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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사람 A Apr 11. 2021

나보다 월등히 잘난 사람을 만난다는 것

토막글 #1, 좋아할수록 커져가는 두려움에 대한 넋두리

2018년 여름, 나는 나의 첫사랑을 만나 첫 연애를 시작했다.


가장 좋아했던 두 여자 뮤지션이 이소라와 러블리즈였던 고등학생, 그리고 20살 시절의 나는 무서울 정도로 극단적인 취향을 가진 잡식성 취향가였다.

사랑은커녕 연애에 대해서도 무지했던 나는 여자 손도 한 번 잡아보지 못했지만 러블리즈를 통해 동화 같은 사랑을 경험했고, 이소라를 통해 절절한 이별을 경험했다.

사랑에 대해 무식했지만 고상한 취향을 지녔던 나는 2018년 여름, 내가 믿었던 동화 같은 사랑을 만났고 구구절절한 과정을 거쳐 연애를 시작했다. 
 

아직 그리 오랜 시간을 거치지는 못했지만, 내 감정의 변화는 아래와 같다

1단계 : 무한한 애정과 과대망상 (사귀기 전)

2단계 : 지속적인 행복 발견 및 오래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 (사귀기 시작한 후)

3단계 : 스멀스멀 밀려오는 자격지심과 급에 대한 고민 (현재)


여전히 너무나 사랑스럽고 고마운 사람을 만났다는 것에 기쁘다. 매일 봐도 행복감은 사라지지 않고,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손잡고 산책을 다닐 것만 같은 괴상망측한 상상도 한다. 하지만 고민이 되는 건 ‘급’에 대한 문제이다. 지금의 애인을 만나기 전, 나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외모나 재력, 능력에 상관없이 굳게 사랑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뭐 하나 잘난 것 없는 나의 존재는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하찮고 못난 내 외모에 비해 그 아이는 늘 밝게 빛났다. 사람을 두려워하는 나와는 달리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사람이기도 했다. 나보다 한참 높은 월급을 받는 것, 부모님이 갖고 계신 재산이 많다는 점 역시 꾸준히 나를 뒤흔든다. 


내가 받던 예쁘고 반짝이던 사랑이, 밑 빠진 독을 지나 공허하게 흘러갔다. 


늘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편견 없이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러한 다짐은 내 기억 속에서 단 한 번도 왜곡되거나 사라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돈 많고, 얼굴까지 잘난 사람이었으면 지금보다 더 당당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사랑은 사랑이라는 단어와 존재만으로 완벽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의 사랑은 점점 부끄러워 모습을 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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