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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사람 A Sep 29. 2019

소유하려고 했다면.

'루비 스팍스'

 우리는 가끔 이상적인 현실이 이뤄지는 꿈을 꾼다. 현실에서 어떤 일을 마주하여 지치고, 힘들었던 꿈에서 만큼은 원했던 것들을 이루며 행복에 취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침이 찾아오면 우리는 그것이 꿈에 불과하였다는 것을 직시하고 괴로워한다. 이상적인 것은 이상적인 것이기에 이상적인 것이고, 간절히 원하던 것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현실감을 느낄 때에, 그 괴로움은 배가 된다. ‘루비 스팍스’라는 이름, 그리고 ‘이상형’이라는 단어는 현실적이면서 가장 현실적이지 못한 단어가 된다


 

소설가 캘빈은 처녀작으로 히트를 친 뒤, 원하는 글과 지루한 날에 괴로워한다. 그러던 일상 중, 그는 꿈에서 자신이 그리던 이상형인 루비 스팍스와 마주하게 되고, 꿈속에서 그녀와 대화는 그에게 희망과 영감을 심어주고, 캘빈은 꿈 속의 대화를 소설로 옮겨 루비를 구체화시킨다.



 소설 속 자신의 캐릭터인 루비와 사랑에 빠진 캘빈 앞에 루비는 그가 글로 옮긴 그대로 현실에 나타나게 되고 처음에 자신이 정신병에 걸린 것이라 의심하던 캘빈은 마침내 그녀가 현실에 나타났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은 그에게 큰 희열과 행복으로 다가온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좋았다. 캘빈의 희망사항대로 만들어진 루비는 늘 그가 원하는 생각과 행동을 하였고, 결코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루비가 소설의 내용에서 예측할 수 없는 곳까지 다다르며 자신의 주관대로 행동하고, 캘빈이 원하던 모습에서 멀어지자, 그는 소설을 쓰는 것으로 다시 루비를 재단한다.



하지만 그녀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게 만들던 돌고 돌아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들이 반복되고, 캘빈은 자신이 루비의 창조주인 양, 오만함에 빠져 있었음을 인정하고, 루비가 자신을 떠나 모든 것을 잊는다는 내용을 씀으로써, 그녀를 놓아준다.


 그렇게 루비를 보내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캘빈은 자신이 쓴 소설을 보고 있는 그녀와 마주치게 된다.


 개인적으론,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더욱 확고히 하게 만들던 영화였다. 이성의 외모와 마음씨, 행동 하나하나에 반해 그 사람을 ‘이상형’이라고 칭하며 행복해하던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만남을 거듭할수록 그 사람에게서 원하던 모습이 흐릿해지고, 기대하지 않았던 모습들이 보이면 실망하게 된다. 나와의 다름을 노력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잘못된 망상은 미움을 만든다. 나 역시 정말 좋아했던 사람을 함부로 재단하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어, 캘빈이 소설을 쓰는 순간부터 루비와 재회하는 순간까지, 마음이 많이 아팠다.


 후회는 길어지고 우리는 안다. 그렇게 좋아했던 사람과 헤어진 후에, 캘빈처럼 운명적으로 재회하기란 쉽지 않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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