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해 진지하기만 하면, 그게 책임지는 모습인가요?!
일을 얼마나 잘했는가에 대해 평가를 할 때,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낸다. 이는 일에 대한 여러 모습에 대한 논의로 발전하게 되고, 결국 '진지 vs 진지하지 못한' 것을 두고 설전을 벌인다. 책임 또는 책임감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없는 상황에 '진지하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한가? 진짜 책임지는 모습이 진지하다는 말인가, 아리송할 뿐이다. 과연 누가 더 책임을 짊어지고, 책임감 있게 일해야 하는가.
위의 질문을 던지면, 99% 이상이 '역할'로 이해하고 답한다. "저는 (어떤 직무)를 맡고 있습니다."라고 말이다. 이는 직장인 대부분이 자신의 '역할(Role)'에만 집중하면,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오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역할은 곧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말이 책임에서 '책임감'으로 바뀌고 나서, 뉘앙스가 바뀐다. "저는 제 책임을 다하려는 마음가짐 또는 의지를 책임감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한다. 책임을 다하려는 마음만으로도, 그 책임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 것이다.
책임의 범위는 곧 역할이고, 이를 충실히 다하는 것을 통해 책임감을 수행하고 있고, 그럼 이를 실제로 확인하기 위한 '일(Task)'은 무엇인지를 물어보면, 대부분 꿀 먹은 벙어리가 되거나 얼버무리기 일쑤다. 특별히 지금 하는 일에 대한 책임감을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할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거나, 있다고 해도 주어진 역할에 따른 꼭 해야 하는 일만이 그 책임 수행의 전부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 일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그 깊이가 깊지 않다. 그저 "그 역할에만 충실하면 그걸로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정도의 수준이다. 적어도 그 일을 나에게 만들어 준 리더만큼의 진지함, 그에 대한 동감과 동경 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적이 없다. 그저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하려고 했고, 그 이상은 없었다.
- 그러다 보니, 성장은 더뎠고, 현시대는 그 정도의 책임감으로는 어림도 없어졌다.
- 더 이상 조직이 나의 성장도 생존도 책임져줄 수 없는 시대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 성장은 기꺼이 짊어지려고 하는 마음가짐(책임감)으로 부터 나타난다. #왜 그럴까
책임의 범위는 매우 애매하다. 유일한 기준점이 될 수 있는 '직무 명세서'에 쓰여진 업무상 책임 범위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 및 수준에 대한 정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과 환경에 놓여있는가에 따라, 달성해야 할 목표가 책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알겠지만, 이것도 보는 사람에 따라 각자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종잡을 수 없다.
혹자는 비즈니스가 안정화됨에 따라 루틴(Routine) 업무를 기준으로, (1) 반드시 해야 하는 일, (2) 하면 좋은 일, (3) 하지 않아도 되는 일로 나누어,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 자체가 책임의 범위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시장 환경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거나, 시장 내 해당 기업의 일정 규모 이상의 성숙도를 가졌을 때에나 업무 시스템 안정화의 일환으로 해볼 수 있는 일이다. 그야말로, 서로 해야 하는 일의 규모와 수준 등의 주요 내용이 여러 해에 걸쳐 경험과 업적이 쌓여, 최소한 도달해야 하는 수준이 만들어졌고, 이를 함께 하는 모두가 알고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Job Description에 있는 내용이 최소한 1년에 한 번 정도는 업그레이드,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사실 조차 잊어버린다. "그게 뭔데?"라고 물어보는 이도 적지 않다. 이 보다는 '주어진 일'을 하는데, '새로운 일을 벌이는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업무 관리력을 높여 책임의 범위를 정리하는 것이 업무상 목표로 만들어지지 않아서 일까.... (이를 적극적으로 챙겨야 할 인사팀 조차,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
효과적인 개인 및 팀 단위의 목표 관리(MBO, BSC, OKR 등)에 입각하여, 비즈니스 목적에 따른 개인 및 팀의 목표 관리를 수시로 하여, 목표 달성에 의한 성과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게 곧 책임의 범주를 수시로 관리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때 각자의 목표가 팀의 목표 또는 조직의 목적 및 목표에 적합하도록 설정하지 못하거나, 주변의 동료들과 이에 대한 벨런스라도 잡거나, 혹은 공동의 목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통한 책임의 영역을 서로 공유하는 등의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저 각자 찢어져서 서로 해야 할 부분의 퍼즐을 배분하고, 결합시키고, 다시 이를 총합하는 구조로 일을 하기에 바쁘다. 그러한 업무 환경에서는 어떤 책임도 논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일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면서, 누가 어느 부분의 책임에 대하여 얼마나 수행했는지를 평가할 수 없게 되고, 신뢰라는 중요한 부분에 금이가 거나, 평가 자체가 엉망이 되어 협력 및 협업에 대한 규칙마저 깨져버리곤 한다.
- 과연 나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 누구를 위해서 일한다고 마음먹어야 할 것인가
- 그 마음먹은 만큼을 현업에서는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
최근에는 팀 내 개인 평가를 위해 '기여도'로 구분하기도 한다. 1) 주어진 과제에 얼마나 충실하게 일했으며, 2)얼마나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3) 최종 결정된 해결책의 실현을 위해 주어진 임무에 얼마나 최선을 다했으며, 4) 그렇게 나타난 결과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는 가에 따라 다르게 정리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겉으로 보이는 태도'에 준하여 나타난다는 것이다. 충실, 적극, 최선 등등 이러한 기준을 갖고 과연 누군가 누구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또는 제시한 해결책을 채택당한 이와 그렇지 못한 이의 평가를 애매모호한 '기여도'라는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누군가를 위해서 일하는 것인지, 각각의 일(업무, Task)에 따라 일관되지만, 또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비즈니스와 커리어 사이, 함께 일하는 리더와 동료와의 협력 및 협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 등을 말이다.
