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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인 Z Oct 09. 2021

영화인 Z, 영화인 Y를 만나다.

영화를 관두고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고 브런치에 올리기까지 망설이는 걸로 두 달의 시간을 보냈다. 

시작하기가 어렵지 한 번 글을 공개하고 쓰기 시작했더니 

어느새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70편 정도의 글이 쌓였다. 

글의 양과 질을 떠나서 쓰는 과정에서 많은 생각의 변화를 겪었다. 

그 변화를 지지해주는 이들에게 감사하기도 했지만 

가까운 지인들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나의 글과 생각들에 

이상주의자의 머릿속 세계에 불과한 건 아닌가라는 의심도 들었었다. 

(지금도 그런 의심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다.) 


어젠 오랜만에 영화인 Y를 만나게 되었다. 

함께 용기를 내겠다는 그의 말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둘이서 만들 수 있는 것에 관해 쏟아내면서 

내 심장은 점점 나대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심장을 부여잡고 

일단 같이 글을 쓰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변화는 작은 용기로 내디딘 한 걸음부터이니 

우리가 어디로 흘러가든 실패해도 기록으로 남으면 그걸로도 충분하다는데 동의를 하였다. 


그렇게 탄생한 게 <영화인 Z  X 영화인 Y> 매거진이다. 


그는 영화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이제는 스님이 된 친구의 이야기로 시작을 하였다. 

주변에서 누구보다 영화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가장 큰 상처를 입고 떠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그 상황을 따라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탐구의 대상에 나도 포함이 되었고, 

나 또한 그 주제가 궁금했다. 

그는 형식을 벗어던지더니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사는 자신의 상황도 말하고 싶었고,

언니 자녀의 육아를 위해 한 집에서 함께 살며 엄마가 겪는 모순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어 했다. 


나는 집에 대해 가지는 나와 사람들의 욕망이 궁금했다. 

지금의 나는 반지하의 집에서 8년째 잘 살고 있지만

<기생충>으로 인해 더 선명하게 각인된 

혐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더 나은 집을 향한 욕망을 키워왔었다. 

이제는 사람들이 혐오하는 집과 삶의 형태들을 말로만 괜찮다고 하며 나를 속이고 싶진 않았다. 

당장의 귀촌 계획이 좌절되고 나와 내 파트너는 

더 나은 삶을 위해 함께 하는 삶에 대한 선택을 미루는 걸 그만두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재개발지역에서 집을 얻어 시작하는 걸로 합의로 보았다. 

그건 어쩌면 나를 향한 자기 위로 일지 모르겠지만

어디에 살든 괜찮다는 이야기를 진심으로 하고 싶다. 

나 조차도 설득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다른 이에게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으니 

그 출발로 괜찮아 보였다. 


우리가 시작을 영화로 했지만 그 형식을 가르는 것들로 인한 모순과 차별과 혐오에 대해 질렸으니, 

더는 그러지 말자고 말했다. 

그 모든 걸 한 번에 벗어던지기엔 교육을 받아온 세월이 길어 쉽진 않겠지만 

혼자보다는 둘이 되니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지지해주기로 하면서 그만큼의 자신감이 생겼다. 

하고 싶은 이야기에 중심을 두자는 말이 더는 꿈이 아닌 것만 같았다. 


그는 누가 더 합류할까요?라고 물었지만 

혼자서 가기로 한 길에 그가 동참하기로 한 게 기뻤고 

더 큰 이익보다 재미를 위해 하는 선택들 속에서 

각자가 다른 길을 가든 누군가 더 참여를 하든 

상황을 즐기기로 마음을 먹으니

어찌 되든 아무렴 어떤가?라는 말이 진심으로 흘러나왔다. 


기존의 입봉을 해서 투자를 받고 영화를 만드는 시스템을 벗어나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은

일단은 최소한의 제작비가 드는 글을 쓰는 형태일 것이다. 

파는 플랫폼에 대한 걱정으로 그 기준에 맞추려 

한 자도 쓰지 못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한 지난날에서 벗어나 

일단 시작을 했으니 엄청난 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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