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장이 미인대회도 아니고, 알고 싶은 것을 서로 묻는 탐색전 아닌가요?
"1분 자기소개해보세요."
면접장에 들어선 A 씨는 이 말에 말문이 막혔다.
처음 듣는 말이 아니지만, 매번 들을 때마다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우리 대부분은 이런 상황에 당황을 하고,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 아니, 이 기량이 대체 회사에서 일하는 것과 어떤 관련이 있길래, 자꾸 '쇼(Show)'를 하게 만드냐 말이다. 이제 그만 좀 하자.
언제부턴가 면접에서 '자기소개'를 하게 만든다. 누군가에게 '대화에 가까운 말'이 아닌 말을, 그것도 다소 공적인 자리에서, '나'를 주제로 이야기하라니 곤란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곤욕스럽다. 그러다가 함께 면접 본 이보다 못하면 치욕스럽기까지 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시키니까 어쩌나 해야지... 일단 자신감있게 또박또박,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말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외에는 뭐가 잘한 것인지 구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뽑히기 위해,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냥, 지금 이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기만 바랄 뿐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것이 기회'라는 생각으로 대사를 만들어 입에 닳도록 연습을 한다. 그 내뱉는 말에 면접관이 감동을 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서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 그 착각에 의해 탈락한다. 나도 그랬다.
별짓을 다해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1분 자기소개를 못해서 떨어지거나, 그것 때문에 붙는다는 어떤 과학적 증거도 없다. 그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진정성 있어 보이는 모습'을 보일 뿐이다.
그나마 경력직이 되면, 나아질 줄 알았다. 신입이야, 어떤 사람인지 모르기 때문에, 다각도로 보기 위해 필요하다지만, 경력직은 좀 다르지 않은가. 경험도 어느 정도 쌓았고, 소위 사회 물도 먹을 만큼 먹었다. 물론 아직 부족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시궁창(?)'이다. 자기소개를 굳이 하지 않아도, 제출한 서류로 보다 긴밀한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어가자마자 산산조각이 났다. 입장해서 면접장 의자에 앉자마자, 면접관은 얼굴도 안 보고 바로 '자기소개'를 요구했다.
그래서, (하기 싫었지만) 당당히 자기소개를 했다. Blar Blar..... 그리고 끝에 한 마디 붙였다.
「7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사람에게도 '자기소개'를 시킬 만큼 보수적이거나, 아니면 면접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혹시 면접관님께서는 제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면접장은 이윽고 냉기가 흘렀다. 그리고 다른 면접관(자기소개를 시킨 이보다 다소 높아 보이는 사람)이 '미안하다면서, 자신들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짚어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진짜 일과 관련된 인터뷰(대화)가 이어졌고, 면접은 잘 마쳤다.
며칠 후,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들은 날 붙잡았다. 면접에 참석했던 직접적으로 함께 일하게 될 리더가 전화해서 '나의 당돌함과 냉철함'이 마음에 들었다나... 하지만, 가지 않았다. 굳이 맞지도 않을 것 같은 조직에 들어가서 원하지도 않는 고생을 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렇게 저비용 고효율 인재를 놓쳤다.
면접(面接)의 사전적 정의는 '얼굴을 맞대는 것'이다. 서류로 먼저 만나본 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생겼고, 제출한 내용에 거짓이 없는지, 그 외 확인하고 싶은 여러 가지 내용을 15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에 최대한 알아보는 것이다.
당연히 '알아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다. 그(녀)가 얼마나 능력이 있고, 괜찮은지 아는 것은 시간상 한계가 있다. 아무리 면접을 자주, 많이 봤다고 해도, 얼굴과 서류만 본 사람이 해당 포지션에 맞고 맞지 않는 것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다고 하는지 궁금하다.
사람이 '사람을 보는 관점'이 각자 다르다. 아무리 오래도록 사람과 함께 일을 하면서 지낸다고 할지라도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이다. 그래서, 최대한 객관적 입장에서 '사견을 빼고, 조직의 입장을 대변'하라고 면접관의 감투를 씌워준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이러한 입장 및 조직이 제시한 기준에 의해서만 판단하지 않는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정성적 평가를 들여다보면 논리가 빈약하다. 말을 맞춘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면접관 교육을 시킨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다. 자신이 기존에 '사람을 보고 판단'했던 습관 등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냥,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원칙 등을 정해서,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할 수 없도록 막는 방법 밖에는 없다.
