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듣고 있는 정신역동 치료강의에서 수용(Accept)과 변화(Change)라는 개념을 배웠다. 상담에는 내담자의 문제를 수용을 해야 할 때와 변화시켜야 할 때가 있는데, 대부분의 초심 치료자들은 고통을 호소하는 내담자들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주고 싶은 마음에 변화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내담자의 고통을 깊이 있게 다루는 것을 방해하며, 오히려 내담자가 마음의 문을 닫고 심지어는 다음 회기의 상담에 나오지 않게 만들 수도 있다. 강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는 것보다 자신이 여태까지 겪어왔던 고통스러운 상황을 충분히 이해받고 부적 정서를 완화시키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충분히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누구나 조금씩의 잘못을 저지르고 악순환을 일으키는 행동 패턴을 갖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는 자신이 의도한 것이 아니며, 그런 행동양식을 갖도록 만든 환경이나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담자는 그런 주변 상황들을 딛고 고통을 이겨내며 여태까지 버텨온 것만으로도 지지와 칭찬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으나, 심리치료 장면을 찾아온 사람들은 이러한 노고를 충분히 치하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자가 내담자의 삶을 샅샅이 훑어 이러한 부분들을 먼저 발견해내고 하나하나 이러한 내담자의 노고를 파악하여 겉으로 들춰내고 인정해주고, 내담자 스스로도 자각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상담자의 역할인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수용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어떻게 보면 변화라는 것은 부차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수용은 자발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이러한 과정을 대화 형식으로 "~한 상황이었으니 ~할 수밖에 없었겠네요. 그럼에도 지금까지 ~를 해냈으니 정말 대단하네요(수용).", "이런 상황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정말 힘들었겠네요. 어떻게 하면 상황을 좀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요?"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틀은 아니겠지만, 심리 치료자로서 이러한 프레임들을 하나둘씩 잘 보관해두고 연습해서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수용과 변화. 어떻게 보면 아주 상투적인 단어일 수 있지만, 피상적으로 생각하던 이 용어들을 조금 더 깊이 있게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꼭 심리상담을 받지 않더라도, 각자 자신의 삶을 반추해보며 스스로를 수용하고 변화시켜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