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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인 Z Nov 02. 2021

내 맘대로 막살겠다는 말

뜬금없는 나의 고백에 내 파트너는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이내 기존의 가치관에 대해 의문이 든다면 

내가 끌리거나 생각하는 대로 선택하겠다는 말로 순화시켜 다시 말했더니 

안심을 하였다. 

우악스럽게 너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몰아붙이지 않게 되었으니 많이 발전했다. 

내 안의 열의와 혼자만의 옳음으로 주변인들을 불태우는 경험도 하고, 

스스로를 태우며 재가 되어 바스러지기도 했지만 

끝내 삶을 놓지 않고 살아남았다. 

경주마처럼 달리며 효율을 위해 버려 왔던 것들을 다시 돌아보며 

하나씩 몸으로 배우며 쌓이는 경험과 

다양한 관점에 대한 긍정은 

꽤나 삶을 살아갈 만하게 해 주었다. 

거대한 무언가를 한 건 아니고 

옷을 사지 않기로 하며 바느질을 배웠고, 

우드 카빙으로 시작된 호기심으로 가구 만드는 걸 배우는 중이다. 

여유가 더 생기면 집 짓는 걸 배워보고 싶다. 

아직은 치열하게 의식해야 겨우겨우 주변 사람에게 기생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선택을 피하는 수준이지만 

그것들이 쌓여서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나를 보길 기대하는 것 또한 살아갈 힘을 주었다. 

더 가지거나 더 효율적으로 살겠다는 마음에서 벗어난다면 

'시간은 금이다'라는 명제에서 채찍질당하며 불안에 빠지는 일도 없을 것 같다. 

막살겠다고 말하고 나니 시간표에서 벗어난 예측 불가한 내 삶이 정말 궁금해졌다. 

내가 하는 선택에 대해 과한 기대를 하지 않고 

어떠한 결과를 마주해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 때 움직여도 괜찮다고 생각하니 

그다지 어렵지도 않을 것 같다. 

잘 살려니 어렵지, 막 살 생각하니 두근두근하다. 

내가 했던 부정적인 생각과 불안의 대부분은 

실패의 결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삶을 사는 것이었다.  

그걸 걷어내고 보니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없어졌다. 

극단적인 궁핍을 경험할 지경까지 가려면 내 재무계획에서 6년의 시간이 남아있고, 

삶의 또 다른 변수까지 고려해도 앞으로 1-2년은 더 마음껏 내 삶을 실험해봐도 좋을 것 같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장기 여행을 갔겠지만 

더 이상 도망가야 할 이유도 없어지다 보니 여행에 대한 욕구마저 사라졌다. 

삶을 여행에 비유를 많이 했는데

막상 나는 내 삶을 여행지에서 하는 것처럼 살진 못했다. 

일상을 살면서도 여행자의 마음으로 조금은 더 가볍게 뛰어들고 경험으로 남는다면 

그 실험이 끝나도 내 안의 많은 경험과 기억들이 

삶을 후회 없이 만들어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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