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직스쿨 김영학 Apr 13. 2020

배달의 민족, 오만했을까

New:플랫폼이 되고 싶었던 배달의 민족 본색을 드러낸 것인가

(투 사이드) 플랫폼을 소유하려는 이들의 욕망은 대부분 같다. 대동강 물을 팔아 돈을 벌었던 봉이 김선달이 되려고 한다. 그러나, 김선달의 시대와 지금은 다르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와도 연결 가능한 초월적 네트워크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 속 플랫폼은 작은 사회이다. 서로 다른 이들의 수많은 참여를 통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감을 얻어 뜨고, 민심을 잃어 저물다"

배달의 민족이 문을 닫는다면, 묘비명에 위와 같이 적히게 될 것이다.


배달의 민족은 플랫폼이다. 플랫폼이기 때문에, 최대한 덩치를 키워야 한다. 판매자와 사용자, 양 쪽의 참여를 독려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입증한다. 성장하는 가치는 더 많은 사용자 참여(거래)로 이어진다. 이를 바탕으로 관련된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하고, 회사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대다수의 플랫폼 사업의 성장은 사용자에 의해 결정된다. 현재 플랫폼 내의 사용자가 얼마나 되며, 그들의 활동성(거래 빈도 및  횟수)이 어느 정도이고, 현재 참여하지 않은 이들(미참여자)이 얼마나 되는 것을 바탕으로 성장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그래서일까, 배달의 민족은 이름답게, '민족'을 이야기했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뉘앙스다. '우리 것'이기 때문에 사랑해야 한다는 애국심을 강조했다. 게다가 배달이 그 배달은 아니지만, 위트 있고 재미있게 접근했다. 요즘 말로 키치(Kitch)함을 여러 콘텐츠를 바탕으로 이야기했다.


소위 밀레니얼을 중심의, 모바일이 친숙한 이들이 가장 먼저 받아들였다. 거추장스럽게 전화로 하지 않아도, App으로 치킨과 피자, 떡볶이 등을 주문할 수 있다는 편리함이 좋았다. 또한, 브랜드도 재미있었다. 기존의 여러 기업들의 '그들만의 멋짐'을 말하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도 없었다. 그냥 자신이 누구인지를 재미있고 유쾌하게 말했다. 게다가, 배민만의 이벤트와 캠페인으로 '먹거리를 놀거리'로 전환시키는 모습도 보였다.


이를 통해, 남녀노소 나이 불문으로 다양한 계층의 사용자를 흡수했다. 또한 메뉴 선택권을 점차 넓히면서 프랜차이즈부터 동네 맛집까지 '메뉴판' 안의 선택지를 늘려갔다.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되면서, 일반 사용자의 App 내 체류 시간이 늘어나는 등(주문할 메뉴를 고르는데 필요한 시간)의 기이한 현상도 보였다.


빠르게 지역과 세대를 넘어, 다양한 사용자를 끌어들이게 되었다. 이제 단순 플랫폼(일정 제품 및 서비스가 거래되는 온라인 공간)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일터가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먹거리를 고르는 메뉴판이 되었고, 또 누군가에게는 공부할 꺼리가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정쟁적 수단이 되었다.


분명 여러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의 여러 가치를 느끼고, 그 가치에 맞게 활용하게 된 것이다. 생각보다 다양한 목적을 가진 주체들이 여러 형태로 참여하게 되며, App의 안과 밖을 둘러싼 작은 사회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사회(Society)'다. 생각보다 우리 사회 속 App 서비스의 비중이 너무 커져버렸다.


그들의 이해관계를 모두 고려한

App 운영 정책과 전략이 과연 나올 수 있을까?





누구와 어떤 관계 속에서 갈등하고 있었을까


위 사실을 배달의 민족도 모를까. 자신들의 상태가 생각보다 복잡한 역학관계 속에 놓여 있음을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이해관계가 딜리버리 히어로 매각과 최근 수수료 정책으로 일부 또는 전면 전환과 함께 수면 위로 올라섰다. 안타까운 것은 왜 그런 결정을 이렇게 어지러운 시점에 내렸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변화로 우리 각자가 갖고 있던 배달의 민족에 대한 긍정적 스키마(Scheme - 기억 속 인식 체계)에 스크래치가 났다. 더 큰 문제는 관계된 99.99% 이상이 배달 App을 통해 배달시켜먹는 일반 사용자라는 사실이다.


