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일을 정해진대로' 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세어본 적은 없지만, 그동안 코칭받는 분들이 거의 5:5의 비율로 직장인으로서 계속 삶을 영위하고 싶은 분들과, 그렇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려는 분들로 나뉘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계속 직장인으로 살려는 분들을 더 많이 보게 되면서, 어쩌면 제가 직장인이었던 8-9년 전 때와 견주어 현재는 분명 달라진 부분이 많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의미들이 새롭게 생겨났고, 변했는지 살펴봤습니다. 이 글은 그에 대해 완성은 아니지만, 중간 점검 성격의 글임을 염두하고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과거에는 일 뒤에 숨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개인이 일을 앞세울 수 있어야 합니다
직장인은 '직장을 통해 밥벌이를 하는 사람' 모두를 말합니다.
그래서, 직장이 '요구하는, 시키는, 기대하거나 바라는 모든 일'을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직장인은 '직장을 상사 및 리더와 동일시'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내가 해야 할 일(책임과 역할)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걸 정하는 과정에 참여할 일도, 참여한다고 해도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일을 만들 수 있거나, 어떤 일을 결정할 수 있는 주체가 곧 일이 나오는 곳이라 믿었습니다. 고로, 이러한 권한을 가진 이는 상사 또는 리더라고 여기고, 우리의 생존을 위해 '상사 및 리더 바라기'여야만 된다고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심지어 상사 및 리더도 그걸 원합니다.
기꺼이 자신의 손발이 되어줄 이들을 선호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치 자신들은 직장인이 아닌 것처럼 행동할 때가 많습니다.)
상사 또는 리더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모두 되게 만들기 위해 함께 일할 누군가가 필요하고, 그저 자신들 밑에서 자신들이 여력, 능력, 역량, 시간 등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누군가면 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꼭 특정인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 혹은 그녀여야만 할 이유가 없다는 말입니다.
어떤 일을 할 것인가(What), 그 일을 왜 해야 하는가(why),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how) 등
회사 및 업무 관련된 의사결정을 보통의 직장인은 거의 가지지 못했습니다. 설령 가질 수 있다고 해도 완벽히 소유의 개념으로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상사 및 리더에 비해 경험이 없거나 부족하기도 했고, 책임질 수 없거나 책임지지 않으려는 주체에게 책임과 권한을 쉽게 맡기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일(상사 및 리더) 뒤에 숨을 수 있었고, 심지어 숨는 것을 권했습니다. 리더 측에서 애써 책임을 맡겼다가 그 뒷감당을 하기 싫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저도 리더의 자리에 있을 때 그렇게 행동했습니다.)
따라서, 상호 이해 및 동의에 따라(엄밀히 따지면 '거래'를 통해) "보통의 직장인은 상사 혹은 리더의 고충과 문제를 대신하여 해결하거나, 이를 돕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프로그래밍된 것처럼 행동합니다.
[여기까지는 7-8년 전의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직장인은 주도적, 능동적, 적극적이기보다는, 수동적, 소극적인 태도입니다. 자칫 나섰다가 자신의 일이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애써 그런 일을 만들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것이 크게 이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 이득으로 오게 하려면 시간도 노력도 수 배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상사 및 리더도 여전히 자신과 함께 일하는 이들을 동료보다는 수족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들 밑에 직장인을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이도록 종용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각 주체가 보이는 태도(모습) 등이 변화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솔직하게 서로가 서로에 대한 인간적 존중의 마음이 커진 것인지, 아님 서로 떼려야 땔 수 없는 상시 거래가 있어야만 비즈니스의 영위가 가능하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렇게 믿고 싶습니다. 최소한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하는 도덕 및 윤리적 내용과 수준이 무엇이고, 적어도 직장 내에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기준들이 사회 전반적으로 보편화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적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라는 말처럼, 내 옆에서 일을 하는 이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습니다. 자칫 자신에게 그 피해가 돌아올 수 있기도 하고, 지금은 괜찮지만 나중에 언제든 되돌려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당장의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짜인 인원 안에서 어떻게 해서든 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관계가 껄끄러우면 서로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을 매우 경계합니다.
사업적 또는 개인적 모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꾸준히 가져가기 위해 직장을 다니고, 회사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단기적으로 크게 한 탕 하기 위함이 절대 아닙니다. 그러니까,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엉뚱한 선택을 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보장된 이익 추구의 생각과 행동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행동 자체가 신중해지는 것입니다.
