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은 엄마를 따라 시장에 갔었다.
시장에 가려면 30분 남짓을 걸어가야하는데
나는 엄마 손을 잡고,
엄마는 다른 손에 구루마라고 부르던 철제 카트를 끌고
우리는 그 30분을 걸어갔다.
부평 시장 안 쪽부터 다시 내려오는 코스를 따라 늘 비슷비슷한 단골집들을 거친다.
같은 반 미엽이 어머니에게서 떡을 사기도 하고
정순이 엄마에게서 배추를 사기도 했다.
그리고 반찬거리를 다 사고 시장을 나서기 직전,
시장 입구에 있는 진주만두 집을 간다.
고기 만두 한 접시, 찐빵 한 접시. 각각 2000원씩.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에 젓가락으로 구멍을 콕 낸 다음에
호호 불어서 간장을 콕 찍어 먹고 단무지를 와삭하게 깨물면서
행복하고 소박한 만찬을 즐겼다.
그 때는 그랬다. 정말 집이 너무너무 가난해서
엄마랑 나는 그렇게 가끔 먹는 그 외식이 둘만의 오롯한 기쁨이었다.
그 기억이 퍽 오래갔더랬다.
스무 살이 넘고 아르바이트를 두 개 세 개 뛰며 힘들게 일하고 퇴근하는 길,
어쩌다 그 앞을 지나오면
이미 늦은 시간이라 문이 닫혔지만
그 날도 낮까지 열심히 뜨거운 김을 날렸을 커다란 솥단지가 보이는 거 같았다.
조만간에 만두를 사먹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집에 돌아오곤 했다.
또 수년이 지나고 지금의 남편과 연애 하던 때,
그 시장 골목을 들어가 여기가 내 추억의 장소라고
이 곳 만두를 먹어야겠다고 그를 앉혀놓고
만두를 두 접시나 시켜서 혼자 반이상을 먹었다.
넋이 나가도록 먹다가 정신을 차리고
빵빵해진 볼을 닫아 입을 오물거리며 젓가락을 슬며시 내려놓았을 때
이미 그는 나를 보며 아주 신나게 웃고 있었다.
나름 도도한 척 했던 내 이미지는 그렇게 무너졌다.
임신하고서 입덧으로 10키로가 빠질만큼 고생하다가
입덧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던 날 그 곳을 찾아 가서 만두를 두 접시 시키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만두 먹으면 아들, 찐빵 먹으면 딸이라고 하셨는데
진짜 첫 아이는 아들이었다.
(그렇다고 둘째가 딸은 아니었지만.)
그 곳을 떠올리면 가장 안 쪽에 엄마랑 내가 즐겨 앉던 자리에,
반 묶음 머리를 하고 청록색 블라우스를 즐겨입었던 젊은 우리 엄마와
양갈래 토끼 머리를 하고 쉴 새 없이 종알 거리며 엄마 옆에 붙어 앉아서
만두를 열심히 먹고 있던 어린 내 모습이 겹쳐 떠오른다.
날이 싸늘하고 피로가 몰려오는 퇴근 길이면
자꾸 진주 만두가 생각난다.
만두가 생각나는 건지,
엄마랑 같이 있던 시간이 생각나는 건지
정확히 모르겠다.
그냥, 나에겐 아주 소중한 시간의 한 조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