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조금은 더 나아지게 만들고 싶었다.
※ 주의 - 임상심리 연대기 매거진은 제가 임상심리를 공부하며 겪은 일들을 최대한 연대순으로 기록할 예정이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며, 임상심리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고자 하는 글도 있겠으나 이 길을 걸으며 겪은 저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룰 예정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도서부에 소속되어있던 나의 취미는 한 글자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려운 책을 '읽는 척'하는 것이었다. 그 예로는 니콜로 마키아밸리의 '군주론', 몽테스키 외의 '법의 정신',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등이 있었는데, 그 모든 책들을 반도 읽지 못하고 책장에 꽂아두곤 했다(지금도 내 방 책장에 군주론과 니코마코스 윤리학이 꽂혀 있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완독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내 눈길을 끌었던 책이 있었으니, 그 책은 바로 미학자 진중권 씨가 쓴 '미학 오디세이' 시리즈였다. 미학이란 단어와 오디세이라는 단어 둘 다 뜻은 몰랐지만, 뜻 모를 말 두 개가 합쳐지니 정말 멋지게 느껴졌다. 책은 전반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의 미술 작품과 철학적인 사유를 엮어내는 방식이었는데, 평소 미술에는 관심이 없었으나 윤리 수업을 들으며 철학에는 꽤 관심을 갖고 있었기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스킵해가며 더듬더듬 읽었던 기억이 난다.
운명인지 저주인지, 이 책에서 위대한 이름을 만나게 됐으니, 그 이름은 바로 정신분석의 아버지 '프로이트'가 되시겠다. 무의식과 의식, 자아와 초자아, 무슨 뜻인진 모르지만 당시 지적 허영심으로 가득 찼던 나에겐 그 단어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당시 열린 책들 출판사에서 나왔던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구매해 읽었는데, 이 책은 그래도 반 정도는 읽었다. 기억에 남는 내용은 사람의 말실수가 무의식을 반영한 것이라느니, 외부의 어떤 감각 자극들이 꿈에서 확대되어 나타난다든지 하는 것들이었다. 책은 라틴어로 범벅이 되어있고 프로이트가 의식의 흐름대로 썼는지 내용 파악이 잘 되지 않아 금방 포기해버렸지만, 정신분석과 정신의학이라는 분야는 내 가슴 깊이 자리 잡았다. 당시에는 그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고 그들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혼란한 청소년기를 거쳤던 나 자신의 마음이 가장 궁금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당시 주제 파악은 잘 되던 나로선 정신과 의사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정신과 의사와 비슷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찾아봤고, 결국 심리학과를 진학하여 취득할 수 있는 '임상심리 전문가', '정신건강 임상심리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다. 그때는 몰랐다. 임상심리학이라는 것이 이렇게 고된 분야일 줄은...
어쨌든 나는 임상심리사라는 진로를 택했고, 지금까지도 그 일을 하고 있다.
목표를 달성한 나는 행복할까? 그 이야기는 다음에 풀어보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