참고로 과거의 합리성은 상사 및 리더는 지시와 명령을, 직원은 이를 일방적으로 따르는 관계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일을 주는 이와 주는 일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서로가 해야 할 일을 함께 나눠야 하는 관계로 변화 발전했습니다. 따라서, 과거에 없거나 형식상으로 존재하던 '상호 동의가능한 기준과 경계에 의한 일의 분배의 현실적 적용'이 요구되었습니다.
따라서, 언제든지 (하고자 하는) 일에 적극성을 띄고, 조금 더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다만, 이를 새로운 경험을 통한 개인 성장의 기회로 보는가 아님, 고생길로 보는가 등의 개인별 시각차에 따라 다른 제스처를 취하곤 합니다. 이때 각각의 직장(회사)- 직무 - 업무에 따른 개인별 관점 및 견해차에 따라, 일 뒤에 숨었다가도 또 다른 판단에 의거하여 일을 앞세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쉽게 말해, 자신보다 일을 앞세울지 말지에 대한 결정권이 개인에게 일부 왔습니다.
쉽게 말하면, 과거에는 (조직 또는 타인을 위한)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 여겼다고 하면, 이제는 자발적 헌신을 기대하는 것으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왜냐하면, 공식화한 특정 기준 및 원칙에 의해 책임과 역할을 나누는 것이 공정하다고 보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자신이 일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자신과 모두의 이익의 균형에 대해 솔직해졌습니다. 게다가 그러한 솔직함이 자신과 모두의 이익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현 직장이 마지막 직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현 직장에서 올라가거나, 아님 다른 직장으로 옮기거나 둘 중에 하나입니다. 대부분 전략적으로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자신에게 맞거나, 나은 방향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직장인, 리더 모두 같은 입장입니다. 이런 부분으로 인해 최소한의 이해와 존중, 지속 가능한 (거래 기반의)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로 간의 이익을 서로가 망치면 자칫 그 불이익이 나에게도 돌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모로 조심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그러한 조심성이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여줘야 하는 과감성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여전히 일부 상사 및 리더는 자신들의 부하직원을 수족(手足)처럼 부리기를 원하기 때문이며, 손과 발의 입장에서는 머리가 시키는 대로, 그들 기대 수준에 충족하기 위해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그 한계 안에서 주로 안정감과 소속감 등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직장을 오래 다닐수록 '판단은 하지만, 그 판단을 쉽게 겉으로 꺼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개인의 입장에서는 추구해야 하는 생존 원칙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과거에 비해 조직 내 개인 권한이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 책임과 권한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조직 및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려는 움직임은 과거에 비해 나아진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일하는 시스템도 발전되어 큰 조직이라고 누군가 조직의 무임승차자로 숨을 수도 없고, 작은 조직이라고 작은 규모의 일만 하라는 법도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직장인이 직장인으로서 생존하기에 더욱 어려워진 시대 같다는 생각입니다.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친절하고 상냥한 태도로 혹은 근면 성실하고 꾸준한 모습 등 과거에 돋보이던 몇몇 포인트 만으로는 인정받기 어려워졌습니다. 게다가 리더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독불장군처럼 자기 멋대로 나아가려 한다면 비록 결과가 좋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적을 만들며 그 자리를 오래도록 보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자리에 있는 직장인이건
일 뒤에 숨는 것도, 일을 앞세우는 것도 남이 아닌 자의적으로 선택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저는 일부 성공한 사업가를 제외하고, 리더도 리더와 함께 일하는 이들도 모두 직장인 범주에 놓고 봅니다. 적어도 그들은 모두 일을 하고 있고, 일의 성장과 나의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들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타인으로부터 어떤 선택을 강요받는 경우가 많지만, 설령 그 선택을 따라가더라도 일방적으로 따라가기보다는 심사숙고를 통해 나만의 이유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이 글을 써가며 하게 됐습니다. 유연함을 잃지 않는 것, 정해진 일을 정해진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 키워가는 것만이 자신만의 생존 원리를 지켜가는 것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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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스쿨 김영학 대표. 17년차 전략 컨설턴트.
6년이 넘는 동안 1,500여 명의 직장인을 만나 커리어 코칭을 했고, 함께한 사람들이 스타트업 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중견기업에서 전도유망한 스타트업 기업으로, 외국계 기업이나 해외로 취업하는 것을 도왔다. 또한 수년간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전략 기반의 비즈니스 컨설팅을 했으며, 현재는 스타트업 전문 비즈니스 코치로도 활동 중이다. 또한, 직장생활과 커리어에 인사이트를 주는 글을 꾸준히 쓰고 있으며 〈이코노믹리뷰〉에 ‘직장에서 생존’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