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이상 해당된다면, 심각히 퇴사를 고려해주세요
회사만 다녀오면 피곤하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내일 출근하기 전까지 개인적으로 쉬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런 사람들이 과연 '육체적'으로 자신의 힘듦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그들은 마음에 병이 들어, 새로운 선택을 할 에너지, 혹은 그러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에 이미 고장이 나있다.
이직스쿨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은 하나 같이 힘듦을 호소한다. 그 힘듦의 대부분은 당장 해결할 수 없다. 걔 중에는 단순 불만도 섞여있지만, 그것도 해결 불가하다. 회사를 옮기지 않는 한, 하던 일을 바꾸지 않는 한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퇴사-이직> 등을 권유하지 않는다. 이 방법으로 현재의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자리를 유지한 채,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작업으로부터, 지금 보다 더욱 확신할 수 있는 방향과 단계 그리고 원하는 쪽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스템을 재설계하고,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기준(일종의 KPI) 등을 함께 만들어 간다.
그러나, 모두에게 그러한 방향으로 결정하기를 권하지 않는다. 간혹 당장 퇴사를 해야 하고, 리프레쉬와 힐링 활동을 통해 몸과 마음 둘 다 회복이 필요한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지금 삶의 궤적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이들을 가리켜 잠재적 퇴사자라고 한다.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잊었고,
심각하면, 삶의 이유까지도 함께 잃어버린 이들이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진다. 심지어 꼭 해야 하는 씻는 것, 먹는 것조차 의욕이 생기지 않는 날이 많다. 집에 오면, 그냥 침대에 눕고 싶을 뿐이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진다.
방금 퇴근하고 나왔지만, 다음 날 회사에 가면 하게 될 일들이 벌써부터 공포로 다가온다. 분명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지 않지만, 내 업무상의 범위의 책임 조차 짊어지기 싫다. 아니, 무섭다.
주중에는 집과 회사 이외에는 다른 곳을 거의 가지도 않고, 어떤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특별히 새로운 무언가를 하고 싶은 생각은 간혹 들지만, 전부 귀찮은 것뿐이다.
직장인 누구나 하는 엉뚱한 상상이 될 수 있다. 잠깐이나마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상이 너무나 자주 하고 싶지 않아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출근할 때마다 반복 재현된다는 사실이다.
수개월 혹은 몇 년에 걸쳐서 해왔던 일이다. 지금의 활동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그러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게 되질 않는다. 나타나게 될 다양한 변수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지 스스로 의문스럽다.
점심시간만이라도 혼자 있고 싶다. 밥을 먹기도 싫고, 같은 팀 동료 혹은 상사들과 어울려 밥을 먹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다. 업무의 연장, 회의의 연속된 현장에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통이다. 그들과 마주 앉아 밥을 먹느니, 차라리 굶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아무런 죄가 없다. 각자 자신의 일을 묵묵하게 하는 와중에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과 부딪힐 뿐이다. 분명 머리로는 이해가 된다. 그들이 왜 열을 내면서 일을 하는지 말이다. 그런데, 꼭 그렇게 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
겨우 겨우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하지만, 퇴근 시간은 또 다른 지옥 같다. 내일 해야 할 일부터 시작하여, 쌓여있는 일들이 발걸음을 무겁게 만든다. 그래서,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어서 위안이 되는 활동을 했지만, 이내 닫아버리고 머리를 식히는데 주력한다.
"이걸 잘해서 무엇하나..."라는 생각 때문일까, 아니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일에 대한 부담 때문일까. 막막하게만 느껴지고, 부질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일을 통해 얻는 역할과 책임, 달성해야 할 목표 등을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당연히 일을 잘할 이유가 없다. 오로지 그 이유는 내가 아니라, 회사를 위한 것이다. 맹목적 희생이 부모 자식 간을 빼면, 지속할 수 없다. 언제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지만, 다음 달 카드 값이 무서워 사표를 던지지도 못한다. 그냥 이대로 '묻어가고만' 싶다.
