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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사람 A Apr 23. 2023

왜 우울할 때 슬픈 노래를 들을까?

물론 과학적인 이유는 나도 모른다. 난 문과니까.

살다 보면 어떤 이유가 됐건 참 우울해지는 순간들이 온다.

물론 나 같은 성향의 인간들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인생의 9할은 우울하다.


뉴진스의 'OMG'같은 노래를 들으면서 유쾌한 기분으로 머리를 말리다가도

내 스트리밍 앱의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하는 순간 기분은 밑바닥을 기어 다닌다.


물론 명품 발라드들만 듣는 내 취향의 문제도 있지만, 왜 이런 취향을 갖게 된 건지도 아이러니하다.

토이, 전람회, 김동률, 정준일, 이적, 이소라를 엄마 뱃속에서부터 들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우울할 때 슬픈 노래를 들어서 우울한 게 아니라, 슬픈 노래를 들어 우울한 것인가?


어쩌면 이건 우울함에 빠져 우울한 노래를 듣는 나에 대한 자아도취가 아닐까?

세상이 밉고 나를 제일 증오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우울한 음악에 빠진 날 너무 사랑하는 거다.


'내게 이별을 선언할 때의 눈 깜빡임'을 생각하며 이별의 그날을 생각하고(이적의 '숫자')

'날 미워했다고 말해버리면 나는 영원 속에 갇히는 걸까'를 생각하며 내 현실을 고민하고(정준일의 '꿈')

'오늘도 미루고, 내일도 미루겠지만 널 사랑해'를 생각하며 지나간 인연을 붙잡으려 하고(김동률의 '답장')

이런 가사와 멜로디를 곱씹는 내게 이미 취해버린 건 아닐까?


물론 이런 발라드를 들으며 자신에게 취해있을 때, 실제로도 만취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면 더욱 고민은 깊어진다. 술을 마시면 우울한 노래를 듣고 싶고, 그래서 우울해지는 것인가?

아니면 우울한 기분 때문에 우울한 노래를 듣고 술을 마시는 것인가?

어쩌면 우울한 노래를 듣고 술을 마셔 더욱 우울해지는 것인가? 

아니면 나 스스로에게 반하고 싶어 술을 마시고 우울해지고 싶어 우울한 노래를 듣는 것인가?

소크라테스도 잘 모를 것인데, 문과생인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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