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픈 날

신생모의 육아에세이

by 아란


편두통 잭팟.


기관지염이 도져도

체해도

몸살이 와도

언제나

기승전 편두통.


몹쓸 편두통은

치료할 수가 없어 더 괴롭다.

약먹고 쉬란다고 쉴 수가 없다.


빛이 눈을 찌르고

소리가 귀를 찔러댄다.

오감이 초섬세하게 살아나기 때문에

모든 자극에 한껏 열려있는 상태에서...


티비소리. 전화소리.

아이가 노는 소리.

차가 지나다니는 소리.

물건을 나르는 소리.


모든 생활소음 하나하나가

귀를 통해 들어와

내 머릿속을,

내 눈두덩이를 미친듯이 쪼아댄다.

눈을 파내면 나아질까, 엉엉 울어도 답이 없다.


빛이 없는 곳,

소리가 없는 곳에서

이틀만 삼일만 있고 싶은데

그런 곳이 없으니

회복이 쉽지않다.


어지럽고 메쓰꺼워

고개를 가눌 수가 없다.

바른 자세로 누워도 어지럽고

빛과 소리로 인한 통증에

구토만 쉴새 없이 해대다가

결국 엎드려서 얼굴을 묻고 기다려야한다.


빛도 소리도 통증도 모두 지나갈 때까지.

그냥 나를 놔버린채로.


그러다 조금이라도

통증이 잦아들면 토하기 전에 약을 먹고...

그렇게 버티는 시간동안

몸도 영혼도 갉아먹히는 통증은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아이낳고 다달이

호르몬 변화를 겪을 때마다

미친듯이 올라오는 통증과 구토때문에

지옥을 거치는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자만하던 내 삶 앞에

다시 조금 겸허해진다.

열심히 살자고.


그래서 밤이 좋다.

빛이 차단되고

정적이 흐르는 시간.


그 때에 조금 머릿속이 맑아진다.


나는

이런 병을 가지고 있는걸까.


얼마나 자만하고 있기에

더더더 낮아지라고 한번씩 몰려오는 걸까.


*

*


펌프질하는 듯한 구토때문에

응급실에 갔던 어느 밤.


병원에 누워있으니

마침 발을 다쳐 깁스를 한 남편이

절뚝거리며 물을 가져다 주러 움직였다.


그 뒷모습을 보자니 짠하다.

미울 땐 참 미운데

저렇게 절뚝이며 나를 위해 물 한 잔을 가질러 가는 사람..

얼른 나아서

저 사람 아프고 힘들 때

내가 꼭 옆에 있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부는,

이런 마음인건가.

액만 맞으면 오한이 일어 벌벌 떨고

피가 안통해 싸늘해진 내 손을 잡아주는 것만으로

너무 고마운 남편.


*

*


아프다고 며칠 못 놀아준게 맘에 걸려

누워있더라도 옆에 있어주려 거실로 나와

엎드려 있으니 아이가 묻는다.


"엄마 아픈데도 랑 놀아주려고 나온거야?"


그리고 다가와서 다정하게

뽀뽀해주고 포옹해주는 예쁜 내 아이.


아이를 품에 안으면

따뜻하다.

눈을 감고 안으면 통증이 줄어든다.


눈을 뜨면

정말 예쁜 얼굴이 눈 앞에 방긋 떠있다.


채식주의자에 나온 표현을 빌자면

'아직 죄 지어보지 않은 얼굴'


그 구절을 읽자마자 알았다.


내 아이가 그토록 아름다운 건

아주 정직한 눈을 가지고

마음의 말을 입술로 드러내기 때문이라는 걸.







+덧)

통증이 지나갔고

한결 편안해졌다.

며칠 더 주사로 버텨야겠지만

다시 감사한 하루가 내가 주어졌다.


툭툭 털고

다시 하던 일들을 하면 된다.

엄마는 아무리 아픈 순간이어도

내가 '엄마'라는 사실마저 놓을 정도로 아프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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