치열한 주중 회사 일 때문에 그런 것인지, 주말에도 어떤 활동 조차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하루 종일 먹고, 자는 것을 반복하면서 주말 내내 보내는 날이 많다. 이렇게 라도 주말을 보내지 않으면, 도무지 회사를 다닐 힘이 날 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를 돌이켜 생각해보니, 지금의 회사 그리고 이 일을 택한 것은 나였다. 후회해도 소용없다. 하지만,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온다. 그 후회로 인해, 지금의 일이 더욱 싫어질 뿐이다. 그 일을 선택한 나도 싫어진다. 내 발등을 찍는 것은 결국 나였다.
귀가 얇아서인지, 아님 그들의 말이 설득력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의미 있었다. 나쁘지 않은 조건과 미래 전망도 좋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불투명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였을까, 어떤 일에도 용기가 나질 않아 위험하다는 것을 자각 중이다. 그냥 그들의 말을 듣지 않을 걸 그랬다.
이전에는 이 말에 대해 반만 믿었다. 분명 일을 해야 하는 것에 돈을 버는 것 말고도 다른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러 더러운 꼴(?)을 본 이후부터, '그냥 돈이나 벌자'라는 마음뿐이다. 다음 달, 그다음 달 월급날만 하염없이 기다린다.
차곡차곡 그래도 돈은 모았다. 돈을 모으는 이유는 많지만, 그중에 최고는 여행이다. 기왕이면 해외로 가서, 꼴 보기 싫은 일로부터 잠시나마 해방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여행 계획을 늘 취미처럼 갖고 있다. 올해는 어디로 갈까, 생각만 해도 즐겁다.
이렇게 라도 사는 나 스스로가 대견하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안감은 가시질 않는다. 그렇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에, 여행 계획과 매주 사는 로또가 유일한 위안일 뿐이다. 그냥 이렇게라도 사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운명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결론 난다.
회사와 집을 오가는 지루한 일상 덕분에 삶의 의욕은 제로에 가깝다. 주변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해보라고, 혹은 같이 하자고 말은 많이 하지만, 좀처럼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그냥 재미있을 것 같다. 직접 하는 것 말고, 보는 것조차 쉽지 않다.
짜장면 vs 짬뽕 혹은 PC방 vs 당구장 등 일상 속 둘 혹은 셋 중에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두려워진다. 혹시, 나 때문에 그 결정으로 인해 누군가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뭔지 모를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냥 아무것도 결정하는 것도, 책임지는 것도 싫은 생각뿐이다.
자신의 일상을 이루는 것 중에 소중하다고 느끼는 것은 가족 말고는 없다. 다른 말이 필요 없다. 그냥 다 싫다.
위 내용은 그냥 증상(생각 및 태도) 일뿐이다. 극심한 병이 들어 당장 치료가 시급한 것도 아니고, 하나하나 살펴보면, 힘들다고 표현하는 것뿐이지 그렇게 심각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10개 혹은 15개 이상 해당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심적으로 매우 복합적으로 뒤엉켜 있어, 일상과 일터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평정심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심하면 자존감의 심각한 훼손을 불러올 수 있다. 그만큼 여러 방면의 멘탈리티 자체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는 분들에게는 당분간의 경제적 어려움만 없다면, 퇴사를 적극 권유한다. 그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의 회복탄력성에 의해 일정 부분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는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일상을 유지할 것을 권유한다. 일을 그만둬서 해결하는 것은 가장 극약 처방이기 때문이다. 다시 또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일과 사람 그리고 비즈니스에 대한 관점 전환 훈련에 돌입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의 과정과 결과 등을 정리하고, 그동안 저질렀던 실수를 다시 하지 않기 위해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일명, 일로부터 받는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생각(관점) 바꾸기' 프로그램이다. 지금 보다 객관적 시선으로 일을 바라보고, 내가 고통받았던 그 원흉이 무엇인지, 이를 내 머릿속으로부터 도려내는 것이다.
아무 계획 없는 퇴사는 권유하지 않는다. 나름의 계획이 있어야만, 내 의지에 의한 퇴사도 이직도 할 수 있다. 주변을 보면 대부분 그렇게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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