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평가 기준도 없는 문제를 내서 우리를 고생시키냐 말이다
자기소개서.
처음 이 문제를 받았을 때의 심정은 '막막함'이었다. 시험을 치르던 중간에 정답이 없는 문제와 마주쳤을 때,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과 다르지 않았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나에게는 막막하다. '자기소개'도 '자기소개서'도 말이다.
나를 어떻게 소개하는 거지?
나를 소개하는 이유는 무엇이지?
그들은 왜 나의 자기소개가 필요하지?
그래서, 그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지?
나의 어떤 부분을 드러내야, 그들이 나를 주목하거나, 뽑을 이유를 줄 수 있지?
15년 전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때도 지금의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심지어, 자주 쓰지 않던 글로써 나를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 더욱 막막함을 가중시켰던 것 같다. 자주 하지 않았던 것을, 더욱 잘하는 것처럼 보여야 하니 여간 곤욕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한 편으로는 처음에 '자기소개'라는 문화를 만든 이들의 저의가 궁금했다. 어차피 그 짧은 글귀로 적힌 글을 단시간에 읽어내어 한 사람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왜 그랬을까 말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하고 싶은
질문을 몇 자 적는다.
그들이 누구인지는 궁금하지 않다. 왜 이런 것을 만들어서, 수 만의 취업준비생 및 직장인들에게 고통을 선사하냐 말이다. 모든 입사 및 채용 전형에 재미있게도 빠지질 않고 있다.
1. 당신들은 자기소개서 써봤는가?
과연 당신들은 자기소개서의 샘플 또는 원형이라는 것을 작성해보고, 다른 이들에게 시키거나, 하라고 과제 형식으로 냈는지 궁금하다. 왜 자신들도 제대로 못하는 것을 남에게 시키는가 말이다. 통쾌한가? 쌤통인가?
2. 글짓기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인가?
자기소개서가 글쓰기면, 작가 및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유리해야 하는데, 딱히 그런 거 같지 않다. 잘 쓴 글임에도 불구하고, 서류를 통과 못하는 이유는 자기소개서를 못써서인가? 아님 자기소개를 못해서 인가?
3. 어렸을 때부터 교육시켜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중요하며, 기초 역량이라고 하면, 정규 교과 과정에 '글쓰기(Writing)'를 편성하여, 전체적으로 힘을 실어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밖에 나와 써먹기 힘든 주입식 교육만 많이 시킨다고 과연 나아지는 것인가?
4. 외국에서 들여왔다고, 우리에게 좋고, 또한 맞는 것인가?
물론, 비즈니스(문화)가 서양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유래가 Profile 또는 Resume의 Cover Letter 정도이다. 그런데, 미국도 최근 들어 여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다른 도구에 힘을 더 실고 있다. 자기소개서는 그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한 정도'의 정도이다.
5. 명확한 평가 기준이 있는가?
이걸 통해 누군가를 평가할 수도, 해서도 안되는데, 왜 이런 '프레임(규칙)'을 만들었는가? 물론 '절대 통과가 어려운 규칙' 같은 것이 있기는 할 것 같다. 그런데, 겨우 구분 가능한 수준이 '맞춤법과 주제와 관련 없는 내용 정도' 걸러내는 것 아닌가? 그 외에는 대부분 비슷비슷한 수준 아닌가 말이다.
6. 자기소개서만 보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가?
차라리 명리학, 관상학은 '학문'으로서 인정할 수 있다. 수천 년의 사람의 운명과 관련한 통계가 쌓여있으니 말이다. 그나마 논리적인고, 개연성이 있다. 그런데, 자기소개서에는 그러한 통계도 심리도 거의 없다. 심지어 그 서류에 이름을 제거하면, 도무지 누구인지 구분도 되질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알 수 있냐 말이다.
7. 차라리 회사 또는 직무와 관련한 '직접적인 질문'을 할 용기는 없었는가?
그럴 바에는 맡게 될 직무를 기준으로 허심탄회한 질문을 하는 것이 낫지 않는가? 그가 어떤 사람이든 간에, 일단 일을 할 만한 자격을 검증하는 것이지, 우리 가족 또는 애인을 뽑는 게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왜 자기소개서를 강요하는가 말이다.
8. 자기소개서 항목은 왜 그 따위인가?
성장과정, 장단점, 지원동기, 입사 후 포부 등 이게 과연 몇 자의 글로 압축하여 확실한 메시지를 뽑아낼 수 있는 쉬운 질문인가? 누군가는 여기에 수년에서 수십 년의 세월을 되돌아봐야 한다. 그게 쉬운 일인가?
9. 일종의 회개 또는 반성을 시켜주기 위함인가?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드는 막막함, 그리고 실제 글을 적으면서 느끼는 자괴감 등을 입사 전에 시켜주기 위함인가? 입사해서도 일을 배우고, 익히는데 가뜩이나 힘든데 말이다. 거기에 눌리지 않을 강직한 사람을 원하는가? 그걸 적으면서, 스스로 얼마나 부끄러운지 알고 있는가? 말이다.
10. 그래서 누구를 뽑고 싶은 건가?
자기소개서를 보면, 다음에 또 보고 싶거나, 아닌 것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인가? 과연 뭘 보고 그렇게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차라리 회사마다 "이런 사람은 절대 안 받습니다."라고 정확하게 명시하면 오히려 그게 더 편하지 않은가?
이 질문에 대해 확실한 답변을 하지도 못할 텐데,
계속 '자기소개서' 쓰게 만들어야 하나요?
p.s 취업준비를 하는 친구들에게도 몇 마디 적습니다.
그동안 자기소개서를 무차별적으로 요구했던 어른 중에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저 또한 이전에 함께 일할 사람을 뽑을 때, 생각 없이 '평범한 자기소개서'를 요구했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그걸 적기 위해서 머리를 쥐어짜면서 최대한 스스로를 돋보이게 만들려고 고생했을 것인데, 면접에서 "고생했다." 혹은 "수고했다."라고 하면서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 감정이었다면, 최소한 말도 건네고, 면접비도 많이는 아니지만 챙겨줬을 것 같습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하는 것이죠. 다시 한번 미안합니다.
기왕 자기소개서 써야 한다면, 어차피 안 볼 사이인데, 그냥 '하고 싶은 말'을 최대한 논리적으로, 예의 있게 표현하는데 집중하세요. 그래야 통과되지 않더라도, 후회가 덜 남습니다. 뽑히기 위해, 있는 말 없는 말 지어내어 통과하면, 그 기쁨은 잠시 뿐입니다.
가장 최악은 원하지도 않은 회사에 취업해서 그만두지도 못하고, 매달 카드 값 때문에 계속 일을 하는 처지가 되는 것이 어쩌면 더욱 불행한 삶일지 모릅니다. 그 불행의 길로 가는 선택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마음에서 해야 합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베푼 선의가 나에게 돌아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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