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청

by Viki

'갖다 버려! 다리 밑에 버려!'
6살? 7살?
어린 시절 꾸준히 내 귓가에 들리던 소리였다.
꿈에서도 들렸던 그 말을 지금 글로 쓰려니 정확하진 않지만 뉘앙스는 비슷하다.
뭘 버리라는 걸까?

반복적으로 들리는 소리에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려."
"무슨 소리?"
"갖다 버리래, 다리 밑에 버리래."
엄마는 잠시 말을 잃었다.
난 궁금한 눈빛으로 엄마를 바라봤다.
얼마 후, 충격적인 진실을 듣는다.

동생이 태어났을 때의 이야기다.
난 딸이고, 동생은 아들이다.
다른 성별을 낳았다는 이유로 친부라 불린 사람은 동생을 향해 '갖다 버려라.'라는 주사를 했다.
가난한 집안 사정과 방 문제를 이유로 성별이 다른 동생을 갖다 버리라고 했다.

취중진담이라는데, 술 먹고 저런 말을 하다니...
친부가 맞나?
그럴 거면 왜 낳았어?
어른이 된 지금 다시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환청의 진실을 알게 된 뒤에도 그 소리는 종종 내 귓가를 스쳤다.
버리라는 대상을 알고 들으니, 짜증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이였던 나는, 어른들이 종종 하는 장난 같은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너네 친부모는 다리 밑에 있어."
"다리 밑에 가서 찾아봐."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실제로 하천의 다리 밑을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지금의 나는 그 속뜻을 나름 알고 있지만, 모를 땐 그 말이 참 속상했다.
종종 들리는 환청에 '다리 밑에 버려.'라는 말이 있어서 더 그랬다.

'환청'은 '실제로 나지 않는 소리가 마치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환각 현상.'이라고 한다.
내겐 분명히 존재했던 그 말은 이제 사라졌다.
아마 10살이 넘어가면서 더 이상 환청이 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환청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
그 말이 내 귀에서 사라진 순간, 나는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살아남은 아이가 되었다.
상처는 아직 남아있지만, 이제는 내 손으로 내 삶을 지킨다. 이제는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내 목소리로 나를 지켜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