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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유년의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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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란 Jun 30. 2021

진주 만두가 먹고 싶은 날

                                                                                                                                              일주일에 한 번은 엄마를 따라 시장에 갔었다. 

시장에 가려면 30분 남짓을 걸어가야하는데 

나는 엄마 손을 잡고, 

엄마는 다른 손에 구루마라고 부르던 철제 카트를 끌고 

우리는 그 30분을 걸어갔다. 

부평 시장 안 쪽부터 다시 내려오는 코스를 따라 늘 비슷비슷한 단골집들을 거친다.

같은 반 미엽이 어머니에게서 떡을 사기도 하고

정순이 엄마에게서 배추를 사기도 했다.

그리고 반찬거리를 다 사고 시장을 나서기 직전,

시장 입구에 있는 진주만두 집을 간다.

고기 만두 한 접시, 찐빵 한 접시. 각각 2000원씩.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에 젓가락으로 구멍을 콕 낸 다음에

호호 불어서 간장을 콕 찍어 먹고 단무지를 와삭하게 깨물면서

행복하고 소박한 만찬을 즐겼다.


그 때는 그랬다. 정말 집이 너무너무 가난해서 

엄마랑 나는 그렇게 가끔 먹는 그 외식이 둘만의 오롯한 기쁨이었다.

그 기억이 퍽 오래갔더랬다.


스무 살이 넘고 아르바이트를 두 개 세 개 뛰며 힘들게 일하고 퇴근하는 길,

어쩌다 그 앞을 지나오면

이미 늦은 시간이라 문이 닫혔지만 

그 날도 낮까지 열심히 뜨거운 김을 날렸을 커다란 솥단지가 보이는 거 같았다.

조만간에 만두를 사먹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집에 돌아오곤 했다.


또 수년이 지나고 지금의 남편과 연애 하던 때,

그 시장 골목을 들어가 여기가 내 추억의 장소라고 

이 곳 만두를 먹어야겠다고 그를 앉혀놓고 

만두를 두 접시나 시켜서 혼자 반이상을 먹었다.

넋이 나가도록 먹다가 정신을 차리고 

빵빵해진 볼을 닫아 입을 오물거리며 젓가락을 슬며시 내려놓았을 때

이미 그는 나를 보며 아주 신나게 웃고 있었다.

나름 도도한 척 했던 내 이미지는 그렇게 무너졌다.



임신하고서 입덧으로 10키로가 빠질만큼 고생하다가

입덧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던 날 그 곳을 찾아 가서 만두를 두 접시 시키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만두 먹으면 아들, 찐빵 먹으면 딸이라고 하셨는데

진짜 첫 아이는 아들이었다.

(그렇다고 둘째가 딸은 아니었지만.)


그 곳을 떠올리면 가장 안 쪽에 엄마랑 내가 즐겨 앉던 자리에,

반 묶음 머리를 하고 청록색 블라우스를 즐겨입었던 젊은 우리 엄마와

양갈래 토끼 머리를 하고 쉴 새 없이 종알 거리며 엄마 옆에 붙어 앉아서

만두를 열심히 먹고 있던 어린 내 모습이 겹쳐 떠오른다.


날이 싸늘하고 피로가 몰려오는 퇴근 길이면

자꾸 진주 만두가 생각난다.


만두가 생각나는 건지, 

엄마랑 같이 있던 시간이 생각나는 건지

정확히 모르겠다.

그냥, 나에겐 아주 소중한 시간의 한 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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