(참고로 아래 순서는 권장사항이지, 꼭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기준이 되는 것은 회사이다. 회사가 추구하는 비즈니스, 해당 사업의 목적 및 목표에 따라 우리 팀 또는 내가 해야 하는 일(업무)과의 연관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참고로 어떤 비즈니스든지 목적에 목표 고객에 따른 매출이 존재한다. 따라서, 소속된 조직의 주요 고객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에게 해당 업무에 의해 어떤 긍정적 영향 또는 유지를 했는지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고려한 업무 이행이 곧 '책임감'을 다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회사 다음은 '나'이다. 내가 바라는 커리어의 목적에 맞게 현재 조직을 택했고, 그 조직 속의 업무가 곧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커리어에 최소한 (-)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업무상 목적 및 목표를 고려할 때에도 커리어 성장을 고려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 무엇이고, 그 힘을 업무상 넘어야 할 허들이라고 할 때, 그 허들을 넘으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곧 '책임감' 있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회사 일은 혼자도 하지만, 대부분 일의 큰 덩어리를 고려할 때,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대부분 상사의 관리를 받아 일이 진행되는데, 이때 그의 입장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그 일에 대하여 공동의 책임을 짊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일이든 관계되었다고 생각하면, 나누고, 상의하며, 정리하는 등의 실질적 업무 공유를 하는 모습으로 '책임감'을 다해야 한다.
마지막은 동료다. 동료의 도움 없이는 어떤 일이든 '완성형'으로 만들기 어렵다. 따라서, 동료의 일과 '나와의 연결고리'가 무엇이고, 이를 통해 발생되는 업무상 가치에 대한 책임을 상호 어떤 모양새로 짊어지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하나의 프로젝트에서 그가 하는 일과 나의 일을 단순히 나누는 것이 아니라, 둘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고려하는 것이 책임감 있는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동안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는지를 살펴볼 때, 위의 의미와 순서에 입각하였는지를 한번 반추해보자. 대부분 순서는 맞지만, 의미가 다르거나, 의미가 같다고 하더라도 순서는 다를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위의 순서라도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아니, 의미라도 최대한 맞춰서, '일을 하는 의미'를 조직과 나의 성장에 제1의 목적을 두고, 동료와 상생의 책임 또는 책임감을 제2의 목적으로 둬서 일에 대하여 보다 진지하게 대하는 힘을 길러보라고 말하고 싶다.
15년 넘게 직장 안팎에서 일을 해오고, 성공 또는 실패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성공하는 사람은 사실 대중없었다. "대충 해도 성공할 사람들은 거의 다 하더라."는 것이 인생을 통틀어 '될 놈 될'이라는 것이 변하지 않는 진실(Truth)이자 원리(Principle)다.
그러나, 지금은 성공하는 이들이 아니라, 실패하는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은 일에 대하여 '일을 마주할 때에만 진지한 사람들'이었다. 오히려 '일에 대해 전혀 진지하지 않은 사람(그렇게 보이는 사람)'이 더욱 크고 많은 가치를 발산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중간에 애매하게 낀 '일을 할 때만 진지한 사람'들이 오히려 가장 많은 실패를 한다.
(1) 시종일관 일에 대해 진지한 사람은 지금 하는 일에 대해 굉장한 수준의 로열티를 가진 이들이다. 따라서 일/삶이 뒤집혀 '삶/일'로서 일이 전체 삶을 지배하는 이들이다. 크고 작은 실패가 있다고 하더라도, 원하는 수준과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한다.
(2) 허허실실, 일에 대해 진지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일에 대해 진지하지 않은 게 아니다.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평소에 힘을 빼고 일하는 스타일이다. 허허실실이라고 해야 할까, 이들은 어떤 일이든 이런 식으로 접근하지만, 탁월한 책임감과 성취욕을 바탕의 재능(Talent)으로 인해 결국 해내고 마는 타입이다.
(3) 일을 마주할 때만 진지한 사람은 일을 택할 때부터 그 일이 나의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필요한 만큼,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만큼 정도의 책임감을 위한 에너지만을 사용한다. 그저 '적당히' 남들을 살짝 앞지를 만큼 또는 뒤처지지 않을 만큼만 힘을 쏟는다. 그러나, 임계점을 지나면, 뒤쳐진다. 자기도 모르게 말이다.
누가 가장 책임지려는 모습이 적어 보인다고 생각하는가, (1)과 (2)의 타입에 대해서는 같은 조직에서 일하지 않는다면 쉽사리 비교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답은 (3)이다. 이들은 '적당히' 주어진 역할만 하려고 한다. 딱 그만큼만 하면,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고 착각한다.
그 착각은 "(4)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권리만 누리려고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막지 못하게 된다. 과거의 언젠가 너무 무책임하다고 욕했던 선후배 및 동료 상사들의 모습을 나한테서 찾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짊어지려는 물리적 책임 또는 그 마음에 맞춰 일하려고 하지 말고, 회사, 본연의 나, 리더와 동료에게 맞추려고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발산해야 하는 자신의 스타일을 셋 중에 정할 필요가 있다. (1) 삶에 대한 태도가 시종일관 진지하든지, 아니면 (2) 허허실실 힘을 빼는 것 중에 어디에 가까운지를 보고, 이에 맞춰 자신의 일하는 모습을 정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3) 일을 마주할 때만 진지한 모습을 하면, 하면서 만난 이들 중에 가장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던 사람의 모습을 (4) 어느새 닮아버린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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