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갈비찜은 명절의 맛이자 추억이다. 온 가족과 친인척이 모이는 명절이면 커다란 압력솥의 추는 요란하게 돌아가며 달콤한 간장 양념 냄새를 분출하고 상에 오르기 전에 조금이라도 빨리 맛을 보고 싶었던 나는 그 주위를 기웃거리곤 했었다. 커다란 상 위의 가운데를 차지한 소갈비찜은 모두의 후각, 시각, 미각, 촉각 그리고 청각까지 사로잡았고 온갖 종류의 감탄사를 쏟아내게 함은 물론 대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도 했다. 명절 상의 주인공으로써 모자람이 없었다.
명절은 아니지만, 고향이 그리워서도 아니지만 소갈비찜이 먹고 싶어 졌다. 지난 10년 동안 베를린에 살면서 소갈비찜을 해먹은 적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 자주 먹지 못할 만큼 비싸다거나 구하기 힘든 재료가 필요 한것도 아닌데 말이다. 조리 후 압력솥을 분해해서 깔끔히 세척한 후 물기까지 제거해서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나의 성격이 소갈비찜을 귀찮은 존재로 만든 것일까? 소갈비나 삼계탕을 만들어 먹으려고 구입한 휘슬러의 최상위 모델 압력솥은 아직도 새 것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광채를 뽐내며 주로 주방 서랍장 안쪽에 모셔져 있다. 하여간 오랜만에 소갈비찜을 요리하는 만큼 좋은 고기로 푸짐하게 만들기로 한다. 마블링이 아름다운 생왕갈비 3킬로그램!!!
명절은 아니지만, 고향이 그리워서도 아니지만 소갈비찜이 먹고 싶어 졌다.
마블링이 가득하고 갈비뼈 길이가 20cm가 넘는 생왕갈비는 얇게 저며서 생갈비 구이로 즐기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입에서 녹을 정도로 부드러운 소갈비찜은 마른 표고버섯으로 우려내어 감칠맛이 더해진 달콤한 간장 양념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으며 첫 조각을 먹자마자 나도 모르게 미소를 흘리며 박수를 치고 말았지만 말이다. 돌려 깎기를 한 당근은 갈비찜 양념에 따로 조리를 해서 식감을 조절했다. 압력솥에 소갈비와 함께 넣고 조리하면 너무 물컹해 지기 때문이다. 소갈비는 조리 후 바로 먹으면 엄청난 양의 지방이 입안 가득히 퍼져 몇 점 먹지도 못하고 질리게 되기 때문에 표면에 뜬 기름이 굳기를 기다렸다가 그 기름을 걷어낸 후 다시 데워서 먹는 게 좋다. 어쨌든 압력솥으로 하는 요리는 어떤 부위를 쓰더라도 충분히 부드럽게 조리되고 일반적인 소갈비찜은 양념 맛이 강한 편이기 때문에 굳이 고가의 소갈비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다. (물론 재료비 따위는 생각치 않고 마음껏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경우라면 항상 최고급 재료를 사용하겠지만.) 최고등급의 육류만을 취급하는 정육점이나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1킬로에 30유로가 넘는 고가 (한국과 비교해 독일의 육류, 특히 소갈비부위처럼 비선호 부위는 매우 저렴해서 대형마트의 정육코너에서 판매하는 뼈가 붙은 생소갈비는 1킬로그램에 10유로도 하지 않는다.) 의 소갈비는 고기 자체의 풍미를 즐기기 위해 생갈비로 구워 먹고 그 반 값도 안 하는 동네 슈퍼마켓의 소갈비는 찜으로 먹는 게 좋다는 말이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소갈비찜이 또 먹고 싶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