자기소개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자기소개 잘한다고 일을 잘하는 것인가?! 대사 달달 외워서 연기하면, 그게 배우로서 연기를 잘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되묻고 싶다. "면접관님도 자기소개해보시죠. 제 마음에 들게 말이에요."
회사는 일을 위해서 일만 죽어라 하는 곳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자꾸 개인적인 것을 묻냐 말이다. 난 말해주기도 싫고, 면접관님과는 아직 어떤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하다. "당신이 누구인지 알고 내 이야기를 하냐 말이다."
면접을 보는 이(실문자, 임원진)가 누구이고, 단계에 따라서 지원자로부터 확인하고 싶은 것이 대부분 정해져 있다. 그렇다면, '그 목적에만 집중'하자. 이것저것 당장 확인하고 싶은 것은 알지만, 그건 부차적인 것이지 메인이 아니다. 핵심으로부터 왜 벗어나서, 논쟁거리를 만드냐 말이다. "준비 안 한 티 나요."
면접관 중에 "쉬는 동안 뭐했어요?" 혹은 "왜 이것밖에 경력이 안돼요?" 식으로 소위 '공격성 질문'을 내뱉는 이 가 있다. 과연 무엇을 알고 싶어서, 이런 류의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들 스스로 "너랑 일하기 싫어."류의 의사를 표하는 것 같아 합격해도 가지 않았다. "당신과 일하고 싶지 않아요."
면접자도 준비하지만, 면접관도 준비한다. 면접 스케줄이 하루에 수 명이기 때문에, 모두 기억을 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면접 현장에서 면접자에게 질문하고, 듣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들을 가치가 없었으면, 애초에 면접에 부르지 말았어야 했다. "이럴 거면, 나 왜 불렀어요?"
회사는 팀으로 움직이고, 개개인이 팀의 일원으로써 각자 중요한 역할을 맡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 팀에서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이다. 그런데, 마치 '양반이 종 부리듯' 채용하기도 전에 '고압적 태도'를 보이는 이들이 있다. "난 아직 당신의 부하직원이 아닙니다. 착각하지 마세요."
면접자와 면접관은 'Job Interview'를 위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서로가 함께 일해도 문제가 없는지 등을 견주어 보는 자리이다. 그런데, 왜 평가자와 피평가자에 위치하여, 논리도, 근거도 의미도 없는 평가 및 심사를 계속하냐 말이다. "내가 왜 평가받아야 하는 거죠?"
실무-인원-최종 등 여러 성격 및 단계의 면접이 있다. 모든 면접의 목적 또는 본질은 '우리 회사의 해당 포지션에 맞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골라내고, 남는 사람 중에 가장 적합할 것 같은 사람을 다음 면접으로 넘기거나, 합격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본질에서 벗어나거 방해하는 행위 등은 최소화하거나, 제거할 수 있어야 한다.
위의 7가지 사항만 면접장 내에서 충분히 하지 않아도, 회사의 적은 만들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 회사의 안티로 돌아서서, 죽을 때까지 그 회사를 미워하는 것 말이다. 그가 주변에 사람이 많은 빅마우스라면, 또는 잡플래닛 , 블라인드 같은 직장 커뮤니티에 '악평'을 올리면 당연히 '평판'에 악영향을 미칳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평가가 당신을 헤칠 수도 있다.
추가적으로, 면접장의 경험으로 면접자는 회사를 판단한다. 따라서, 위의 면접관이 면접의 전부가 아니다.
면접장으로 가는 길, 그 길에서 마주친 풍경과 회사 정문에 들어섰을 때의 안내판부터 시작하여, 면접장까지의 동선, 그 속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표정 까지, 면접관을 마주한 면접장의 현장 분위기, 그 안에서 나눈 대화록(Dialogue), 그리고 끝나고 나오며 같은 동선을 거꾸로 경험한 모든 것이 이미지로 남는다.
이 모든 것이 딱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상호 간의 만족스러운 면접이 될 수 있다. 면접자는 아직 회사를 방문한 손님이지 않은가?! 그러한 세심함이 불합격한 지원자에게 '뼈아픈 경험'으로 남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하기 싫은 자기소개를 억지로 하지 않돌고 개선하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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