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 줘서 고마워요
1993년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그때가 이규호가 이름을 알리게 된 첫날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한국인이라면 토이 유희열의 앨범에서, 작사/작곡가로서 한 번쯤 들어본 이름이겠지만, 정작 이규호, 현재는 kyo의 음악을 알고 있는 이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혹, 그의 얼굴 정도를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규호를 여자로 알고 있는 이들도 많다. 나 역시 이규호의 음악을 처음 듣곤 남자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1. Alterego
2. 거짓말
3. 머리 끝에 물기
4. 슬픈 아이
5. 어우야
6. 추락
7. 내일도 만날래?
8. 나를 봐
9. 담배 끊기
10. 영원한 길
1999년 발매된 이규호의 1집, 'Alterego'이다. 2014년 발매된 2집 'SpadeOne'이 나오기까지 딱 15년이 걸렸다.
특히, 타이틀곡인 '거짓말'은 정준일 리메이크 앨범 '정리'에서 정준일이 리메이크하기도 했는데, 원곡을 이길 수 있는 곡은 없다고, 정준일 역시 특유의 우울하고 처절한 분위기로 노래를 더 극적이고 변화시켰지만, 원곡 특유의 발라드스럽지 않은 발라드와, 오히려 담담하게 '하지만 진정 난 해야 할 말을 찾지 못해서 헤매는 거야'등의 가사를 불러 깊게 인상에 남는다. 이와는 반대로 '내일도 만날래?' 같은 아이같이 순수한 느낌의 노래도 존재하는데, 한 앨범에서 극적인 대조를 보여줌으로써 듣는 이의 입장에는 다소 당황스러운 전개이다. 하지만 2집이 나오기까지 15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팬들이 기다릴 수 있었던 건 1집 'Alterego'가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곡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2집 이야기를 하기 전, 가장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토이, 유희열의 7집 앨범을 통해 이규호의 작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본인의 앨범이 아닌 작사/작곡에도 다수 참여하였는데, 유명한 곡으로는 이승환의 '세 가지 소원'과 '화양연화'의 작사/작곡을 맡았고, 토이 6집의 '나는 달' 작사/보컬, 그리고 토이 7집의 'Goodbye Sun' Goodbye Moon', '그녀가 말했다', '너의 바다에 머무네'가 있다.
이규호 가사의 특징은 그 특유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바로 '여성 화자'가 말하는 것만 같은 가사를 쓴다는 점에 있다. 권진아가 부른 '그녀가 말했다'와 같은 경우 '너무 잘라 우스워진 머릴 보며 다 터 버린 입술 보며 그댈 생각해 나 그댈 미워해 나 그댈 좋아해 내가 없는 하루 아무렇지도 않나요'와 같이 애인과 이별한 여성의 입장에서 이입할 수 있는 가사를 쓴다.
또한, 이승환의 '세 가지 소원'에서는 '내 모든 것 모두 주어도 아쉬운 마음 그대는 알까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그대를 위해 기도하죠 이루어 주소서'와 같이 여성스럽고 가녀린 가사뿐만 아니라, 노래 자체를 아름답게 풀어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작사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1. 세상 밖으로
2. 매일 지구 굴린다
3. 없었다
4. 포크레인
5. 보물섬
6. Virus
7. 뭉뚱그리다
8. 술취한다
9. 너의 길을 홀로이 가라
10. 순애의 추억
다시 이규호의 앨범 이야기로 돌아와 2014년 활동명을 Kyo로 변경하고, 2집 'SpadeOne'을 발매한다. 이 중 '세상 밖으로'는 선공개곡으로 '세상 밖으로 오래 기다려줘서 고마워요'라는 가사가 있는데, 오랜 시간동안 본인의 앨범을 기다려준 팬들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노래 하나하나에서 주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의 느낌이 정말 강한 앨범이기 때문에, 진하게 표시해놓은 곡 외에도 모든 곡을 들어보라고 진심으로 권하고 싶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창법의 변화인지, 아니면 나이를 먹으며 자연스럽게 변한 건지 알 수 없지만 목소리 더욱 미성이 되었다는 점이다. 1집 때와 비교하여 더 청아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다른 가수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과거에 냈던 곡들을 부르기 힘겨워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규호의 경우엔 이와는 반대로 훨씬 다듬어지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오랜 시간 기다려온 팬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때문인지, 2집 발매 이후에는 싱글 단위의 꼭을 꾸준히 내주고 있다. 다만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 곡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나 개인 사이트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곡을 내주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들어주길 바라는 입장에서 조금은 아쉬운 방법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exDwPePNcMM 링크로 걸어둔 '첫눈이 내리던 날'은 이규호의
곡들 중 아름다움으로썬 손에 꼽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곡이다. 아쉽게도 이 곡 역시 스트리밍 사이트엔 업로드되어 있지 않지만, 이규호의 개인 홈페이지에서 앨범 단위로 곡을 구매할 수 있다.
한 가지 바람이 더 있다면, 이적이나 유희열처럼 가끔은 TV에도 얼굴을 비춰주면 좋겠지만, 아주 가끔 스케치북이나 올댓뮤직같은 라이브 프로그램 외엔 보기가 힘들다. 그래도 요새는 개인 홈페이지나 유튜브를 통해 소통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것 같지만, 현재는 아예 모습을 보이기 꺼려하는 김동률스러운 행보를 보여 조금 속상하기도 하다.
싱글과 EP가 아닌 정규 앨범을 또 언제 내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또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줄 것을 알기에 오늘도 유튜브를 켜 '첫눈이 내리던 날'을 듣는다. 계속 노래해줘서 고마워요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