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아빠가 엄마를 때렸어요! 우리도 때렸어요!"
동네 어른들이 듣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난 무서움에 벌벌 떨며 경찰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곧,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도착했다. 이제 이 폭력사태가 해결될 거란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경찰이 나쁜 아빠를 잡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집 안을 둘러본 경찰은 밖으로 나왔다.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더니 경찰차를 타고 돌아갔다.
'이게 뭐지? 왜 그냥 가지?'
구세주라 생각했던 경찰이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고 떠났다.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경찰은 나쁜 사람을 잡아간다고 했는데, 우리 집에 있는 나쁜 사람을 그냥 두고 갔다.
'잡아갈 만큼 나쁜 사람은 아닌 건가?'
'얼마나 더 나쁜 짓을 해야 잡아가는 걸까?'
궁금증과 함께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경찰이었으면 나쁜 아빠를 무조건 잡아갔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 내가 경찰이 되어야겠다. 하다 하다 내가 경찰이 되겠다는 생각도 했다. 내 손으로 나쁜 아빠를 감옥에 넣는 상상을 했다. 상상만으로도 뿌듯했다.
얼마 후, 아빠의 술주정에 도망 나온 나는 동네 어른의 도움으로 또 경찰에 신고를 했다. 이번엔 제발 나쁜 아빠를 잡아가주길 바라면서 경찰을 기다렸다.
출동한 경찰은 집 안을 둘러보고 나오더니 또 그냥 돌아가려 했다.
"왜 나쁜 아빠 안 잡아가요?"
내 말에 동네 어른이 경찰과 이야기를 했다. 이건 집안일이라서 경찰이 어떻게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알아서 해결하라는 뜻이었다.
'이럴 수가... 경찰이 해결 못하는 일도 있다니.'
난 충격을 받았다.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사람들을 경찰이 도울 수 없다는 사실에, 충격이 컸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그 이후로도 폭력이 있는 날이면, 경찰에 신고를 했다. 계속 신고를 하면 그중에 한 번은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찰은 우리를 지켜주지 못했다.
실망스러웠다. 내가 알고 있던 경찰은 우리 동네에는 없는 듯했다.
그리고 내 마음엔 경찰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내가 경찰이 되면 나처럼 폭력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꼭 도와줄 거라고 다짐했다. 절대 그냥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지금 난 경찰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마음만은 변함없다. 주변에 폭력으로 힘든 아이가 있다면 꼭 도와주고 싶다.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해줄 거다.
가장 먼저, 내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있다. 어떠한 이유에서도 폭력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집 안에서도, 집 밖에서도 폭력은 절대 안 된다고. 주변에 그런 상황이 보이면 신고를 해야 한다고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