을 만져볼 수도 있었지. 폭신한 이불의 감촉도 느껴보고, 따듯한 물속에 담겨 부드러운 거품에 취하기도 했어. 여인이 하는 아름다운 모든 것들을 다 함께 누릴 수 있었지.
그런데 점점 시간이 흐르자 반지라는 내 역할이 생각보다 그렇게 좋은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여인이 손으로 하는 일들은 상상 그 이상이었어. 늘 부드럽고 향기로운 것들만 만지는 건 아니었거든. 그건 그저 잠시일 뿐이었어.
여인은 손으로 무거운 짐도 들고, 여러 손잡이를 밀치고 당기며, 찬 물에 수시로 손을 담그고, 거칠고 뾰족하고 날카로운 다양한 물건들을 만졌지. 손으로 그 다양한 질감의 물건들을 어찌나 꼭 그러쥐는지 피곤하고 힘든 날들이 멈추질 않았어. 그러다 보니 반지는 늘 이리저리 치이기 일쑤였어. 손은 언제나 바쁘게 일을 했거든. 가만히 앉아 있을 때도 손에는 늘 무언가가 들려있었어. 반짝이던 반지는 금세 크고 작은 상처들로 가득했지. 반짝임은 언제인지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어.
반지가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정말 힘들었을 거야. 힘은 들었지만 반지는 만족해했어. 드디어 손에 아무것도 없을 때면 여인은 반지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었거든.
여인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여인의 손에 늘 끼워져 있던 반지는 때때로 지치고 힘이 들 때가 많았어. 그럼에도 반지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어. 늘 주인의 손가락에 끼워져 힘이들때도 반짝이는 일말이야.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끼워진 왼손 약지가 아닌 오른손 검지에 다른 반지가 끼워져 있는 걸 보게 되었지.
-The tale carries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