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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빈 Oct 19. 2019

나의 작은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큰 변화

집단 심리 프로그램을 마치며

일주일에 한 번 지역 보건소에서 성인 집단과 아동 집단을 위한 심리 프로그램을 각각 1시간씩 진행하고 있다. 성인 프로그램은 작년부터 진행해왔으니 벌써 1년 반 정도 함께 했다. 이렇다 보니 이미 참가자들과는 웬만한 지인들보다도 자주 보는 사이. 이제는 정도 많이 들어 매번 나오던 분이 가끔 빠지는 날이면 섭섭할 정도다.

하지만 일은 결국 일이다 보니, 장기간 진행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 것은 사실이다. 비슷한 내용의 프로그램을 동일한 대상들에게 반복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스스로도 지치고 참가자들도 별 재미를 못 느끼고 있는 것 같아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센터에 도착해 프로그램 준비를 하며 미리 오신 분들에게 시답잖은 이야기를 건네던 중, 참가자 분께서 말을 걸어오셨다.

"선생님 이 프로그램은 원래 일주일에 한 번만 하는 건가요? 2시간씩 하면 안 돼요? 너무 재밌어서 한 시간은 짧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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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프로그램을 마치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 후 몇 달간 진행했던 아동 프로그램의 마지막 회기를 진행했다. 소박한 선물, 간단한 간식거리와 음료, 세 달간 아이들을 살펴보며 느낀 점을 두줄 정도로 요약한 나름의 상장이 아이들을 위해 준비된 전부였다.

아쉽게도 일정이 맞지 않아 참여하지 못한 한 친구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모였다. 아이들은 평소처럼 웃고 있었지만 오늘이 마지막 만남이라는 사실 때문인지 약간의 어두운 기색을 드리우고 있었다. 첫 회기에 울면서 하기 싫다고 도망가버렸던 아이, 처음엔 오기 싫었는데 이제는 재미있어져 매주 이 시간이 기다려졌다며, 이 프로그램을 참여하고 나서 전보다 화를 내는 일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좋다고 하는 아이들을 보며 보잘것없는 내 도움이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도움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과자를 먹고 상장을 수여한 뒤 맛있게 과자를 먹으며 이런저런 실없는 말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아이들에게 평소 치료자와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고 서로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으니, 이번에는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나눠보자고 제안하자 한 친구가 벌떡 일어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저는 이 프로그램이 너무 좋았고 앞으로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겉으로는 장난스럽지만 속이 깊고 누구보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친구가  좋은 마음을 나눠주었다.

마지막으로 이별에 대한 마음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앞으로도 이런 이별이 있겠지만 좋은 만남도 있을 것이라고, 살아만 있다면 언젠간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그들도 알 것이다. 아마 다시 보게 될 확률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 슬픈 느낌이 들었다.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아이들끼리 서로 핸드폰 번호를 교환했다는 것이다. 부디 하나의 짧고 서툴렀지만 안전했던 공동체에서 나눴던 교감을 평생은 아니더라도 꽤 오랜 시간 서로 나누어 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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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는 핑계로 프로그램에 충실하지 못했다며 항상 자책했었는데,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분에 겨운 말들을 들으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내 별 것 없는 말 한마디에도 내가 고작 치료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경청하고 신뢰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들었고, 내가 조금 더 노력하고 공부한다면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지금처럼 안이한 태도로 일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던 마음을 다잡으며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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