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내려면, 협상 테이블을 직접 설계해야 합니다
직장인은 보통 1년에 한 번 연봉 협상을 합니다.
그 결과로 책정된 연봉을 월 기준으로 나누어 받게 되죠.
그런데, 연봉 '협상(다운 협상)'을 하고 계세요?
연봉 협상은 대부분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협상이라고 부르기 애매하고 민망합니다. 협상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다음 해에 받게 될 연봉이 계약서에 적혀 있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일방적인 사측 요구에 수동적, 소극적 태도로 일관할 때가 많습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측이 제기한 조건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충분한 논거가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직장인은 연봉 그리고 그 성장세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사측의 연봉 상승, 동결, 하락 등의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평소 내 연봉에 대한 자각이 필요합니다. 내 연봉이 그동안 어떤 성장세를 그렸으며, 해마다 어떤 수준의 성장률과 이를 결정한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는 연계 요인이 무엇인지를 수시로 살펴봐야 합니다.
**이는 회사 ㄱ고유 성과 관리 시스템에 따라 개별적으로 결정되지만, 명확한 기준 또는 근거가 없거나 있다고 해도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거나, 실제 연봉 책정과는 무관한 다소 황당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런 특수한 부분을 유념하여 봐야 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나의 연봉 성장률과 성장세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걸맞은 회사의 성장을 함께 보는 것입니다.
회사의 성장이 곧 임직원의 성장으로 귀결되고, 그들이 받게 되는 연봉하고도 그대로 연결됩니다. 따라서, 회사의 성장에 대비하여 내 성장은 얼마나 이루어졌는지를 보고, 현 회사가 나를 얼마나 대우하고 인정받는지도 체크해 보는 것입니다. 또한, 그에 걸맞은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졌는지를 보고, 올해 받지 못했다면 내년에는 이를 합산하여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때 회사에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이 부분에 대한 확실한 논리(주장+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 논리를 바탕으로 내 연봉 성장을 더욱 강력하게 요구할만한 자료를 만드는 것입니다. <회사의 목표 - 연계된 팀과 개인의 목표 - 해당 목표와 연계된 나의 KPI와 그에 따른 달성률 및 전년 대비 개선 부문 그리고, 이를 통해 실제 기여했다고 볼 수 있는 비즈니스 효과 부분 등을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보고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내가 해왔던 각 업무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합니다.
회사가 요구하는 일(업무 또는 그에 따른 목표)을 하고 있음을 수시로 드러내고, 기록해야 합니다.
기록은 주어진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수행한 주요 업무를 중심으로 정리 및 정렬합니다.
업무 종류의 분류는 상시, 정기적으로 하는 Routine 업무와 비상시, 간헐적으로 하는 Project 업무로 구분하여 관리합니다.
해당 기록은 나만 보는 기록이 아니라, 평가자에게 수시로 진행사항을 공유하여, 확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 기록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월, 분기, 반기, 년으로 분류하며, 특히 회사 성과 향상 기여 부분을 크게 강조하여 연봉 협상 전에 제출합니다.
대부분 위와 같은 사전 준비 과정 없이, 회사가 만들어주는 평가 기준과 논거에 따라 '따라가는 식'으로 협상합니다. "회사가 만들어놓은 구조 및 관계가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에..."라는 핑계를 대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알려준 방식대로 하면 충분히 그들이 가진 논리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또는 흠집을 내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고, 조금 더 나에게 유리하도록 협상을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하의 평가 및 보상을 받았다고 하면, 그건 충분히 이직의 사유가 됩니다. 참고로 이 정도로 자신의 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분야에 관계없이 '일을 잘하는 스타일'이 맞습니다. 더 좋은 환경과 조건 하에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원리와 동일합니다.
결국, 내 실력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만 있으면 됩니다.
단, (옮기려는) 회사의 연봉 기준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내가 직전 회사에 받은 연봉이 기준이 됩니다. 그리고, 옮겨가려는 회사도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력자가 회사를 옮겨올 때는 직전 연봉 보다 더 많이 받고 싶어 한다는 것도 함께 고려하고 있습니다.
