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비싼 맥주 한 잔 2

by 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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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부터 10여 일 정도 서울에 출장을 다녀왔다. 마리와 이도 없이 이렇게 먼 곳까지 가본 적이 없어 설레기도, 약간은 걱정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시간은 정말, 언제나처럼 그렇게도 빨리 지나가 버렸다.

물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라 더더욱 빨리 지나가버린 듯 느껴지지만... 이 번 서울 방문 중에 가장 친한 친구들과 먹고 마시며 즐긴 순간들은 평생 얘깃거리가 될 만큼 특별하고 소중했다. 그중 최근 유행한다는 한우 오마카세를 메뉴로 하는 모퉁이우라는 곳에서 고기를 굽는 여자분의 추천으로 처음 마셔 본 이 맥주 Kasteel Cuvée du Chateau는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친구가 가져온 맛난 싱글몰트 위스키를 마시다 보니 맥주는 자연스레 뒤로 밀려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베를린에 돌아와 어느 날 갑자기 Kasteel Cuvée du Chateau의 맛이 아련하게 떠오르며 다시 마시고 싶은 강한 욕구가 생겨났다. 생각해보니 그곳에서 고기와 위스키를 맛나게 먹고 자리를 뜨기 전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 방치되어 있던 그 맥주를 내가 들이킨 기억이 가물가물... 하여간 인터넷을 뒤져 집 근처의 벨기에 맥주 전문점에 가서 한 병을 구입했다. 맥주 치고는 아주 비싼 가격으로 330ml짜리 작은 병이 3유로가 넘었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에딩거나 벡스같은 독일맥주는 500ml짜리 한 병에 보통 1유로를 넘지 않는데. 들뜬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냉장고에 맥주를 식힌다. 아들 저녁을 먹이고 뒷정리를 한 후 거실에 위치한 홈바에 홀로 앉았다. 그리곤 최대한 그 날의 분위기를 떠올리며 트러플칩을 곁들여 맥주를 음미했다. 그런데... 아니다. 생각했던 기억했던 기대했던 그 맛이 아니다. 당혹감을 감출 수 없을 정도로. 누구랑 어디서 먹고 마시고가 이래서 중요한 것인가 보다. 그 날은 같은 맥주를 한 병에 4만 원 넘게 주고 마셔서 특별했던 것일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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