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자는 내담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상담자는 내담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최근 실존 심리치료의 대가 얄롬(Irvin D. Yalom)의 저서인 "치료의 선물"을 읽고 있었다.
이 책은 심리 치료자들에게 필요한 덕목들을 이론에 더해 자신의 경험과 사례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 있다.
그중 인상 깊었던 것은 치료자와 내담자가 매 회기마다 자신이 상대방(즉, 치료자에게는 내담자, 내담자에게는 치료자)에게 느낀 점을 간략하게 적어놓은 뒤, 나중에 그 텍스트를 서로 바꿔 읽는 작업을 했다는 대목이었다.
사실 이 시도 자체가 상담자로서(아직 상담 경험이라곤 거의 없는 초보 상담자지만) 대단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내담자에게 줄 것을 가정하고 적는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내담자에게 느낀 점을 상담 이외의 방법으로 전달한다는 것이 웬만한 상담자들에게는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 과감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시도는 매우 성공적이었는데, 같은 상담 회기에 대한 내용의 글이지만 상담자와 내담자가 느낀 점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에 실었던 사례를 살펴보면, 상담자인 얄롬은 자신이 아주 우아하고 기술적인 상담 기법으로 내담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적절히 전달해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에 대한 통찰을 얻었던 경험을 가장 좋았던 기억으로 적은 반면, 내담자는 그저 얄롬이 자신이 바뀐 머리스타일에 대해 언급하거나 새로운 매니큐어가 예쁘다며 칭찬했던 것을 기분 좋았던 경험으로 적었다고 한다.
물론 이 사례가 얄롬의 전문적인 상담 기법이 전혀 쓸모가 없었다거나 내담자의 외모를 칭찬하는 것이 치료적이라는 것을 얘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건, 상담에서 상담자와 내담자가 체험하는 경험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기 전까지 나는 무조건 효과성 있고 훌륭한 치료 기법을 공부하고 훈련하여 내담자에게 제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좋은 치료 기법에는 내담자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어떤 지점에서 기쁨을 느끼는지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마음자세가 반드시 동반되어야만 훌륭한 치료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득 초보 상담자 시절(사실 지금도...)의 첫 내담자가 떠오른다.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 발버둥 치던 초심 상담자와의 마지막 상담 회기에 작은 인형을 선물했던 내담자 마음은, 치료자가 뿌듯해하며 공부하고 시연했던 어설픈 치료 기법보다는 다른 지점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