관계된 이들의 입장 변화는 아래와 같다


<직접적 연결>

##투자자(딜리버리 히어로) 입장에서
투자자는 천문학적 금액이 투자가 되었으니, 지분만큼의 권한을 행사하고 싶을 것이다. 따라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정책 변화는 필수다. 지주사 기준을 반영하여, 사업 운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
주문한 음식이 식기 전에 배달되면 좋다. 가급적 빨리 그리고, 비교적 저렴하게 먹고 싶다. 그러나 의식 있는 스마트한 사용자이고 싶다. 따라서, 번거롭더라도 검색으로 전화번호를 찾아 직접 주문한다. 마치 초창기 일본 불매 운동과 같은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우호적이지 않은 이들이 여론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그들이'손에 땀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돈을 번다는 사실이 배가 아프다.' 원래 남 잘되는 꼴은 못 본다.

##자영업자 입장에서
배민 덕분에 주문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과당 경쟁이라고 해도 깃발을 꼽아 더 많은 주문을 받아야 살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수수료 정책으로 한다고 하니 황당하다. 눈 뜨고 코 베이는 기분이다. 또 하나의 건물주를 만난 기분이다. 비용을 통제하지 못하니, 답답하다. 그러나, 울며 겨자 먹기(1)로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배달을 중계하는 업체 입장에서
줄어든 혹은 더 이상 늘지 않는 주문량이 반갑지 않다. 점점 더 많은 배달이 이루어져야만 가치가 상승하는데, 수면 위의 데이터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일부 데이터가 App 아니라 전화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직접 배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건당 비용을 받아 생계를 유지한다. 이제 지역을 중심으로 배달 App의 Call 뿐 아니라, 업장의 요청도 함께 받아 처리해야 한다. 주문이 들어오는 채널이 늘어나, 혼란스럽다. 최근 배민의 건당 비용 인하도 한몫했다. 역시나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 먹고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 먹기(2)이다.


위 내용을 통해 누구를 위한 결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최근 그들의 말처럼 플랫폼 내의 주요 수익을 창출하는 자영업자와 배달을 하시는 분들을 위한 정책 변화였을까? 아니면 지주사의 정책에 맞춘 변화였을까.



<그 외의 간접적 연결>

경쟁사 입장에서
쿠팡과 네이버는 화려한 다이아몬드 스텝을 밟아 주목을 끌다가, 스스로 발을 걸어 넘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들의 실수가 반갑다. **요기요, 배달통은 맏형의 선전을 기대했지만, 기대 이하다. 망했다.

언론사 입장에서(국내)
세상에 유일무이한 김선달식 비즈니스는 우리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코로나 19 말고, 별다른 뉴스거리를 찾지 못했다가 이게 웬 떡인가 싶다. 물어뜯기 참 좋다. 그들의 헛발질로 어그로 끌기 더욱 쉬워졌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참으로 안타깝다. 동족상잔의 비극이랄까. 같은 업계의 형님, 우상, 영웅처럼 존재감을 뽐냈는데 말이다.  

정치인 및 정부 측 입장에서
정치적 소재로 활용하기 좋다. 다수를 위한 행복을 위해서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칼을 뽑을 수 있다. 으름장을 놓아서 인기를 끌 수도 있다.




많은 관계자 속에 갈등했다.

아니, 갈등했을 것이다.

그 결과 누군가의 손을 들어줬을 것이다.

단, 이런 결정의 배경은 아래와 같이 짐작된다.


배달의 민족도 '기업'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장은 숙명이다. 성장으로 기업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또한, 플랫폼 기업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여 활동하게 만들고, 더 많은 거래를 이끌어내어 더욱 높은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1.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빨간불이 들어왔을 것이다.

이미 국내 시장은 포화 상태다. 따라서, 더 많은 시장 참여자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2019년의 '배달의 민족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을 찾는다'는 캠페인만 봐도 그렇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중에 '배달 App'을 모르는 이들이 있을까 말이다.


 2. 경쟁사로부터 뺏어와도 의미 없다. 

요기요, 배달통, 배달의 민족, 모두 딜리버리 히어로(DH)의 울타리에 있다. 서로 사용자를 주고받는다고 한들 의미 없다. 독과점인 상태다. 이렇게 만든 것도 대단하지만, 이렇게 방치한 것도 대단하다.


3. 지주사의 압박도 있었을 것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전 세계 플랫폼 운영 원칙의 통일성이 필요하다. 전 세계 모든 플랫폼이 각기 다른 수수료율을 적용하여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방식이 가장 우수하고 보편적이다. (그렇게 믿는다.)


4. 성장을 위해 목표(이익 극대화) 변화가 필요했다.

매출 성장이 막혔으니, 남은 것은 둘 중에 하나다. 비용 절감과 이익 극대화이다. 단, 당장의 시스템 운영 및 유지 비용을 줄일 수 없으니, 정책 변화에 의한 단기적 효과라고 거둬야 한다.


