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클럽하우스에서 IT와 심리학을 함께 다루는 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업계에서는 심리평가 보고서나 심리상담을 딥러닝을 통해 AI로 자동화시키는 흐름이 상당히 진척되고 있으나, 정작 학계의 반응은 냉랭하다는 것.
실제로 현재 임상심리학계에 속해있는 나만 해도 심리평가 과정 자체가 자동화되는 것은 대환영이지만 결과에 대한 질적인 해석이나 내담자의 정서를 파악하고 적절한 대답과 심리적 방안을 내놓는 것이 과연 AI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것인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의구심은 현시점에 대한 것일 뿐, 종국에는 모든 것이 AI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동일 선상에서 놓고 보기는 어려우나 인간이 기계와의 힘싸움에서 진 이후로 바위를 들어 올리고 건물을 짓는 데 기계를 사용하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듯, 제대로 된 시스템만 갖춰진다면 인간이 컴퓨터보다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기 때문이다.
현재 여러 영역에서 기계나 인공지능을 통해 사람의 일을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의 마음을 읽는 일도 성역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아주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곳에서 이미 우리의 마음을 꿰뚫리고 있지 않은가? 바로 유튜브 알고리즘.
유튜브 알고리즘에 대해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우리가 클릭했던 영상들을 토대로 기가 막히게 우리가 흥미를 가질만한 영상을 추천해준다는 것은 모두 알고 계실 것이다. 과거에는 '에이 아무리 그래도 이건 사람이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영역들, 예컨대 바둑, 기사, 소설과 같은 다소 복합적이고 인문학적인 영역들도 AI의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심리평가나 심리상담도 성역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심리 AI에 대한 거부감은 어떻게 보면 나의 이기적인 생존 욕구로부터 기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더욱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적절한 심리요법을 제공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나온다면 인류에게는 이로운 일일테니...
앞으로 좀 더 다양한 관점들을 받아들이고 공부하며 미래의 변화에 대해 잘 대처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