만약, 충분한 자료가 준비되어있지 않다면,
내 논리라도 충분히 만들어놔야 합니다.
조심해야 할 것이 이전 회사 보다 '얼마나 더 많이 받아야 한다'를 액수 중심으로 어필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액수는 이전 회사가 정한 기준에 의해 정해진 액수이기 때문입니다. 옮겨갈 회사의 준거(準據, 사물의 정도나 성격 따위를 알기 위한 근거나 기준)부터 확인하고, 전 회사의 연봉 수준과의 차이 등을 고려하여 상승폭(min-Max)을 정해야 합니다. 이 주장에서 "내가 얼마나 기업 성과에 기여할 수 있고, 그 가능성을 얼마나 지니고 있는가를 통해 어필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최소한 얼마 이상의 상승폭을 갖고 싶다고 당당히 말하는 것입니다.
이를 말보다는 글로 정리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메시지가 오해 없이 잘 전달되기 위해서는 어떤 표현을 주로 해야 할지, 실제 상승 폭의 min-Max를 정해보고, 그들이 겸허히 수용할 수 있는 구간(상승폭)과 그에 적합한 논리를 고민해 보는 것입니다.
대화 과정 중 그들의 기준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연봉 상승폭 또는 액수가 중요하기보다는, 나에 대한 올바른 가치 평가 또는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옮기려는 회사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하는가를 아는 것에 있습니다. 가급적 내 가치를 높게 쳐주는(내 말을 잘 들어주는) 곳에서 일을 하는 것이 더욱 좋기 때문입니다.
협상은 연봉뿐 아니라, 근무 조건 및 환경을 모두 포함하여 협상합니다.
복리후생도 협상의 대상이며, 추후에 내가 만들게 될 성과에 따라 차등적 보상 등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나만 특별히 인센티브 등을 요구하기는 어렵지만, 성과에 따른 차년도 상승폭 결정에 대한 우선권 등을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봉 계약은 곧 약속입니다.
이전보다 높여 받는 만큼 회사가 기대하는 혹은 이전보다 나아진 성과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나를 인정해 준, 내 가능성에 대해 올바르게 평가해 준 이들에게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통해 다음 해에도 같거나 그 이상의 연봉 상승률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결국, 연봉 상승의 원리는 현 회사 또는 옮겨갈 회사에서 '꾸준히 높은 수준으로 인정'받으면 되는 겁니다.
그 인정은 평가자에게 잘 보이기 위한 접근이 아니라, 내가 이전보다 얼마나 성장했고, 그 성장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 지표를 평소에 수집해서, 연봉 협상 시점에 적절한 형태로 정렬 및 가공하여 협상 자리에서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걸로 협상 다운 협상을 할 수도 있고, 협상에 있어 우위를 점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실전은 다를 수 있습니다. 회사마다, 협상의 당사자가 어떤 사람이고, 주로 어떤 기준에 의해 결정 내리는 가에 따라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부딪혀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해보고, 안되면 다른 방도를 찾아봐야죠. 무엇이든 시도하는데 의의가 있고, 그 과정에서 깨닫고 배우는 것이 어쩌면 더욱 값진 것이며,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생각지 못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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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스쿨 김영학 대표. 16년차 전략 컨설턴트.
6년이 넘는 동안 1,500여 명의 직장인을 만나 커리어 코칭을 했고, 함께한 사람들이 스타트업 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중견기업에서 전도유망한 스타트업 기업으로, 외국계 기업이나 해외로 취업하는 것을 도왔다. 또한 수년간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전략 기반의 비즈니스 컨설팅을 했으며, 현재는 스타트업 전문 비즈니스 코치로도 활동 중이다. 또한, 직장생활과 커리어에 인사이트를 주는 글을 꾸준히 쓰고 있으며 〈이코노믹리뷰〉에 ‘직장에서 생존’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