5.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최대한 빠르게 정책 변화를 가져와 사용자들의 혼란을 잠재우고, 새로운 룰에 적응시켜야 한다. 일부 사용자의 이탈이 있을 수 있지만, 많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다. 어차피 다시 돌아와도, 그 자리니까.




그러나, 배달의 민족은 사용자들의 신뢰(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철석같이 믿었다. 계약과 같은 약속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약속을 믿었다.



1. DH의 M&A 결정은 존중한다.

더 큰 물에서 놀고 싶었을 것이다. 변방에 작은 배달 스타트업의 가치를 가장 높게 쳐주는 곳이 국내 증시도 아니고, 해외가 더 유리하다고 나왔으니 말이다. 거기에 단독보다는 연합으로 갔을 때, 더욱 낫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배달의 민족이 아니라, 게르만 민족이라고 불리는 조롱이 뒤따랐다. 하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2. 수수료 정책 전환하지 않겠다는 말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DH에 M&A 된 이후로 김봉진 대표의 인터뷰에서 수수료 정책으로 전환하지 않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섣부른 발언이 되었다. 다수의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은 만큼, 수많은 사용자들의 지지를 얻은 만큼 그동안의 모습을 봤을 때, 뒤통수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3. 투자자를 제외한 다수의 뒤통수를 쳤다.

누구의 뒤통수를 쳤는지 정확하지는 않다. 현재 맞았다고 하는 이들은 투자자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다. 당장의 피해는 일부의 자영업자와 배달의 기수분들에게 돌아갔다. 그들의 이웃과 그들을 가여워하는 이들, 그 주변에 스마트한 사용자들이 뭉쳐 '배신의 민족'을 힐난했다.


4. 그렇게 신뢰를 잃어가는 중이다.

다수의 사용자 이탈과 앱 삭제만 있다면 다행이다. 다수의 언론이 받아가면서, 이슈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민심을 잃은 것이다. 어쩌면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처럼 번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사(사업)는 신용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마음이라면, 오산이다. 그게 전략이라면 그럴 수 있다. 쓸 분들은 쓰고, 쓰고 싶지 않은 놈들은 쓰지 말라는 주의라면 할 말은 없다.


5. 틀이 잡힌 시스템은 줄이거나 바꾸기 쉽지 않다.

거기에 한몫 더해, 변화된 시스템을 다시 바꾸는 것은 더 쉽지 않다. 마치 경기 중에 나타난 오심 같은 것이다. 경기 종료 이후에는 번복은 없다. 번복하려면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하는데, 굳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시장 자율화에 맡겨야 한다.

다만, 배달 시장 선도 및 주도자로

모범을 보일 필요는 있다.


어차피 그들이 작정하고 벌인 일이다. 수습도 그들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수습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 또한, 과연 수습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현재 시장 형태상 독점도 맞다. 배민의 주장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수료도 맞다. 하지만, 마치 대한민국을 배신한 것과 같은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심지어 '외화반출'이 된다는 이야기까지 퍼지고 있다. 이처럼 어불성설에 가까운 좋지 않은 여론이 만들어지며, 배달로 먹고사는 이들의 생계까지 위협당하고 있다.


답은 없다. 공공앱도, 독과점 금지도 답이 될 수 없다. 다시  예전 방식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손상된 이미지 회복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 별개로, 배달의 민족에게 기대 이상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비판할 수 있다. 마치 연예인을 공인의 영역으로 넣어, 그들에게 도덕적으로 높은 행동 기준을 제시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들은 시장을 최초로 만들고, 지금까지 이끌고 온 시장 선도자 들이다. 그에 어울리는 '격'을 보여줘야 한다. 그 기대를 하게 만든 것도 그들 자신이기 떄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선택은 기존의 재벌들이 보였던 모습(자본의 논리에 의해서만 결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마도 이런 점에서 다수의 대중들이 배신감을 느낀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답은 오직 배달의 민족 만이 낼 수 있다.

그리고, 그 답을 받아 든 다수의 사용자들이 내릴 것이다. 

배민의 서비스를 직접 가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만으로 택하는 이들만이 플랫폼 내에 남을지 모른다. 또한, 반감을 가지게 된 이들이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 또 다른 채널을 이용하거나, 배민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경로(검색 후 전화 등)를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결국, 우리 모두의 선택에 의해 자연스럽게 결정될 것이다. 시장에 맡기는 것이다.

배민이 아닌 다른 선택을 원래의 자리로 돌리기 위한 충분한 노력은 배민의 몫이다. 이런 노력은 정부, 정치인 등의 주변 관계자가 풀어야 할 문제도 아니다. 단, 자본의 논리를 최대한 앞세운 기업이 아니라, '작은 시장 또는 사회(플랫폼)를 최초로 세운 구성원'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시장 지배자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최고의 질문은 비즈니스를 만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