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인쇄소 골목의 고등어구이집은 아직도 있을까?

by vin

학창 시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충무로의 인쇄소 골목을 들락거리며 과제를 출력하던 시절, 그 골목에는 나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도 맛있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꽤 있었다. 주린 배를 채우러 갔다 만취가 되어 나오게 되는 순대국밥집의 쿰쿰한 냄새, 오래된 기름으로 튀겨 짙은 갈색을 띠는 후라이드 치킨집의 기름 쩐내, 숯불에 구운 삼치와 고등어를 원 없이 먹을 수 있었던 생선구이집의 그 고소한 비린내 등등 그 골목의 냄새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갔던 곳이 생선구이집이었던 것 같다. 자취하던 시절 집에서 가장 먹지 않게 되는 것이 생선구이였으니까.


바삭하게 잘 구워낸 기름진 생선은 투뿔 한우 부럽지 않지만...

지금 살고있는 집에는 번듯한 주방과 후드(?)가 있지만 생선구이는 여전히 집에서 잘해 먹지 않는다. 조리된 해산물보다는 사시미 같은 날 것을 더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생선구이 후의 뒤처리가 주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 보통 살만 발라낸 생선보다는 머리가 달린 생선을 통째로 구입하는 것이 더 신선하고 저렴하기 때문에 통째로 구입하는 편이다. 구입한 생선을 집까지 아이스박스에 모시고 와서 생선 손질을 시작한다. 생선의 머리와 내장을 떼어내고 조심스레 오로시 おろし 생선 뼈와 살을 분리하는 것으로 영어로는 fillet 필렛 를 하는 행위를 즐기며 기름을 충분히 두른 두꺼운 주물팬에 바삭하게 잘 구워낸 기름진 생선은 투뿔 한우 부럽지 않지만 언제나 먹고 나서가 문제다. 고약한 냄새 때문에 바로 내다 버려야 하는 생선 대가리와 내장, 벽에 달린 후드가 무색하게 주방을 가득 메운 연기와 비린내, 거기에 사방으로 튀어 반짝이는 기름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왜 이 짓을 했을까? 하는 자책을 하게 된다. 그래도 1년에 몇 번은 이 짓을 반복하는 것을 보면 생선구이의 맛은 거부할 수 없나보다. 거창한 양념이나 곁들이는 음식도 필요 없이 질 좋은 천일염과 신선한 레몬만 있으면 충분하다. 물론 산미가 있는 시원한 화이트 와인을 곁들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그 시절 충무로 인쇄소 골목의 생선 구이집은 아직도 있을까?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서울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그곳을 찾아가리. 고소한 비린내가 진동하는 좁아터진 공간에 앉아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멜라민 그릇에 투박하게 담겨 나오는 그 고등어구이를 다시 마주하고 싶다. 수십 년 전의 추억을 되새기며 소주 한 잔을 곁들여도 좋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소갈비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