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You I Do, 정준일
작년 겨울, 아니 가을에서 겨울이 닿는 시점. 그는 그 해의 겨울을 유난히 힘겨워했다. 리메이크 앨범 '정리'를 발매한 후 찾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는 노래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고, 고통스럽다고 눈물을 흘렸다. 무엇도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그의 노래 한마디 한마디에 위로를 받던 나 같은 사람들의 마음도 역시 함께 무너졌다.
1. 나의 고백 (song by 나원주/since 1997)
2. 아니야 (song by 정준일/since 2014)
3. 사랑에 빠졌네 (song by 김현철/since 1999)
4. 서울 하늘 (song by 조규찬/since 1997)
5. 향기로운 뒷모습 (song by 이승환(The Story)/since 2001)
6. 우리 이렇게 헤어지기로 해 (song by 동물원/since 2000)
7. 거짓말 (song by 이규호/since 1998)
8. 난 항상 혼자 있어요 (song by 고찬용/since 2013)
두 번째 트랙 '아니야'를 제외하곤 본인의 곡이 아닌, 다른 가수들의 곡으로 빼곡히 담은 앨범이었다. 전 앨범 'ELEPHANT'만큼 거칠고 극도로 우울한 앨범은 아니었지만, '정리'를 통해 그가 얘기하고 싶었던 건 '나는 좀 지쳤어, 지금은 힘이 없어'로 들렸다.
하지만 내 걱정이 기우였던 것인지, 아니면 조금은 기운을 되찾은 것인지 그는 꾸준히 노래해 주었다. 특유의 사람 맥 빠지게 하는 미소.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미소를 띠며 누군가를 위해 노래해 주었다. 물론 그 사이에 본인이 스스로 섬에 갇히기를 자처하며, 인스타그램까지 폐쇄해가며 몇 안 되는 소통구를 닫아버렸지만, 그가 여전히 우리를 위해 페스티벌, 공연장에 나타났다.
그렇게 '정리'가 나온 지 일 년을 거의 채워가던 날, 그가 다시 새 앨범 소식을 들고 나타났다. 바로 4집 앨범. 그리고 앨범 발매와 함께 찾아온 공연 소식. 이제야 어떠한 행복과 사랑을 더욱이 느끼게 되었는지, 지금까지 그의 공연 제목은 '사랑' 아니면 '겨울'이었지만, 이번엔 'Love You I Do'라는 조금은 더 따뜻한 공연 제목을 가지고 찾아왔다.
내 생각에, 그의 노래와 목소리는 어떠한 아픔을 수반할 때, 가장 아름답게 들린다. '정리'의 '난 항상 혼자 있어요', 2집 앨범 '보고 싶었어요'의 'I am here'등이 바로 그러한 음악들이다. 이번에 우리를 반겨줄 그의 4집 앨범은 'ELEPHANT'와 같이 극도의 우울을 관통하는 앨범이 아닌, 2집 '보고 싶었어요'처럼 조금은 쑥스럽고 서툴게 사랑을 고백하는 앨범이 될 것 같다.
1. 보고싶었어요
2. 새겨울 (Remixed)
3. 고백
4. 우리의 밤
5. 우리의 밤 (Interude)
6. 사랑하고 있나요?
7. 크리스마스메리, merry
8. 인사
9. I am here
10. I do
2집 같은 앨범은 그런 앨범이다. 늦은 겨울밤, 산타가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따뜻한 불빛이 비추는 거실에 모여 앉아 동화를 읽어주는 엄마의 목소리가 생각나는 노래들. 아주 추운 겨울밤에 들어야 행복해질 수 있는 그런 노래들이다.
마냥 힘겨운 겨울을 보낸 줄만 알았던 그가, 이제는 '런닝맨'에도 나와 얼굴을 잠시라도 비춰주고, 페스티벌에는 평소에 잘 부르지 않았던 '푸른끝'같은 따스한 노래를 불러준다. 그의 노래 '북극곰'의 가사처럼 그가 부딪혔던 추운 겨울이 지나갔으니, 그저 행복하고 모든 게 잘 됐으면 좋겠다. 그의 노래로 우리가 위로를 받듯이, 그도 같은 위로를 받고, 그의 노래를 통해 우리가 사랑에 빠지듯이, 그도 점점 더 행복한 사랑에 빠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